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우정사업본부 대국민 보험사기 논란
[소비자고발] 우정사업본부 대국민 보험사기 논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3-17 11:24
  • 승인 2014.03.17 11:24
  • 호수 1037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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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입주 우선권 불완전판매 밝혀져도 나 몰라라
▲ 중앙우체국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연금 사기 은폐 논란…법적 문제없다는 태도
금소위 “소비자 보호 역행…국가 편 드는 법”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김준호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이 실버타운(노후생활의 집) 건립을 둘러싼 논란을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 실버타운 입주 우선권을 보장한다며 가입자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할 때와는 달리 건립 불이행에 따른 잡음은 대법원의 판단에 맡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여기에 대법원이 국가가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체국)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 우체국의 책임회피, 대국민 사기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소비자감독원은 “편향적 판결”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역행하고 형평성에 논란이 있다”고 주장해 [일요서울]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우체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버타운 건립 약속을 믿고 연금보험에 가입한 3300여 명의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지난달 대법원마저 가입자들의 약속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을 요구한 공동소송에서 우체국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우체국(전 체신부)이 실버타운 입주 우선권을 보장한다고 홍보해 이를 믿고 가입한 가입자들이 실버타운 건립계획 무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 대해 “약관에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보험 계약 내용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홍보안내문 등을 통한 광고는 청약 유인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데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에 묵시적으로라도 광고 내용을 연금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라면 광고내용이 계약의 내용에 포함됐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대법원은 국가의 행위에 대한 진행이나 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약의 내용이 아니었다는 비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한다는 주장이다.

국가가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국가의 연금사기를 덮어줬다는 의혹도 쉽게 떨칠 수 없다. 이번 판결 자체가 국가의 입장만을 변호하는 쪽으로 치우쳐진 판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1985년 5월부터 1991년 3월까지 약 5년11개월 동안 ‘행복한 노후보장 연금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자들에게 실버타운 건립과 우선 입주권 보장을 약속했다.

금소원에 따르면 우체국의 연금보험 상품은 1984년 ‘노후 생활의 집’ 추진 계획은 국무회의 통과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았고, 우체국은 이를 근거로 홍보·판매됐다. 1985년에는 이천과 여주에 후보지가 선정됐다. 1986년에는 건물 설계를 조치하는 등 국가가 토지매입과 설계 및 건설추진 등을 확정했다.

당시 우체국은 노후생활의 집 이용에 관한 안내서에 “이 보험에 가입하신 계약자는 장차 체신부에서 건립하게 될 ‘노후생활의 집’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권을 드립니다”며 “다만 입주자격의 부여는 따로 체신부(현 우체국) 장관이 정하는 조건에 의합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로 바뀌면서 시행이 미뤄졌고, 기존의 계획은 무산됐다. 실버타운은 끝내 단 한 곳에서도 건립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체국은 이 사실에 대한 내용을 연금보험 가입자들에게 한 번도 안내하지 않았다.

연금보험 가입자들 대부분이 ‘만기’에 이르러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입주를 요구했지만 우체국은 “약관에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했다. 보상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 1985년 우체국(전 체신부)가 판매한 '행복한 노후보장 연금보험' 안내문

민원제기 이어 소송까지 갔지만

그러던 중 한 연금보험 가입자가 합의배상요구 1인 시위를 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소송 전쟁이 시작됐다.

소송싸움 또한 쉽지 않았다. 2011년 제기한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로금 500만 원의 요구 내용이 포함된 소송은 2012년 기각됐다. 연금 약관과 계약 청약서에 ‘노후 생활의 집’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또 다시 문제가 된 것이다.

이후 2013년 2심에서 가입자들의 주장이 일부 수용돼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지만 가입자들은 보상금액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지만 결국 우체국의 승리가 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2011년 ‘우체국 연금보험상품 판매 부 적정’으로 우정사업본부장을 주의조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12년 ‘광고내용은 소비자와 우체국 간에 보험혜택 이행을 위한 약정으로 볼 수 있고, 광고내용의 불이행은 계약 불이행의 문제’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우체국은 이 사태를 수수방관하며 보상을 차일피일 미뤘고, 관련부처장관 역시 우체국으로 그 책임을 떠넘기며 방치하다 이번 판결에까지 이른 것이다.

금소원 관계자는 “우체국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돼 이를 믿고 가입한 가입자들만 허공에 내몰리게 됐다”며 “대법원의 편향적인 판결로 경제적 약자인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뒀다”고 말했다. 정부의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 판매로 인한 문제 발생, 불완전판매와 책임회피로 인한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이를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설명이다.

또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우체국이 아닌, 민영보험사에서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지금과 같은 동일한 판결이 나오겠는가”고 반문하며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도 우체국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우체국 관계자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과거의 일들을 일일이 알고 있기가 힘들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내려진 판결인 만큼 대법원의 판결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소원의 항의 사실을 알고 있고, 그 내용도 알고 있다”면서도 “금소원의 주장보다 대법원의 판결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에 대한 해명이나 대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과거 매입된 토지는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오래된 일이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추가 답변은 오지 않았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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