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김현철 경남도지사 출마설’ 내막
통합신당 ‘김현철 경남도지사 출마설’ 내막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3-17 09:30
  • 승인 2014.03.17 09:30
  • 호수 103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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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대항마로 내세우려다 문전박대…

▲ <뉴시스>
합당 전 논의돼 폐기됐던 출마설 되살아난 이유
“YS 와병 중, 그러나 항상 내편이었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한동안 꺼졌던 ‘김현철 경남도지사 출마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사진)가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으나 통합신당에선 ‘불출마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흘리고 있다. 이는 친노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통합신당 당권파와 비주류 등에서 김 교수를 향해 ‘러브콜’을 지금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친노를 견제하려는 비주류의 일방적인 ‘액션’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남도지사 선거에 친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비노에서는 ‘김현철 경남도지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내막을 따라가 봤다.

민주당 내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양대 교수를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시키는 안이 논의됐다. 이 안은 김한길 대표에게도 보고됐고, 당내에서 자체 지역 여론조사도 벌였다고 한다.

실제로 당에서도 김 교수를 만났다. 설 연휴 직전 민주당 관계자들이 김 교수를 찾아가 출마를 권유했던 것이다. 출마를 권유한 배경에 대해 통합신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당 대 당 통합을 얘기하기 전에 출마를 요구했다. 이는 친노를 견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친노 인사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공천받는 것이 마땅찮은 비노에게‘김현철 카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 전 출마 거론 배경

당시 민주당은 김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동서화합 및 민주세력 재결집, 김 교수의 경쟁력, 부산·경남 지역에서 YS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출마를 요구했다고 한다. 김 교수가 나서면 김 본부장과의 맞대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논리였다. 또한 ‘친노 견제’ 차원이라는 정세 분석도 김 교수와의 ‘스킨십’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교수에게 ‘김 본부장과 경선을 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김 교수는 “제안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상도동(김 전 대통령)과 상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을 유보했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교수는 “경선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민주당 매커니즘을 전혀 알지 못하는 데 지역위원장과 경선을 붙인다면 그 결과가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들러리가 될 게 뻔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한 제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뒤집어 보면 김 본부장과 경선을 할 경우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추대’를 원했던 것이다.

실제 김 교수에게 경선은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봉하로 내려갔을 때 김 본부장도 봉화로 내려갔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고, 서거 이후에도 권영숙 여사 곁을 지켜왔다. 친노로선 김 본부장에게 마음의 빚이 많은 만큼 김 본부장을 적극 지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김 교수는 친노 결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나서지 않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상도동계에서도 김 교수의 출마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도동계들은 김 교수가 지난 1997년 한보그룹 특혜 대출 사건으로 구속된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결국 비노 측에서 생각한 ‘김현철 카드’는 무산될 듯했다.

“불출마 의지 확고하다”

▲ 김영삼
그러나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당 대 당 통합을 선언함에 따라 야권 정치 지형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기류는 또 다시 달라지고 있다. ‘김현철 경남도지사 출마’ 카드가 폐기처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노 의원실 한 관계자는 “통합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정강정책 통합모델 등을 놓고 친노-비노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게 당내 현실”이라면서 “비노 측에서는 친노 인사인 김 본부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 교수의 출마설을 계속 흘리고 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게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해서 확고해지는 것이 아니잖느냐. 주변에서 출마를 요구하면 불출마 뜻을 접을 수 있는 게 정치다. 따라서 김현철 카드는 살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노에선 김 본부장을 견제하기 위해 여전히 김 교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와 지역 언론에서 김 교수 경남지사 출마설이 흘러나오거나 보도되고 있다. 또 김 교수와 신당 인사들이 접촉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미 다 지난 얘기다. 불출마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제한 뒤 “동서화합·민주세력 재결집, 그리고 경쟁력 등이 작용해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이번 선거는 어떤 경우라도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이후 신당으로부터 출마를 권유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교수는 “출마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언급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함구했다.

다만 경남도지사 불출마에 대한 입장은 확고히 하면서도 신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신당 창당이 되면 여야 구도가 양당체제로 진용이 갖춰진다. 그러나 현재 신당만으로는 세력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보수진영 중에서도 신당과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런 세력을 흡인할 수 있는 신당의 역량이야말로 앞으로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결정적인 팩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하지만 바로 그런 역할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 본부장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의 '김 교수 짝사랑'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상도동에서 경남도지사 출마를 반대했다는 얘기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그는 “아버지는 제가 어떤 정치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결코 반대하시지 않을 것”이라며 “아버지는 저의 결정을 묵묵히 지켜보실 것이다. 비록 와병중이시지만 저를 항상 굳건히 지켜주신다”고 말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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