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경제징크스] 건설업계 공포의 계절
[울고 웃는 경제징크스] 건설업계 공포의 계절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3-24 11:47
  • 승인 2014.03.24 11:47
  • 호수 1038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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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보릿고개’ 줄도산 우려가 공포로…

 연내 회사채 만기 물량 40% 4월 내 도래
한계점 도달…정부적 차원 대책 마련 필요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에도 징크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이 중요한 공사를 결정할 때, 논리와 계산 이외의 요소는 조금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과학적인 근거에만 입각해 일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때론 미신 아닌 미신에 시달린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한 징조들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징크스가 따라 다닐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4월 중 건설업계 부도’, ‘극심 건설사 잇단 부도 속 4월 공포 확산’, ‘건설사 부도, 업계 줄도산’, ‘4월 건설사 부도 급증…작년보다 80% ↑’. 모두 지난 몇 년간 셀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던 언론사 헤드라인이다. 말 그대로 21세기 보릿고개를 넘는 형상이다.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 에서 각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수주난에 허덕여야 했고 최저가 낙찰 등 출혈 수주가 비수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건설업체들의 도미노 부도 현상은 당연했다.

그런데 올해는 건설사들이 더욱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당연히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대형건설사들이 한계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줄도산으로 이어져 건설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점점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소문일까, 진실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황을 주도해야 할 대형건설사들의 분위기부터 심상찮다. 부도설이 단순한 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근거가 많았다.
우선 ‘건설사 4월 도미노 부도설’의 근거로 국내 주요 건설사 24곳의 연내 회사채 만기 물량 5조 원 가운데 약 40% 정도가 3월과 4월, 동시에 도래한다는 점이 거론된다.

▲포스코건설(4087억 원) ▲삼성물산(3000억 원) ▲한화건설(2800억 원) ▲롯데건설 (3700억 원) 등 총 2조 원이 넘는 물량이다. 그런데 건설사 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돼 차환이 쉽지 않다. 즉, 이번 회사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면 연쇄 부도로 가는 길밖엔 없다는 설명이다.

대형건설사들 주변에 잇따르는 악재도 부도설에 힘을 싣는다. 영업 이익을 적자 전환한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2447억 원, 순손실 718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6.79% 증가한 8조7822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사업장 공사예정 원가율이 변동했고, 국내 사업장서 미분양 및 사업성 악화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업이익이 20% 가까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대림산업이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50% 넘게 급감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은 더 심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봤고 GS건설은 영업 손실 9373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했다.

사실 대형 건설사들의 적자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신규수주와 매출, 영업이익 모두 증가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단 1곳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처럼 좋지 못한 상황에서 대우건설은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여 있고, 삼성물산은 로이힐 프로젝트를 둘러싼 각종 설에 난감한 처지다. ‘좋은’ 소식은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탈출구는 어디 있나

뒤를 따르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대형 건설사들도 헉헉대는 이 마당에 중·소형 건설사들이 버틸 리 만무해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체 수는 전년 대비 1.0%(612개) 감소한 5만9265개사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을 봐도 건설업 부도업체 수는 16개로 전월(11개)보다 5개 늘어났고, 전년 동월(15개)에 비해서도 1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부도업체 수가 7개로 전월 대비 2개 늘었고 지방은 전월보다 3개 증가한 9개였다.

이노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진행 중인 일반국도 및 지역간선국도 사업 총 279개 가운데 35.8%인 100개 현장에서 부도 또는 워크아웃 기업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경악을 일으킨 적도 있다.

이를 두고 이미 ‘새해 들어 건설경기 침체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이 몰리면서 건설업 부도업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도저히 이들을 구해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대부분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과 관련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시점에서 보유 현금을 이용해 상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몇몇 건설사들도 괜히 회사채 발행을 했다가 평판만 나빠지느니 현금 상환을 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부도설과 관련해선 대부분 “업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어 “모든 건설사의 부도라는 말은 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냐”면서도 “그동안 부도를 냈던 건설사들이 부도 직전까지 아니라고 발뺌한 이력이 있던 터라 믿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자체적으로 발전 방안을 세워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도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기반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 대책만으로는 건설업계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주들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 추궁의 필요성과 채권 회수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채권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건설사 4월 도미노 부도설’이 업계를 비켜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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