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면 전환위해 권영세·최경환 하마평 ‘솔솔’
선거 후 정몽준 남경필, 유정복 보은성 개각?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안철수 새정치추진연합 위원장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신당합당 선언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야권 지지율이 오르는 등 세 결집 현상이 일어나면서 정국 현안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국정원 증거조작으로 굳어지면서 국정원 개혁과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 파면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여권내조차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해 박근혜 정부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지방선거 국면전환 차원과 국정쇄신 차원에서 남 원장을 교체하는 동시에 그동안 구설수에 올랐던 정부 부처 1~2개를 포함, 소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또한 ‘중진 차출’에 대한 당근책으로 내놓았던 ‘총리·장관 내정’ 등 몇 몇 인사에 대한 보은성 인사까지 겹쳐 지방선거 후 2차 개각설도 함께 나오고 있다. 그 진상을 알아봤다.
2012년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도마위에 올랐던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건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가까스로 넘겨 생명을 부지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2차 간첩조작 사건의 파고는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단 신당 합당 선언으로 정국 반전에 성공한 야권 진영은 남 원장 사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남재준·현오석 사퇴
친박주류도 요구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3일 “남 원장 해임 등 국민이 납득할 즉각적이고도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남재준 원장 해임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에서 ‘해임’ 정도가 아닌 ‘파면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집권 여당 내 친박 주류와 비주류까지 가세하면서 남 원장을 압박했다. 친이계 비주류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 심 최고는 “국정원의 철저한 쇄신을 위해서 남 원장의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친이계 비주류 뿐만 아니라 친박계 주류에서도 거들고 나섰다. 친박계 주류인 4선 중진의원인 정갑윤 의원 역시 같은 날 “국정원발 민심 악화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면서 “국정원 수뇌부의 쇄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의원은 5월에 열리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완구 의원과 양자 대결 구도를 벌이고 있는 인사로 차기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인 서청원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발언에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인천시장에 나선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사실상 남 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책임론’이 친박계 주류로 확산되고 있다. 남 원장의 교체설이 가시화되면서 후임으로는 권영세 주중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남 원장만으로는 지방선거를 맞이해 박근혜 정권의 국면전환용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1~2개부처 장관이 더 교체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해당 인사로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와 관련 ‘어리석은 국민’이라고 말실수를 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현오석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야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현 재정부 장관과 유사하게 여수 기름 유출 사건 때 부적절한 언행으로 중도하차했다. 황 법무장관 역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으로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남 원장과 함게 동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의원실 한 인사는 “여당내에서 이미 남재준 사퇴는 시간상의 문제이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방선거전에 털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 장관 후임으로 최경환 원내대표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중진차출론? “낙선해도 갈 곳 있다”
한편 지방선거를 맞이해 ‘중진 차출론’의 대상으로 꼽혔던 인사들이 대거 나서면서 낙선할 경우 청와대가 ‘보은성 개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6.4 지방선거 이후가 될 전망으로 해당 정부 부처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서울시장으로 차출된 정몽준 의원과 경기도지사로 차출된 남경필 의원 그리고 인천시장으로 차출된 유정복 전 장관이 올해 하반기 입각 내지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 의원은 그동안 서울시장보다는 차기 대권에 방점을 찍고 정치적 행보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 메신저’로 알려진 서청원 의원, 홍문종 사무총장 등 친박 주류의 ‘차출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51년생인 정 의원으로선 2017년 대선 때에는 67세다. 차차기인 2022년에는 72세로 고희의 나이에 접어든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고령의 나이에 대권 도전을 한다는 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시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시장이 되면 5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나선 배경에 정치권에선 ‘총리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통합 신당후보로 나선 박원순 시장의 경쟁력이 만만찮은 가운데 만약 본선에서 떨어질 경우 청와대에서 총리직을 통해 차기 대권 주자로 대권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약속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남경필 의원 역시 유사한 경우다. 남 의원은 경기도지사보다는 원내대표 선거에 더 관심이 많았다. 남 의원은 ‘중진 차출론’이 한창이던 3월초 한달 내내 해외 일정을 잡아놓고 ‘중진 차출론’에 비껴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권이 단일정당으로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남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한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급기야 도지사 출마쪽으로 선회했다. 남 의원 역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할 경우 청와대로부터 ‘장관직’을 내정 받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인천 시장으로 나선 유 전 장관은 더 기막힌 상황이었다. 유 전 장관은 경기도지사나 인천시장에 나서지 않기 위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참모를 기초단체장 후보로 내보냈다. 또한 자신이 데리고 있던 박찬우 전 안행부 1차관의 천안 시장 출마를 묵인했다. 유 전 장관이 출마를 한다면 참모나 차관을 지방선거에 내보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전 장관이 얼마나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의 지역구인 경기도 김포는 한때 인천시 행정구역이었지만 현재는 경기도 지역으로 인천과는 무관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전 장관이 인천 시장으로 출마한 배경에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강력한 ‘당근’과 ‘채찍’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유 전 장관은 과거 박근혜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떠날 경우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아들의 불의의 사고로 심신이 피곤한 김 비서실장이지만 “직을 맡으면 1년은 한다”는 평소 지론으로 묵묵하게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8월이면 1년을 채우는 김 실장으로선 청와대를 떠나는 데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자리를 인천시장선거에서 낙마할 경우 유 전 장관이 채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은성 개각 여권 일각 부정적 시각
이처럼 ‘보은성 인사’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지방선거용으로 ‘차출’을 단행함으로써 부득이하게 ‘당근책’을 내놓은 기형적인 인사라는 비판이다. 친박계 출신 의원실 한 당직자는 “애초부터 중진 차출론으로 후보자를 몰아세워 내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떨어진 사람을 다시 내각에 들여놓는 것도 볼썽사납다”면서 “막상 개각이 이뤄지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지방선거에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한 인사는 “지방선거를 맞이해 지난 대선처럼 친이 친박 가릴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 성공을 위해 함께 뛰어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회유’와 ‘압박’을 통해 출마와 불출마를 결정하는 모양새는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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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