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영업상 편의를 위해 문모 형사와 하모 형사 등 당시 경찰에게 성상납을 업주에게 강요당했다”며 “문 형사와 하 형사는 일주일에 서너번씩 업소를 찾아와 도박판을 벌이고, 술과 안주 등 향응을 제공받는가 하면 수시로 성상납을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특히 두 형사에 대해 “2003년 12월 조직폭력배와 거액도박을 한 혐의로 해임된 뒤에도 날마다 업소를 찾아와 도박을 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또 “같은 경찰서 유모 형사에게도 강제 성상납을 했으며, 심모 형사 등은 단속정보를 흘리는 등 업소의 뒤를 봐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여성들이 폭로한 성상납자 명단에는 심지어 교도관까지 있었다. 이 룸살롱 업주 이모씨가 지난 1월 중순 도박장 개장 혐의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가 10여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될 당시 인천구치소 교도관 이모씨와 박모씨 등 2명이 룸살롱에 찾아와 향응과 성상납을 받았다고 여성들은 전했다.
여성들은 또 “구청 과장이 업소의 뒤를 봐줬고 검찰 계장도 접대를 받았으며, 이들에 대한 접대기록이 주인의 장부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현재 성매매 여성들이 폭로한 경찰관 4명 가운데 문 형사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02년 7월부터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향응과 성상납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해임된 상태다. 나머지 2명은 각각 불구속 입건되거나 다른 뇌물사건과 관련돼 구속 중이다. 그러나 현직인 심모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성매매 여성들은 주장했다.“검사가 수사요구 묵살했다”특히 여성들은 검찰과 경찰수사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들은 “업소에서 지옥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신고할 엄두를 낼 수 없었지만, 참다못해 검찰을 찾아가 호소했다”며 “하지만 ‘윤락과 같은 어느 정도의 불법영업은 어디에나 다 있다. 일일이 조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신고내용을 비밀에 부쳐줄 것을 담당검사에게 부탁했지만, 다음날 업주에게서 자신들이 검찰에서 했던 말을 전해듣게 됐다는 게 여성들의 설명이다. 수사과정에서도 상당한 모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여성들은 “경찰 중 일부는 수사과정에서 ‘목숨은 하나지 두 개가 아니다. 몸조심하라’‘너희들, 빚을 없애려는 게 목적이 아니냐’‘우리가 너희들 때문에 괜히 고생을 한다. 사건 가져갈 테면 가져가라’고 하는 등 신경질적이고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 한 여성은 “경찰에서 10일 동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억울한 부분을 호소했지만, 전직 형사를 보호하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를 진행했다”며 “장부에 이름이 나타났는데도 증거를 무시했고 갈취 부분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은 “수사요청을 묵살하고 구속되어야 할 전직 경찰관을 불구속 수사한 P 검사는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담당검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또 “대부분의 유흥업소 업주들이 조폭이나 국가기관과 유착관계에 있어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한 사람에게까지 벌을 주면 누가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할 수 있겠냐”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이번 사건으로 한 명은 구속을 했지만, 나머지는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혐의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기자회견을 열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교도관 2명도 구치소측이 자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률지원단의 강지원 변호사는 “경찰관, 교도관과 유흥업소 업주들이 유착돼 여성들에게 성상납을 강요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성상납을 강제로 했던 이들 여성들에게 취해진 입건조치는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 변호사는 지난 12일 “인천지검이 성매매 여성들의 수사요구를 묵살했던 담당검사를 교체했다고 전해왔다”며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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