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이 생각을 동료 소대장 송석주씨에게 살며시 내비쳤다. 그러자 송씨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라며 반문했다. 그런데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들어 맞고 말았다. 탈출한 훈련병들 3명이 그곳에서 20대 자매 두 명을 강간하는 등 난동을 부렸던 것. 한 번은 인천에 일이 있어 나갔을 때였다. 김씨는 문득 ‘밤사이 우리 애들이 난동을 피워 탈출하면 어쩌나’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밤에는 실미도 부대와 육지의 본부간에 통신이 되지 않아 아무도 실미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가 없었던 것. 불행히도 김씨의 예감은 또 맞고 말았다. 24명의 훈련병들이 교관과 기간병을 죽이고 부대를 탈출한 것. 사건 당시 김씨는 본부 복귀명령을 받고 실미도 부대를 떠났었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사건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김씨는 “사건이 터진 날 김포에서 정기 낙하훈련을 위해 수송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수송기 가 오지 않았다”며 “잠시후, 사병이 들어와 훈련이 취소됐다고 말해 왜 취소냐고 물었더니 인천 송도쪽으로 무장공비들이 들어왔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베레모를 썼는지’, ‘개구리 복을 입었는지’를 사병에게 물었다. ‘그렇다’는 답변을 들은 김씨는 ‘우리 애들이구나’라는 확신이 섰다. 김씨는 실미도와의 통신이 사건 전날 밤부터 끊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부에 알렸다. “오소리(실미도부대 작전명) 애들입니다.”아마 ‘첫 보고’였을 것이라는 김씨는 “그곳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실미도는 훈련병과 교육을 시킨 기간병 모두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곳”이라고 회상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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