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에쿠우스' 최민식,조재현,최재성...그리고 안석환, 지현준의 몰입
'2014 에쿠우스' 최민식,조재현,최재성...그리고 안석환, 지현준의 몰입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4-03-20 14:54
  • 승인 2014.03.2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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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뮤지컬이 아닌 연극의 스펙타클

말의 눈을 찌르는 도입부, 파격 자체를 넘어선 노출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세기 최고의 희곡작가중 하나라 불리는 피터 쉐퍼(1926년 영국 출생)의 대표작 에쿠우스를 드디어 만났다에쿠우스는 1973년 세상에 나온 이래 브로드웨이에서의 극찬과 대성공, 토니상 극본상 수상 등 수식이 따라붙는 연극이다. 1975년 일찍이 국내로 넘어와 연극인, 관객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국내 연극 사상 최초 1만 명 돌파, 6개월 장기 공연이 증명 한다.  2014년 선보인 에쿠우스는 스크린, TV, 무대를 넘나드는 명배우 안석환을 비롯해 지현준, 김태훈, 전박찬 등이 더블캐스팅 됐다. 과거 영광에 뒤지지 않는 출연진이라는 평이다.

정신과 의사인 마틴 다이사트가 8마리의 말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알런 스트랑의 치료를 시작하면서 그 비밀이 드러난다는 내용은 에쿠우스를 몰랐던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억눌린 성장환경, 기독교 교리의 세뇌 속에서 자란 알런의 내면에 에쿠우스가 들어차면서 양쪽은 서로 부딪치고 뒤섞인다.  알런이 고통과 혼돈의 고백은 다이사트의 무의식과 회한으로까지 다가간다. 마굿간에서 돌보는 말을 칭하는 에쿠우스는, 알런의 욕망과 본능을 잠식한다.

 

에쿠우스는 120분을 달리는 내내 연극적 스펙타클과 다량의 대사, 나레이션을 펼치 보이면서 대중극 트랜드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색다른 희열을 안긴다. 특히 하이라이트에서 터진 웅장한 음악과 8명의 말이 보여주는 군무, 알런과 질 메이슨의 노출 장면이 인상 깊다. 에쿠우스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프로그램북도 뜻밖의 소득.  

개인적인 아쉬움을 꼽자면 배우들의 정제된 연기가 조금은 필요이상 절제되었다는 정도. 대사와 간극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극에 내포된 강렬함에 동참하지 못했을지도.

피터 쉐퍼의 작품 중 관객에게 미치는 파괴력을 꼽자면 고곤의 선물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고곤의 선물이 한 예술가의 광기를 외부로 많이 표출한 것에 비해 에쿠우스는 내면 갈등과 고뇌에 더 무게를 두었다. 에쿠우스는 충격적인 도입부가 가라앉은 이후 정적인 진행 속에서 서서히 달궈진다. 그리고 그 속에 신과 인간, 성에 대한 메시지를 걸쳐 놓는다.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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