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에 40만원 … 줄서서 예약
밥 한끼에 40만원 … 줄서서 예약
  • 윤지환 
  • 입력 2004-03-05 09:00
  • 승인 2004.03.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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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카드빚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 전혀 무관하게 하루 술값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뿌리는 이들도 있다. 재벌 2세나 젊은 벤처기업 사장들 혹은 전문직 종사자로 구성된 속칭 ‘신귀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그들이다. 옷 한벌 구입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서슴없이 내놓는 ‘상류사회’를 해부해 본다.지난해 메릴린치 증권이 발간한 ‘세계의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는 5만여 명이다. 이는 전체 가구수의 약 0.5%에 해당한다. 부자들의 금융자산이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 정도라고 보면 그들의 재산 규모는 40억원이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부자, 즉 상류층은 4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압구정동의 G백화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런 매장을 누비며 쇼핑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명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C사의 매장에 20대 중반의 여성 두 명이 들어와 대충 훑어보고는 매장 직원에게 쇼케이스 한 쪽을 가리키며 안에 진열된 물건을 보여달라고 한다.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이 고른 물건은 제법 고급스런 느낌의 가죽끈 손목시계.이 여성은 시계를 자신의 손목에 살짝 얹어 보더니 이내 매장 직원에게 계산해 달라고 했다.이 시계는 3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이다. 3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시계를 사는데 잠시의 망설임도 없다.한명의 여성이 시계값을 계산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여성도 물건을 골랐다. 그녀가 고른 것은 반지였다. 이 반지 역시 180만원이나 하는 고가였음에도 단번에 사기로 결정했다.두 여성은 수표로 값을 치르고는 다른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매장 직원에 따르면 C매장에서 300~400만원대의 물건을 사가는 손님은 비교적 액수가 적은 손님이라고 한다. 그는 “한 번 방문해 3,000만~4,000만원을 쓰는 경우도 많다”면서 “매장에서 물건 고르는 시간이 길면 촌스럽다거나 없어 보인다는 인식이 있어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 사가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또 A백화점의 H사 매장에 근무하는 A모(26·여)씨는 이들 ‘신귀족’의 소비행각에 대해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H사 제품은 여성 가방 하나에 7,000만원 상당하는 물건도 있는 최고의 명품으로 정평이 나 있어 재벌이나 상류층에서 애용되는 브랜드다.A씨는 “인기제품 중에는 6,000만원을 호가하는 가방도 있으나 이는 국내 매장에서 이미 품절된 상태”라며 “주문예약을 하면 2년 후에나 물건을 받을 수 있지만 그나마 예약자도 밀려있어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는 상태라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만약 이 가방이 한 매장에 10개만 있어도 6억원의 매상을 하루만에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의 천문학적인 씀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서울 M호텔에서는 한끼 식사에 40만원이 넘는 메뉴가 있다. 여기서 세명이 식사를 할 경우 120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미리 예약해야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손님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귀족’은 자식사랑도 유별나 유아용품에도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와 있지는 않지만 일부 유아 용품점에서 개별적으로 들여와 팔고 있다. 명품 브랜드 회사에서 생산하는 이들 제품은 아기 딸랑이가 30만원대에 이르는가 하면 아기옷, 모자, 양말, 장난감 등이 모두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또 M사에서 나온 유모차 의 경우 400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명품 유아용품 역시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강남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쇼핑을 즐기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귀족’ 사냥 때문에 강남 일대에는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기에 이르렀다.이에 대해 강남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부유층들은 주로 외출시 다량의 현금이나 카드 등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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