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벽 넘지 못해 매각…주부들 “히트상품인데…”
기존 사명 어려워 CI 변경…OTC 메디컬 마케팅 주력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열 번째는 RB코리아(대표 샤시 쉐커라 파카)다.

‘RB코리아’는 ‘옥시’를 인수한 ‘옥시레켓벤저스’의 새 이름이다. 사명이 어렵다보니 최근 이름을 바꿨다.
회사에 따르면 그간 사명이 다소 어렵고 복잡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옥시’라는 이미지로 인해 생활용품 업체의 이미지만 부각돼 사명을 RB코리아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실제로도 일반인들이 ‘옥시’라는 회사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요서울]이 거리에 나가 ‘옥시’라는 회사를 아느냐고 묻자 젊은 층에선 선뜻 대답이 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중장년층 주부들 사이에서만 잘 알려진 듯했다.
그러나 ‘옥시크린’과 ‘물먹는 하마’를 만든 업체라고 말해주면 그제서야 “아 그 회사!”하고 무릎 치는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위식도역류질환(GERD)치료제 ‘개비스콘’을 판매하는 회사도 이 회사다.
그 외에도 방향제 에어윅, 세정제 이지오프뱅, 인후염치료제 스트렙실 등도 알려진 브랜드이며 항균제 데톨, 제모제 비트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유명 콘돔 제조업체 듀렉스를 인수해 산하 브랜드에 뒀다.
옥시는 2001년, 동양화학그룹(현 OCI)의 계열사이던 옥시의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주방용품 블루오션 재창출
당시 옥시는 세탁표백제 옥시크린과 습기·냄새제거제인 하마브랜드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옥시가 세제 시장 진출을 고민할 당시 세제 시장에는 이미 메이저 브랜드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옥시는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기존 세제로 승부한다면 실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옥시가 시장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탁 보조제인 표백제는 염소계 표백제인 락스뿐이었다.이 틈새를 겨냥하고 옥시는 산소계 표백제를 출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주부들은 지금도 ‘옥시크린’을 산소계 표백제의 대표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독점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실제로도 한국 표백제 시장점유율은 2011년 94.3%, 2012년 93.1%에 달했다. 반면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의 점유율은 5.0%에 그쳤고, 3위 CJ는 1.9%에 머물렀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의류용 표백제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그 결과 옥시크린은 대한민국 시장에서 세탁표백제의 대명사로 불리며,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하마브랜드의 대표적 제품인 물먹는하마도 제습제 시장에서 1위를 계속 지키고 있다.
하지만 RB코리아의 전신 옥시를 경영했던 신현우 전 사장은 IMF이후의 차입금과 이자비용 때문에 결국 2001년에 영국계 세정제회사인 레키트뱅키저에 매각했다.
차입금·이자비용 부담
결국 외국계 손으로
당시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레키트 뱅키저는 옥시 주식 209만 주를 총 1625억 원에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옥시 1주당 잠정처분 가격은 5만6459원이다.
레키트뱅키저는 영국의 종합 생활용품 업체이다. 1999년 레킷앤드콜먼과 벤키저의 합병으로 탄생한 종합 생활용품 업체다. 두 회사는 19세기 전반부터 이어온 회사다. 런던 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레킷벤키저로 합병한 후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국내 시장에도 옥시를 인수하면서 (주)옥시레킷벤키저를 설립했다.
레키트뱅키저 측 관계자는 “옥시가 한국시장 내에서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레키트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해 한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옥시의 최신 제조 설비와 물류 네트워크는 레키트의 아시아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옥시 인수는 수익성 높고 틈새를 공략한 옥시의 제품들이 레키트의 섬유세정제와 위생용품 제품군과 성격이 일치했고 레키트의 해외시장 확대 정책과도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RB코리아 관계자는 “지금까지 TV광고 등 소비자 마케팅에만 주력해 왔던 바람에 개비스콘 등 의약품 자체의 전문적인 유용성에 대한 어필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2014년에는 메디컬 마케팅 강화를 통해 단순히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찾는 제품이 아니라 의약사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추천하는 의약품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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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