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男·40대 女 “서로 사랑…곧 결혼 예정”
생계형 도우미 가슴 아픈 사연… 남성들 홀린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노래방 도우미가 서민가정파탄의 원흉으로 떠오르고 있다.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등은 가격이 비싸 쉽게 가지 못하는 서민 가장들이 2만 원이면 여성을 부를 수 있는 노래방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정형편으로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온 여성들의 사연은 남성들의 마음을 녹인다. 그러다보니 손님과 노래방도우미가 눈이 맞아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김모(61)씨와 윤모(42·여)씨가 바로 그 경우다.
“우리 이혼하자.”
A씨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남편 김모(61)씨가 던진 말이다. 당황한 A씨에게 김씨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당당한 모습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김씨가 사랑한다는 여자는 다름아닌 노래방도우미 윤모(42·여)씨였다. A씨는 황당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 “월 300만 원 지출 노래방 차릴 것”
김모(61)씨가 노래방에 발을 들인 것은 꽤 오래전 이야기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노래방을 들락거렸다. 월급이 고스란히 노래방비와 술값으로 나가는 바람에 아내에게 원망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가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씨가 우연히 만난 노래방도우미 윤모(42·여)씨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7월 중순께 김씨는 동료들과 술 한 잔 마시고 항상 그랬듯이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원수에 맞게 도우미 여성을 4명 불렀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윤씨였다.
김씨는 윤씨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윤씨는 다른 도우미들과 다르게 옷차림도 수수한 편이였고 수줍음도 많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스킨십에 나서지도 않았고 김씨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김씨는 윤씨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래방을 들락거렸다. 하루에 3번 넘게도 찾아갔다. 그리고 항상 윤씨를 지목했다. 알고 보니 윤씨는 ‘생계형 도우미’였다. 사연을 알게 되니 더 안쓰럽고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 김씨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올 초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관계지속을 위해 김씨의 카드 값은 한 달에 30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이를 발견한 아내와의 다툼 끝에 김씨는 이혼을 선언했다. 김씨는 아내에게 “너보다 훨씬 좋은 여자다. 드디어 내 짝을 찾았다. 빨리 도장 찍고 끝내자”고 큰소리 쳤다. 김씨는 “윤씨는 보기 드문 순수한 여성”이라며 “가정을 위해 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고 예뻤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이혼하고 나면 새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래방을 차려 남은 인생 즐겁게 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아내 A씨는 현재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다.
여자 “애들 위해 시작 불륜이 아닌 사랑”
가정주부였던 윤씨는 남편, 두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5월 자영업자였던 남편의 계속되는 적자에 결국 가게 문을 닫고 난 뒤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남편이 공사장에서 일당을 받으며 일했지만 생활비가 부족했다. 집세와 두 자녀의 등록금과 생활비가 모자라 적금을 깼지만 그것도 1년 만에 바닥이 났다.
결국 윤씨도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무료생활정보신문 구인구직난에서 ‘노래방 도우미’ 구인 글을 발견했다. ‘고수익 보장’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윤씨는 유혹을 참아내고 직업소개소에서 일을 소개 받아 가정집, 식당, 병원 등 가리지 않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당 3만5000원으로는 생활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 같이 일하던 동료 여성들로부터 노래방 도우미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 일도 쉽고 스킨십도 적고 돈도 많이 번다는 ‘악마의 속삭임’에 윤씨는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한 번 노래방으로 나갈 때마다 1만5000원을 벌었다. 하루에 3번만 나가면 4만5000원을 벌 수 있었다. 남자들과의 스킨십은 어려웠지만 돈을 보고 윤씨는 이 일을 계속했다. 낮에는 청소,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를 하니 수입도 제법 만족스러웠다. 남편에게는 마트에서 일을 한다고 속이고 계속해서 일을 했다. 그러다 김씨를 만났다.
윤씨는 “지켜주겠다는 말에 감동 받았다”며 “김씨로 인해 나도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씨 역시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했다. 남편과 시댁에서는 ‘불륜녀’라며 난리가 났다. 그러나 윤씨는 “불륜이 아닌 사랑”이라며 “육체적 관계만이 아닌 정신적 교감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함께한 배우자 배신 미화해도 ‘불륜’
윤씨와 같은 생계형 도우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낮에는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볼 수 있고 밤에는 돈을 벌 수 있는데, 그 액수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도우미로 나서는 여성들을 생계형 도우미라고 부른다. 이들은 룸살롱이나 안마소에서 옮겨온 여성들보다 남성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가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는 사연에 남성들의 보호 본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계형 도우미와는 하룻밤의 불장난이 아닌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또 2만 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여성 도우미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노래방 도우미는 서민가정의 새로운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노래방 도우미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놀 수 있어 술자리 마다 이용한다”라며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도우미들과 눈이 맞아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 A씨는 “본인들이 아무리 미화시키려 해도 유부남과 유부녀가 눈이 맞아 가정을 버리는 것은 불륜”이라고 “결국은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잘못된 행동”이라며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을 함께해온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처 주면 결국 후회할 것”이라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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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