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대선캠프 출신…쏟아지는 ‘코드인사’ 논란에도 ‘꿋꿋’
대외 정책금융은 취약?…내부출신 임명된 한은·기은과 비견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의 새 수장으로 임명된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 11일 취임식을 올렸다. 지난 6일 공식 임명됐지만 노조의 반대로 5일 후에야 치르게 된 취임식이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도 거론됐던 이 행장의 그간 행보를 짚어봤다.
이 행장의 약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이 행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대한투자신탁 사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우리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후 사모펀드인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를 설립해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이 행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총동문회의 초대회장이자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의 주목받는 인물로 서강대 금융인맥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지난 대선 당시 박 후보의 캠프에서 활약한 선거캠프 출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유로 이 행장은 수은 행장 임명설이 나돌자마자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다. 처음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된 지난달 말부터 정식 임명된 이달 초까지는 더욱 그러했다. 게다가 이 행장도 자신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은 물론 낙하산 옹호론까지 펼쳐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이 행장은 임명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나는 친박” 등의 발언으로 크게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감정을 말했을 뿐”이라며 뒤늦게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이 행장은 “낙하산이라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오히려 서강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역차별을 받아왔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앞서 우리금융 회장과 한은 총재 하마평에 올랐던 심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이 수은에 낙하산으로 왔음을 여실히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은 정부가 주인”이라며 “정책금융기관의 독립성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간의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 우회적으로 변론하면서도 정부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데 쐐기를 박은 것이다.

화려한 이력에도 반대 몰린 이유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은 내부에서는 이 행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불거졌다. 수은 노조는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코드 낙하산’을 내려 보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은 전문성있는 내부 출신 행장을 임명하면서 이들 은행에 견줘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수출입은행에는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이 행장의 첫날 출근과 취임식이 무산됐던 것도 노조가 수은 입구를 막고 이 행장의 출근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이 6일 수은 앞에 도착하자 노조 위원장은 “행장이 낙하산 출신이라는 데 직원들이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오늘은 그냥 돌아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구를 막아선 노조원들 앞에 서 있다가 “다음에 다시 보자”며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이 행장은 대외 정책금융에 대한 경험이 없고 은행 업무를 떠난 지 10여 년이 지나 현장 감각을 상실했다”면서 “낙하산 인사에 따른 수출입은행의 역량 저하는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허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노조의 저지로 수은 인근에 있는 렉싱턴호텔에서 집무를 보던 그가 수은에 입성한 것은 5일이 지나서다. 결국 6일로 취임이 예정돼 있던 그는 결국 11일에야 정식 취임식을 진행했고 취임 전 노조와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수은에 소위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이 임명되지 않은 것은 1993년 이광수 전 행장 퇴임 이후 21년 만이다. 역대 수은 행장 17명 중 모피아가 아닌 행장은 5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홍기택 산업은행장에 이어 이 행장까지 서강대 출신임이 부각되자 이제는 학맥이 대세라는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산은, 수은,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장은 모두 민간 출신이 임명됐으며 그중 2명이 서강대 출신이다.
한편 고난 끝에 취임한 이 행장이지만 포부는 굽히지 않았다. 이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선진국 진입 돌파에 수출입은행이 최첨병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행장은 수은 내부에 대한 고민에 대해 “법 개정에 따라 수출입은행의 발전 가능성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면서 “앞으로 비전과 전략 재정립 작업을 통해 담대한 미래의 모습을 함께 만들고 가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하늘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이니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관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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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