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신·핸드볼 선수·뇌성마비 장애인
작품마다 새로운 배역으로 변신
이창동·홍상수 등 대표 감독들과 호흡
몸 사리지 않는 파격 배드신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문소리가 대한민국 대표 큰 무당으로 변신했다. 그는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에서 큰 무당 ‘금화’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나라무당 김금화 만신 일대기를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담았다.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인 ‘만신’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김금화 만신의 삶과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긴밀하게 연결했다. 문소리는 김새론, 류현경에 이어 중년이 된 금화를 맡았다. 그는 놀라운 연기 내공으로 사회의 냉대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신의 딸로 살아가는 김금화를 스크린에 완벽 재연했다.
지난 6일 영화가 개봉한 이후 그녀의 연기는 언론과 평단, 관객의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만신’은 다양성영화 부문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문소리는 한 인터뷰를 통해 “무당의 아픔과 사회적으로 겪는 어려움, 역경에 처한 상황에 감정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금화 선생님이 ‘무당이 된다는 것은 뭇사람들이 참지 못하는 고통을 숱하게 참아내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 있는데 마치 배우한테 하는 말 같았다. 큰 무당이 되는 과정과 큰 배우가 되는 과정이 결코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문소리는 김지운 감독의 단편 ‘사랑의 힘(1998)’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듬해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창동 감독과 ‘오아시스(2002)’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그녀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시대를 맞이했다. 국내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물론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과 제2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아시스’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던 그녀는 이듬해엔 ‘바람난 가족(2003)’으로 파격적 연기 행보를 이어갔다. 성을 주제로 가족의 해체를 비꼰 영화답게 문소리는 가감 없는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매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문소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으로 일명 ‘우생순’ 열품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고군분투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외에도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호흡을 맞췄다.
최근에는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중년 여성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도 파격적 노출신이 등장하자 그는 “베드신은 찍는 당시보다 찍고 난 다음 10년이 힘들다. 이상하게도 한국사회는 베드신, 노출신을 저급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절대 저급한 영화가 아닌데 베드신과 노출신이 등장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 솔직히 말해서 노출연기는 정말 부담스럽지만 여배우로선 가지고 가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다. 저급하게 바라보는 선입견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작품마다 색다르게 연기 변신을 멈추지 않는 문소리. 그녀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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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