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지방선거 여성후보 공천빅딜설 증폭
[밀착취재]지방선거 여성후보 공천빅딜설 증폭
  • 김재현프리랜서
  • 입력 2014-03-24 10:39
  • 승인 2014.03.24 10:39
  • 호수 103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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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략공천 갈등 확산 사전내정 의혹 후폭풍 예고

새누리당 내부 반발…최고위 vs 공천관리위 충돌 양상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김재현 기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문제로 끊임없이 여러 논란이 생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여성우선추천안을 놓고 새누리당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여성우선추천지역 추가 선정 문제를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날 최고위원회에서의 최종 의결이 일단 보류됐다. 그러나 여성우선추천은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당 지도부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앞서 양측은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최종 결정 권한을 놓고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어 이번 ‘여성 전략공천 지역’ 결정권을 둘러싼 내홍은 수습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여성우선추천제와 관련, 일부 지역에서는 “당 지도부가 특정 여성후보를 이미 사전에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더불어 “특정 여성후보가 당 핵심 중에서 친박 핵심 실세와 각별한 관계”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 여성우선추천제를 둘러싼 후폭풍이 지역정가를 강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7일 6·4 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여성우선공천지역으로 서울의 종로·용산·서초구 3곳을 최종 확정했다.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공천관리위는 당초 서울 지역의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서초·강남·광진·용산·금천구 5곳을 선정해 최고위에 보고했으나, 지도부 일부와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최종 의결을 보류한 바 있다.

당은 이를 고려해 여성우선공천 지역의 수를 5곳에서 3곳으로 줄이고, 강남·광진·금천구에는 여성우선공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또 부산 중구, 대구 중구, 경기 과천·이천시를 각각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했다. 이어 서울 강남, 부산 남·해운대·사상구, 대구 북구, 경북 포항을 추가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중앙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는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당 지도부가 주축이 된 중앙당 공천위는 이에 즉시 반발하면서 대립했다. 공천위원 일부는 지난 20일 오전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성우선공천지역에 대한 의결이 보류되자 ‘공천위원 사퇴’의사까지 내비치며 배수진을 쳤다.

최고위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공천위가 보고한 ‘여성 우선공천 지역’에 반대했고, 이에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과 김재원 본부장이 원안 의결이 되지 않는 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고위는 오후 다시 회의를 소집해 공천위가 보고한 여성 우선공천 지역 의결안을 다시 심의하기로 했으나 논란 끝에 이날 최고위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최고위가 공천위에서 올린 지역을 원안대로 의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공천위의 생각”이라며 “공천위원들이 지난번 한 차례 뒤집힌 데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이 있는 만큼 이번에 우리 원안대로 의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공천안 산 넘어 산

이와 함께 여성 전략공천 지역 확정 과정에서 남성들의 반발이 커지고 여성을 활용해 특정 계파 후보를 내정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전략공천 지역에 한해 공천 신청을 다시 받기로 하는 등 공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남성 공천 신청자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이날은 여성 신청자와 국회의원, 여성단체들이 여성 전략공천 비율 준수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성 대결’ 양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최고위와 공천위가 마찰을 일으키자 일부 여성 의원들도 가세해 최고위를 겨냥했다. 강은희 김현숙 박윤옥 신경림 윤명희 황인자 의원 등 여성 초선 비례대표 6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우선공천제가 구색 맞추기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공천위가 결정한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 최고위 논의를 거치면서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은 빠지고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대체되는가 하면 몇몇 지역은 분명한 이유도 없이 슬그머니 빠져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당헌·당규가 제안하는 여성 우선 추천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천관리위가 합의하고 발표했던 ‘현행 플러스 알파’는 지켜져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제가 불거지자 공천위가 여성 우선추천으로 염두에 둔 부산 기초단체장 지역구인 남·해운대·사상구 가운데 일부는 의결 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국회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강남지역만 여성우선지역으로 정해지면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한 차례 공천관리위원회의 선정작업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공천위는 최고위에 의해 결정사항이 잇따라 부결되면 역할수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천위에서 당 핵심부와 후보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가 공천위의 결정에 제동을 걸면 결국 공천위에 대한 공신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에는 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상의 여성할당제와 유사한 정치소수자인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골자는 ‘새누리당 후보자가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될 수 있는 지역에 기초단체장 후보에 여성을 우선 공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이 기준에 입각해 공천위가 여성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경우 해당 지역의 다른 남성 후보들은 사실상 역차별로 인해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여성우선추천지역의 유력후보나 현직 단체장은 탈당 이후 무소속 출마를 할 수 도 있다. 결국 당과 후보자가 서로 등을 돌리고 선거전을 치르게 되는 형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때문에 공천위의 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 작업은 쉽지 않다.

여성후보 놓고 소문 무성

남성에 비해 여성은 정치인으로서 홀로 서는 데 여러 가지 점에서 제약이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남성 대비 여성정치인의 비율이 구미 선진국에 비해 워낙 낮아 우리 선거법은 2005년부터 여성의 정치진출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1/2,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와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선거는 30/100을 추천하도록 명문화 돼 있지만 이마저도 의무조항이 아니라 ‘노력한다’로 규정돼 있다.

새누리당의 여성우선추천제도 역시 여성의 정치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성과 공직선거법 정신에 따라 도입된 것이지만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제도적으로 허점이 많고 임의규정에 입각한 제도이다 보니 잡음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여성우선추천제를 둘러싼 여러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공심위의 일부 위원들과 특정 여성후보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공천 약속을 주고받았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렇게 되면 일찌감치 선거를 준비해온 다른 후보들을 공심위가 농락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말이 여권 내부와 후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또 특정 여성후보의 경우 공심위의 모 인사와 각별한 관계이며 서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방선거에서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수도권 지역의 후보로 전략공천될 예정인 한 여성 후보는 지난 연말부터 “공심위의 A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보장받았다”는 말이 돌았다. 현재 이 후보는 소문대로 전략공천될 예정이어서 해당 지역 타 후보들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천을 놓고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를 정식으로 조사의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수도권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친이계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포항지역도 술렁이고 있다. 포항지역은 이번 지방선거에 다수의 친이계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고 친박계 후보도 유일친박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이 이 지역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해 후보들 간에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황우여대표 주관으로 최고위원회의을 개최, 포항시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의견을 모았다.
중앙당 최고위원회에서 여성 우선 추천지역으로 확정됨에 따라 포항시장 여성후보인 김정재 전 서울시의원의 공천이 사실상 확정됐다. 전날 이병석 부의장은 황우여 대표에게 포항시를 여성 우선 추천지역으로 의결하는 것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시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지충호의 테러로 부상을 입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극진히 간호하며 옆을 지킨 인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성우선추천제와 관련 일부 지역 여성후보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공심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해당지역 후보들의 합동성명발표 등 집단 반발이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대책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내정된 사항을 다시 되돌릴 경우 공심위의 공신력이 저하될 수 있어 여성우선추천지역은 타 후보를 배려한 보완대책이 따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프리랜서 webmaster@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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