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장사로 홍역 치른 KLPGA, 구자용 회장 사퇴설 솔솔
중계권 장사로 홍역 치른 KLPGA, 구자용 회장 사퇴설 솔솔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3-17 13:53
  • 승인 2014.03.17 13:53
  • 호수 1037
  • 5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구자용 회장의 사퇴설이 나돌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사들은 입을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한 매체에 따르면 KLPGA는 최근 임시 이사회에서 구 회장의 사퇴설이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참석 이사들은 회장 사퇴에 관한 질문에 입을 닫고 있다며 진위여부를 떠나 곧 시즌이 개막되는데 협회 수장의 사퇴설이 나도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구 회장의 사퇴설이 나돈 배경에는 중계권을 놓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구 회장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불거졌다.

KLPGA는 지난해 2014~2016년 KLPGA투어 중계권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 당시 세마 컨소시엄과 함께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낸 SBS골프가 협회 발전에 대한 공헌도 등을 인정받아 선정됐다. SBS골프는 이번 중계권 획득을 위해 연간 100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BS골프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만큼의 거액을 베팅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국내 골프채널의 광고시장 규모는 총액기준 400억~459억 원선으로 한 쪽이 쓰러져야 한 쪽이 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그간 나 홀로 호황을 누리던 SBS골프가 2010년 후발업체인 J골프에게 미국 LPGA투어 중계권을 뺏기면서 독보적인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SBS골프는 미국 PGA투어와 10년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는 여자 골프의 인기가 남자 골프를 능가하면서 J골프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결국 위기를 느낀 SBS는 KLPGA 중계권을 획득함으로써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하지만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한 J골프가 KLPGA 측에 재판매를 요구하면서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했다. 분명 이미 진 게임이지만 모회사인 중앙일보와 JTBC를 등에 업고 압박하면서 재판매를 타진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까지 소집됐다. 반면 SBS골프 역시 국내 3대 지상파인 SBS를 등에 업고 있어 KLPGA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구회장이 E1그룹이란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만큼 ‘사퇴만이 살길’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KLPGA는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 중계권자를 결정했기에 외부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면서도 “단순 경쟁 입찰이 아닌 시장 규모를 고려한 중계권료의 적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순번을 정해 제작을 번갈아 하거나 제작을 하는 쪽이 생중계를 하고 중계화면을 받는 쪽이 딜레이 중계를 하는 방안 등 골프업계 전체의 상생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했다”며 “골프업계 전후 구조를 잘 아는 인사가 KLPGA 내 주요 포스트에 있었다면 뒤탈이 날 중계권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운 소리를 냈다.
결국 지난 3년간 양대 골프채널의 동시 생중계로 인해 KLPGA투어가 비약적인 성장을 해온 것을 무시한 채 KLPGA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J골프 측은 KLPGA가 선수와 대회, 개최 후원사의 권익을 외면하고 방송 중계권을 ‘장삿속’으로 판매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구 회장이 중계권 결정 당시 이사회에서 무기명 투표 대신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우선 협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의 말을 빌어 “협회장이 그냥 돈 많이 주는 업체한테 넘기면 되지 않나요. 거수로 결정하죠”라고 했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KLPGA 관계자는 “이사회 표결을 거수로 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구 회장께서는 이사들 가운데 다른 의견이 있으면 소신있게 직접 입장을 밝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