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집나가는 1만2천명의 주부들, 나이트클럽으로 노래방으로
남성문제 상담전화인 <남성의 전화>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가정주부의 외도나 카드빚으로 인한 가출로 고통을 겪고 있는 30~40대 남성들의 상담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한해동안 걸려온 상담 전화 2,800여건 중 30%에 달하는 850여건이 아내 가출로 인한 상담이었다는 것. 무작정 집을 나온 사람들로서는 막상 찾아갈 곳이 평소 아는 친구나 친척집 밖에는 없다. 그러나 친척집을 찾아갈 경우 가출 사실이 알려지고 남편이 쉽게 찾아낼 우려가 있는 것. 따라서 대부분 친구 집으로 발길을 향하지만 그 또한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그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라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 따라서 당장 가지고 있는 돈으로 성인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며 부킹을 한 남성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부킹족’ 가출주부들이 많다.
강북 K관의 웨이트 김모씨는 “가끔씩 보면 거의 매일 저녁 나이트에 오는 30대 이상의 여성들을 보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불륜이나 춤바람이 나서 그런 걸로 알았지만 정작 알아보니 가출한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우선 그녀들에게서 가장 절박한 것은 잠자리와 먹을 것.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하면 술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가 있다. 거기에 ‘마음씨 좋은 아저씨’를 만나는 날이면 적지 않은 용돈까지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일명 ‘부대족’들도 있다. 은밀하게 밤을 주름잡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 혹은 ‘신사동 아줌마’의 부대에 합세하는 것이다. 어차피 전문적으로 윤락을 하기에도 그렇고, 윤락업소에 찾아가 일을 구하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따라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각종 ‘아줌마 부대’에 동참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평범한 가정주부가 어떻게 가출을 하자마자 그렇게 쉽게 윤락의 세상에 뛰어들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지만 실제로 가출한 사람들의 심정은 절박하기 그지없다는 것. 일단 가출할 정도의 여성이라면 경제권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한 일. 무능력한 남편과 폭력, 혹은 카드빚에 몰려있는 상황이라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대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가 인생을 얼마나 가정에만 바쳐오면서 살아왔는가를 느끼게 됐다. 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고 갈 곳도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지 그 순간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줄테니 하룻밤 자자고 하면 따라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33세 주부)
자활 노력 불구 유혹에 휩싸여
설사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고, 또 정조관념이 철저한 주부라고 하더라도 역시 웃음을 팔지 않고는 생활하기 힘들다. 이런 부류가 뛰어드는 가장 대표적인 일이 바로 프리랜서 도우미이다. 예전에는 일부 잘나가는 나가요걸들이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가출 주부들도 부쩍 많이 프리랜서의 세계로 뛰어든다.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나가요걸들의 경우 몸값이 매우 높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할 수 있었다면 이들 주부들은 오히려 몸값이 전혀 없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할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아줌마 특유의 그 ‘억척성’을 발휘, 노래방이나 전화방 등을 찾아가 일거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노래방 업주는 “사실 노래 도우미의 경우 보도방을 통해서 공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멀쩡한 아줌마가 찾아와 일을 하게 해달라는 경우가 있어 조금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부 가사에만 종사하던 아줌마의 경우 보도방 시스템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부딪히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장 마지막으로는 말 그대로 성실하게 재활을 꾀하는 주부들. 이들은 주로 식당에 취직해서 묵묵히 일을 하면서 향후 독립적으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부들도 항상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있는 대로 마음 고생을 하면서 거기에 육체 노동이라는 ‘몸 고생’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몸’을 무기로 돈을 벌면 얼마든지 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역시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다는 것. 그러나 가출 주부들이 어떠한 부류에 속하든 간에 가정에 대한 애착을 지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이트클럽에서 하룻밤 잠자리를 걱정하든, 혹은 식당에서 고되게 일을 하든, 다시 건실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욕망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편에서는 이들 가출 주부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경민 르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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