하늘에서 떨어진 로또 그 진실은?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 그 진실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3-24 13:33
  • 승인 2014.03.24 13:33
  • 호수 1038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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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로 환산해 본 ‘운석 열풍’

  탐사객 북적…외국인까지 가세해 과열
“최소 10억”vs“큰 가치 없다” 팽팽 양상

운석 처리 향방 두고 물타기 의혹까지 등장
문화재청 기념물 지정 추진에 논란 커질듯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운석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0일 진주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운석을 두고 “몇 십억 원에 팔 수 있다”, “순금의 40배에 이르는 가격이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부터다. 여기에 고창에서도 운석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운석은 단숨에 ‘하늘에서 온 로또’가 됐다. 외국인까지 가세하며 과열양상을 보이자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등장했다. 이에 정부가 운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고 나서자 운석에 매겨질 값을 지불하지 않으려 꼼수를 부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처럼 운석의 값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일요서울]이 그 진실을 추적해봤다.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한 외계인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별에서 온 ‘운석’이 등장했다. 지난 10일 진주시 대곡면에 위치한 파프리카 농장에서 운석으로 추정되는 돌이 발견된 것이다. 바로 그 다음날 농장에서 직선거리 4㎞ 떨어진 콩밭에서도 운석으로 추정되는 돌이 연이어 발견됐다.

극지연구소는 두 암석 모두 운석으로 감정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70년 만에 한국에서 발견된 운석”이라며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 발견된 첫 번째 운석은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등장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운석의 가격이 순금의 40배다”, “최소 10억~50억 원의 가격이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운석이 발견된 진주로 몰려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전북 고창에서도 운석으로 추정되는 암석 조각이 발견됐다. 이번엔 ‘무더기’로 발견돼 세간의 이목은 더욱 집중됐다. 이번에 발견된 암석은 대부분 가로 3cm, 세로 2cm 크기에 검은색을 띠고 있다. 한반도에서 25~30개의 다량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암석의 운석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지만 암석을 발견한 목격자의 목격담이 구체적이고, 목격된 시간도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과 같아 운석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운석 여부 확인은 1~2주가량 소요된다.

고창경찰서에 따르면 목격자는 고창시 흥덕면 동림저수지 근처에서 “어른 머리 크기만 한 불덩이가 지붕 위를 지나쳐 동림저수지 둑 방향에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이후 불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불빛이 사라졌다. 다음 날 운석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암석이 낙하된 위치를 파악해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목격자가 가리킨 낙하지점은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다. 또 이 암석 조각이 운석의 특징 중 하나인 자성이 있는 것도 확인됐다.

이처럼 경제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운석이 잇따라 발견되자 전국은 그야말로 운석 열풍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운석을 주우려는 일명 ‘운석 사냥꾼'들도 등장했다. 심지어 운석을 사기 위해 운석 발견 장소를 방문한 외국인도 등장했다. 실제 진주에서는 40대 외국인이 ‘운석 사냥꾼(Meteorite Hunter)’이란 직함과 ‘사고, 팔고, 교환한다(Buy Sell Trade)’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돌리는 정황도 포착됐다.

운석 사냥꾼들은 운석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항법장치(GPS)나 자석 등의 장비를 들고 운석이 발견된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또 다른 운석이 발견될 만한 위치를 추측하고, 보통의 암석과는 다르게 철 성분이 높게 함유된 운석을 구별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사냥개를 동원한 이들도 나타났다. 냄새를 잘 맡는 개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운석 사냥꾼들은 ‘운석 심마니’라고도 불린다.

이에 진주에서 최초로 운석이 발견된 파프리카 농장은 사람들의 발길에 농사를 망칠까 염려하며 문을 닫았다. 두 번째 운석이 발견된 자리는 빨간색 깃발을 꽂아놓고 운석 발견의 흔적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마을 주민은 물론 외지인들이 200명가량 몰려들자 숙박업소가 때 아닌 성황을 누리고 있다. 평일에도 방을 찾는 투숙객들이 붐비고 있으며 운석이 발견된 지점 주변에는 외지에서 온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운석연구실은 운석과 관련된 문의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마치 대한제국시절 동양최대의 금광이란 얘기가 돌던 평안북도 운산 금광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서부시대의 ‘골든러시’를 방불케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골든러시가 일어날 당시 운산 근처에는 지금의 운석열풍처럼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넘쳐났다.

러시아만큼 값 매겨질까 관심↑

이처럼 운석열풍이 불고 있는 까닭은 지난달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운석으로 만든 금메달의 가격이 1g당 236만 원으로 책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순금의 4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의 가치와 동일할 경우 수십억 원 대의 횡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때문에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을 두고 10억~50억 원일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대만큼 운석의 가치가 매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운석 가격에 대한 시중의 호기심이 지나쳐 과장되게 세간에 평가되고 운석의 가격에 거품이 들어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운석의 가치는 지구에 없는 암석구조인 ‘콘듈(condul)’의 존재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또 운석 성분이 철인지, 암석인지, 철과 암석이 섞여 있는지도 운석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처음 파프리카 농장에서 발견된 운석의 종류는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로 지구상에서 발견된 운석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다.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는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 중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의 경우 흔히 발견되는 종류의 운석이고, 고창에서 발견된 암석도 운석일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등장한 것이다.

해외 운석 가격 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평범한 운석의 경우 1g에 3~5달러 정도 된다. 만약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을 보통의 가격으로 적용시킨다면 진주 운석 중 큰 것이 9.4㎏이므로 우리 돈으로 약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정도에 달한다. 최대 1g당 10달러로 계산하더라도 약 9700만 원 수준이 된다. 두번째로 발견된 4.1kg 운석은 13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분류상으로는 가장 흔한 석질운석에 속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다소 떨어진다”며 “운석들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매매된 사례가 없고, 진주 운석 가격에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운석의 경우 70여 년 만에 국내에 추락한 운석이기 때문에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커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런 가치를 합산하면 진주 운석의 가격은 10억 원 정도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처럼 운석 가격에 대한 평가가 양 갈래로 나뉘는 것은 러시아에서의 운석 매매 사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러시아는 첼라빈스크주와 스베르들롭스크주 등에 떨어진 운석을 1g에 한화로 약 236만 원 정도의 고가로 사들였다.

이에 대해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운석이 고가에 팔린 이유는 주민들이 감추고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러시아 정부가 이를 수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g당 200만원을 책정해 역대 가장 비싸게 팔린 운석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이 운석을 국가재산으로 귀속한다는 내용에 대한 검토 입장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운석의 소유권에 대해 국가와 발견자 간의 이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운석을 발견자로부터 국가가 확보할 수 있는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국외유출을 통제하고 보존할 수 있는지 등 전반적인 관리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운석열풍에 외국인 탐사객들까지 증가하자 우주연구의 귀중한 자료인 운석 해외반출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발견된 운석이 국가로 귀속될 경우 ‘운석 로또’라고 부를 만큼 기대가 컸던 시민들과 발견자들의 반발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사유재산 침해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처음엔 발견자에게 소유권 있다더니 금방 말이 바뀐다”며 “국가가 제 값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강탈이다”는 비난이 거세다. 또 다른 한 누리꾼은 “만약 떨어지는 운석에 맞아서 사망사고가 났다면 보상 대신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했을 거면서 발견한 운석을 빼앗아 가는 건 재빠르다”며 “운석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들도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최초 발견자가 계속 소유권을 행사하게 될지, 아니면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국가재산으로 귀속될지는 법적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앞서 운석을 발견했던 2명의 운석 주인들은 발견한 운석을 해외로 반출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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