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노무현 ‘낙하산 전쟁’ 막후
박근혜-노무현 ‘낙하산 전쟁’ 막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3-17 10:42
  • 승인 2014.03.17 10:42
  • 호수 1037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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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 물거품” 결국 정권의 회전문 인사

공공기관 포진 친박 114명·친노 인사 149명 ‘맞불’
野 “낙하산 중단해야” 與 “참여정부도 무더기 낙하산”

▲ <뉴시스>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핵심 과제 중 하나가 공공기관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비장한 어투로 공공부문 개혁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근절을 약속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미 새누리당 출신이거나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전 정권 출신들도 대거 낙하산 영접을 받아왔다. 이에 [일요서울]은 민병두 민주당 의원과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금융권은 물론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차 불거지면서 감사와 사외이사에 대한 전문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정상화’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대통령에게 “일정기간 관련 업무 경력이 없으면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 등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낙하산 방지책을 시행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이미 지난 1년간 무더기 낙하산 인사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채상위 25개 공공기관 중 20개 공공기관에 친박인사 34명이 임명되었다고 민 의원 측은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민 의원이 펴낸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에 따르면 114명의 친박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고 한다. 87개 공공기관에 자리잡은 낙하산 인사 중에는 새누리당 출신 55명, 대선캠프 출신 40명, 대선 지지활동 단체 출신이 32명(중복 포함) 있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장 재직 중 ‘용산참사’ 철거민 농성 진압을 지휘한 전력으로 논란이 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임원 자리를 약속받고 지난해 10월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또한 이들 중 새누리당 출신이 55명(48/2%)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등 대선 캠프 출신 40명(35.1%), 대선지지 단체활동 등 기타 32명(27.2%),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14명(12.3%) 순이었다.

▲ 부채 상위 25개 공공기관 기관장·감사·이사 친박 인사 현황 (2012년 결산 기준, 단위: 백만원) <자료=민병두 의원실>

X 묻은 X가 X 묻은 X를 흉보는 격

이에 맞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노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149명이다.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 열린우리당 당료, 청와대, 2002년 대선캠프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공개한 노무현정권 낙하산 인사에는 17대 총선 및 지방선거 낙선자로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이헌만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이해성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열린우리당 당료 출신으로 고(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포함됐다.

청와대 출신으로는 권영만 전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장준영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친노 인사로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손동호 전 서울올림픽파크텔 사장 등이 포함됐다.

민 의원은 “기관장, 감사, 이사에 머물렀던 ‘낙하산 인사’가 사외이사로까지 범주를 넓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친박 인사들의 규모와 실체가 ‘친박 인명사전’ 2집, 3집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참여정부는 2004년 17대 총선과 2006년 5·31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인사들, 공천 탈락 인사들을 전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로 대거 배치했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같은 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명단에는 친박이 아니라 친이(친이명박)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는데 이것만 해도 민주당이 얼마나 허위로 급조된 맹탕 사전을 내놨는지 가늠할 수 있다”며 “능력을 갖춘 분,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분들을 낙하산이라고 매도하는 건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어느 정권도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반박이 고작 ‘너그(노무현정부)는 더 심했다’는 정도니 이를 시인한 걸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의 능률도 낮추며,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킨다는 것이다. 혁신과 미래전략보다는 인치(人治)에 의존하게 되면 경영성과도 낮아진다. 이에 따라 공기업 개혁의 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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