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②]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유한킴벌리 ②]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3-17 13:15
  • 승인 2014.03.17 13:15
  • 호수 1037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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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건물을 늘리기 보다 사람을 키우다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마흔 다섯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윤리경영’과 ‘상호신뢰’, ‘기술혁신’ 3박자 리듬을 타며 1등으로 성장한 유한킴벌리(대표 최규복)이다.

유한킴벌리는 기업의 경제적 책임, 환경적 책임,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친환경 시스템으로 생산 공정을 바꾸면서 환경적 책임에는 더욱 신경을 썼다. 환경과 경제가 상생 메커니즘을 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생하는 기업 메커니즘 추구

‘디지털 날염’ 사례가 바로 그 예다. 날염은 섬유제품의 염색법 가운데 하나로 직물을 부분적으로 착색해 무늬가 나타나게 물들이는 방법을 말한다. 섬유산업의 한 부분인 재래식 날염은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돈이 많이 들며 제작 기간도 길다. 환경은 환경대로 엄청나게 파괴된다. 그렇지만 이런 재래식 날염 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보자. 디지털 기술을 날염 제작에 적용하면 공정을 간단히 줄이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단가가 적게 먹힐 뿐만 아니라 환경 유해 물질도 줄어든다.

디지털 날염은 디자인 원본을 스캔해 원단에 직접 찍으면 그만이다. 종이에 컬러 인쇄하는 것과 원리가 같다. 최소한의 에너지만 쓰면서 습식이 아닌 건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종이에 인쇄를 하듯 천에 직접 날염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 것은 물감이 천에 번지는 모새관 현상이었다. 유한킴벌리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디지털 날염 기술을 상용했다. 그 결과 공업용수 사용량이 99% 이상 줄어들었고 폐기물 발생량은 거의 제로가 됐다.

이처럼 유한킴벌리는 전통 산업에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나갔다. 공정을 절약하면 1차적으로 환경 유해 배출 물질이 줄어든다. 이제는 엄청난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염색 단지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을 때였다.

디지털 청정 날염기술은 사업장을 극소화시키고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시간이 단축되고 인건비가 절감돼 경제적 효율성은 증대된다.

유한킴벌리는 디지털화도 중요하지만 과거 피땀으로 이룩한 전통산업이 시대의 유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통 산업에 정보화 사회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사업방식을 개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환경과 경제, 인류의 삶이 함께 상생하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또 나노 기술은 산업 디자인 방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과거 산업 디자인은 유럽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이제 그 무대를 우리 쪽으로 옮겨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노 기술을 이용한 첨단 디지털 디자인, 설계, 색상의 분야는 엄청난 가능성이 내제돼 있다.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많은 고학력 여성들에게 매우 유리한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 뿐만 아니라 꾸준히 친환경 사업도 펼쳐왔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쉴 수 있는 세상을 열어 가는 것이 유한킴벌리의 기업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민둥산이었던 수십억 ㎡의 땅들이 민·관의 노력으로 푸르게 바뀌어나갔다.

▲ <뉴시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환경이 나빠지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불러온다. 국민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정화처리 비용이 높아져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킨다. 이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불행한 악순환이다. 유한킴벌리는 꾸준히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을 펼치며 국내외에서 1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가꾸는데 참여했다.
모판의 모를 옮겨 심고 잘 재배해야 벼가 되듯이 나무 또한 마찬가지다. 나무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조량이다.

유한킴벌리의 숲 가꾸기 운동은 곳곳으로 확산됐다. 시민단체 생명의 숲, 산림청 등과 함께 토지와 건물 외에 나무가 거의 없는 학교에 담을 허물고 나무를 심었다. 기업이 나서서 일방적으로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시민사회와 함께 학교, 학생, 학부모들과 함게 나무를 심고 나무가 자랄 때까지 지켜보고 가꾸어 나갔다.

유한킴벌리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정성을 들인 나무는 5년, 10년 뒤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답해 준다. 시민과 사회, 기업이 함께하는 ‘참여하고 일구는 사회’. 이런 사회가 바로 미래의 가장 이상적인 사회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경영은 결국 기업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보다 더 많은 돈이 지출된다. 또한 떳떳하지 못해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폐수를 몰래 버리고 불안에 떨 게 아니라 아예 배출물을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

그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어쩔 수 없이 배출물이 나온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배출물을 내보내지 않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새로운 기술을 낳을 것이며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친환경 경영이다.

해마다 많은 인재들이 대학을 떠나 기업으로 유입된다. 하지만 인재를 받는 것으로 기업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 유능한 인재를 평생 유능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도 기업의 몫이다.

전 직원 인재로 양성

유한킴벌리의 가장 큰 자랑은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대학을 나와도 5년 뒤에는 마땅히 쓸 수 있는 지식이 없다. 1년을 못 가는 기술이 태반이고 하루가 지나면 신기술이 쏟아진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평생 학습해야 한다. 밥을 먹듯이, 일을 하듯이, 학습은 이제 우리 삶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평생 대학을 다닌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50세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이고 국가의 경쟁력이다. 유한킴벌리는 일찍부터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앞장서 이런 일찍부터 실천하고 있다.

또 일찌감치 과감하게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유한킴벌리의 영업직은 출·퇴근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꼭 필요할 때만 출근해 자신의 일을 조율한다. 관리직은 개인의 형편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정해 근무한다. 생산직은 4조 2교대라는 독특한 근무 방식으로 톱니처럼 움직인다. 이처럼 유한킴벌리는 땅과 건물을 늘리기보다 사람을 늘리고 그들을 지식화된 일꾼으로 바꾸어 생산 품질을 향상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경영자는 과거의 고착화된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면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이 향상된다. 유한킴벌리 생산·기능직 직원들은 연간 180일 일하고 185일을 쉰다. 그런데도 생산성은 다른 근무 방식보다 오히려 월등하다.

주당 평균 작업 시간은 42시간이다. 시스템이 정착되니까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종업원들에게 일어났다. 여가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파김치처럼 일에 절어 살던 종업원들의 얼굴이 밝게 폈다. 그들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 공부도 하고 자원봉사도 한다. 이렇게 얻어진 자기계발은 고스란히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종업원들이 갖는 휴식도 가치 있는 투자인 셈이다.

시간이 비자 가장 먼저 일어난 현상은 직장 내 평생학습 열풍이었다. 사내 강좌는 물론 여러 대학과 연계해 사내 대학을 만들었다. 초급·중급 등으로 나눠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교양은 물론 외국어 교육도 한다. 학습 효과가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동아시아 시대는 말로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땅이 작으면 지식을 수출하면 된다. 이것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같은 작은 나라가 주변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인재 강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한킴벌리는 말한다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이 채택하기 힘든 이런 차별적 경영을 통해 인재를 수출하고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노동자의 마음을 읽어라

유한킴벌리는 오래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안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과거의 제안은 주로 간부가 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종업원이 직접 참여하다 보니 주인의식이 생겨나고 그것이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제품의 질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올라가 회사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켰다.

유한킴벌리의 제안활동은 다른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제안활동과는 사뭇 다르다. 종업원들 스스로 자신의 제안이 기업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그 이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교육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지식참여경영이다.

종업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서 산업 재해율이 낮은 수치로 내려갔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실제 무재해에 가까운 안전을 확보한 것은 종업원들 스스로 재해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한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 역시 교육을 통한 지식참여경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도 놀라운 일이었다. 불량을 내려고 해도 나지 않는다. 한 제품의 경우 100만 개를 만들 때 한 개 정도의 불량이 나온다.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치다. 불량이 나지 않으니 그만큼 이익이 증대되고 그 이익은 고스란히 불량을 내지 않은 종업원들 몫으로 돌아간다. 종업원들은 스스로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경영자를 굳게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무엇보다 경영자와 노동자 상호간에 서로를 믿고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직적인 인간관계는 언제고 문제를 낳게 돼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믿고 인정해 주는 수평적 인간관계만이 발전을 가져다준다. 상대와 나의 개념이 없어질 때 자연스럽게 품질이 향상되고, 향상된 품질은 노동자와 경영자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끝>
<정리=박시은 기자>
<출처=글로벌 스탠더드 | 지은이 아주대 | ㈜샘터사>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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