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강조한 상품 홍보 눈쌀
방송 중단해 문제없다는 태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CJ오쇼핑(대표 이해선·변동식)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방송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화상 과외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에서 ‘과외 예찬론’을 늘어놓은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정부가 나선 시점에서 이 같은 방송이 전파를 타자 법으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행학습금지법’이 통과될 만큼 사교육에 대한 경계가 한껏 높아진 가운데 이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오너 부재 상황에 대한 감정이 들어간 반정부 행보라는 의혹도 등장했다.
현재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사교육비를 17조 원 이하로 줄이겠다며 ▲공교육 정상화 ▲방과후 교육 강화 ▲대학입시 부담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CJ오쇼핑은 문제가 된 과외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과외를 하지 않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혼자서 하는 공부는 쉽지 않다’, ‘서울대학교 신입생들의 86%가 사교육을 경험했다’ 등의 말로 공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또 ‘컴퓨터만 가지고 있다면 명문대 재학생으로부터 1대 1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특정 학교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조성할 수 있는 말과 특정 대학을 거론해 입시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이 상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다.
논란을 일으킨 상품은 지난해 10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CJ오쇼핑 뿐만 아니라 롯데홈쇼핑, 홈앤쇼핑 등 업체별로 총 19차례 방송을 통해 수천 건씩 상품이 판매됐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인터넷 강의 상품은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이것이 방송에서 홍보될 때와는 상당한 파급력 차이가 있다”며 “인터넷 강의는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홍보 문구를 찾아 읽지만, 방송은 다르다”고 말했다. 긴 시간 동안 다각도로 여러 가지를 보다 깊게 설명할 수 있는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과외’는 불안감을 더 크게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TV 광고에서도 이러한 성격의 광고는 본 적이 없어 더 충격이 크다”면서 “일반적으로 봐왔던 ‘교육’관련 광고들보다 공교육을 더 불신하게 만들고, 이것이 꼭 필수적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므로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현재 CJ오쇼핑을 비롯한 업계는 모두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문제가 된 방송 내용을 토대로 심의에 들어간 상황이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1~2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 후에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홈쇼핑의 과외 판매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방침임을 밝혔다.
방송을 본 누리꾼들 중 일부는 “상품의 객관적인 효과 입증이 어려운 공부가 홈쇼핑에서 판매돼 놀랐다”며 “과장된 홍보 멘트로 과외를 해야한다고 부추기는 모습을 보고 돈이 없으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CJ오쇼핑은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더 이상의 논란거리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인터넷 강의는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 않냐”고 반문하며 “해당 방송은 더 이상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의에 들어갔고 사회적인 논란을 만들었지만 현재의 ‘방송 중단’ 상황만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추가 연락을 통해 “사교육을 조장하거나 공교육을 비방할 의도 없이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가정에 유용한 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앞으로 오해의 여지를 없애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