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직격인터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3-10 15:17
  • 승인 2014.03.10 15:17
  • 호수 1036
  • 6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행복교육의 핵심이죠”

‘학생인권조례 개정’ 불만 시행과정에 반영할 것
“학교폭력은 사회가 정상적일 때 해결될 수 있어”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선거에서 문용린(당시 65·서울대 명예교수) 후보가 54.17%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15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문 교육감은 학생들이 꿈과 끼를 발견하고 마음껏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인 ‘행복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론 ‘학생인권조례 개정’,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잡음도 있었다. ‘교권 회복’, ‘학교폭력 추방’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이 남아 있다. [일요서울]은 임기를 3개월 남긴 문 교육감을 만나 서울시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보궐선거 당선 이후 교육감의 업무를 수행했다. 임기에 비해 짧은 시간이었는데,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반대로 짧은 시간 내에 해낸 것이 있다면?
– 우리 학생들 중에는 학교부적응이나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학업 부진, 경제적 빈곤, 문화적 소외, 가정불화 등 복합적인 원인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개선해 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취임 초부터 위기 학생들에 대해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복합적 요인들을 치유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1년이라는 기간은 이러한 사업의 성과가 드러나기에는 짧은 기간인 것 같다. 올해는 학교부적응이나 학업중단 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을 조금 더 강하게 추진하고자 한다. Wee스쿨 설립이나 방송통신중 개교 등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짧은 기간에 해낸 것으로는 ‘일반고 점프업’을 말하고 싶다. 일반고 점프업을 위해 거점학교를 지정하고, 여러 가지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몇 가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리에 정착시켜 지난해 1137명의 학생이 24개의 거점학교에서 자신의 꿈과 끼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많은 결실을 얻은 바 있다. 올해에는 거점학교를 31개로 확대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 그동안 '행복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행복교육'이란 무엇인가?
– 교육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갖고 있는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교육의 목적을 ‘성공’이 아닌 ‘행복’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삶을 산다는 것, 현재를 즐기고 원하는 길을 개척할 줄 아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것, 바꿔 말하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줘 지금 공부가 힘들고 어려워도 견뎌낼 수 있게 만들자는 게 내가 강조하는 ‘행복교육’의 핵심이다. 행복교육은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가 논란이 됐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교육감 생각은?
– 교육부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에 있어 오류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층적으로 검토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혼란을 고려해 다시 국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지 않겠나. 기본적으로 검인정 교과서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의 선정과 채택에 검정제도가 문제없이 정착되어 있다면 국정체제로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교과서를 두고 특정교과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쟁이 심화된다면, 적어도 한국사교과서는 ‘국정이 필요하지 않겠나’하는 정치권의 문제제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 취임 이후 학생인권 조례가 개정됐다. 개정안 내용에 대해 학생, 학부모 등의 불만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현행 조례가 지나치게 학생 개인의 권리에 중점을 둬 학교 현장에서 구성원 간에 일부 갈등이 있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타인의 권리보호라는 측면을 새롭게 도입해 학생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있게 실현하고자 했다. 또한 현행 조례에서 간과한 학습부진 학생, 북한이탈 학생, 미혼모 학생 등 소수자 학생들의 교육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을 추가해 학생인권의 범주를 확장했다.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생,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인권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관점에 따라 불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례가 개정된다면 이런 의견도 감안해 시행과정에서 반영토록 하겠다.

▶ 교권이 땅이 떨어진 지 오래다. 교권 회복을 위해 진행한 사업이 있다면?
– 약화되고 있는 교권의 회복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선생님들의 교육권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3월 우리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 학생지도와 교권침해로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들께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을 함께 존중하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11월에는 학습권과 교육권 보호를 위한 ‘교권존중 길라잡이’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한 바 있다. 또 5월 6일 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지원센터 및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소해 교권침해 피해교원에 대한 각종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상담 및 심리치료도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교육청의 2013학년도 1학기 교권침해 건수는 작년 1학기 대비 30% 감소했다. 작년 9월에는 성북교육지원청이 교육부 ‘교권침해 피해교원 치유지원’ 시범교육청으로 지정돼 치유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한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교육청에서는 학생과 교사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더 많이 노력하겠다.

▶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 작년 국정감사 시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과도한 특혜 축소 요구가 있었고, 교육부에서도 수의계약 범위를 센터와 일반 업체 차등적용으로 인한 특혜 및 불공정행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있어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시 1인 견적 수의계약 범위를 교육부 지침인 1000만 원 이하로 통일했다. 또한 과다한 친환경 식재료 권장 사용비율로 인한 계절별 친환경 식재료 수급 및 다양한 식단 구성 어려움 등 학교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 권장사용비율을 공립초 70% 이상, 중학교 60% 이상에서 초·중 동일하게 50% 이상으로 완화하고, 그 외 농산물은 GAP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개선했다. 그동안 학교에서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할 경우 학교가 책임 있는 업체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데 주체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고 센터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면서도 식재료 공급에 따른 과다한 수수료를 징수한 점, 유통구조의 복잡함으로 인해 식재료를 비싼 가격에 공급한 점, 친환경 농산물 공급업체의 독과점적 운영 등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된 바 있다. 센터의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올해 학교에서 식재료를 구매할 때 센터 이용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은 급식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식재료 등의 조달방법 및 업체선정 기준에 관한 사항을 학교급식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학교의 선택권과 자율권을 부여한 조치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 혁신학교를 둘러싸고 예산갈등 문제가 있다. 혁신학교 지원, 운영,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 그동안 혁신학교 예산을 교당 평균 1억4000만 원으로 과다하게 지원함으로써 예산 집행 결과, 방만한 사용과 일반학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해 이를 적절하게 조정·편성한 것이다. 혁신학교 운영예산은 줄어든 것이 아니고, 그동안 과다 지원했던 것과 우리교육청의 재정상황 등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조정한 것이다.
올해 혁신학교는 학교장 중심의 자율적·민주적 학교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내실화하고 체계적인 성과 관리를 통해 혁신학교 본연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예산 집행 및 운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예산·편성집행 관련 지침을 세분화했다. 이는 혁신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편성 지침을 통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교육청은 혁신학교가 학교장 중심으로 학교공동체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력을 증대하고 학교문화개선을 통해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결과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학교혁신은 예산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 교육정책이 아직도 경쟁중심체계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학교'가 불가능한 건가?
– 현 교육체제에서 경쟁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고통 일변도의 경쟁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 학생들은 고통스러운 공부를 고통스럽게 감내하면서 대부분 학창 시절을 보낸다. 따라서 학교는 고통스러운 곳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학교’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학교’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교육이 미래의 성공을 위해, 무조건 현재의 고통을 참는 ‘고진감래형 공부’를 강요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초등학생부터 심지어 대학생까지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좋은 상급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수능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 우리 학생들은 행복을 유보한 채 고통스런 공부를 강행한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고통을 참는 고진감래형 공부가 아니라, 희망과 꿈, 비전을 품고 그 비전을 향해 공부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역경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아닐까? 사람은 행복할 때 공부도 잘 되고, 성장과 발달의 교육적 효과가 크다. 학생들은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할 때 기억도 잘 되고, 추리력과 창의성도 증가하며, 문제도 잘 풀고, 주의집중도 잘 돼 오히려 학습 성과가 커진다. 우리교육청의 화두인 ‘행복교육’이 뿌리 내린다면, 학교는 즐거운 곳이 된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학교, 불가능하지 않다.

▶ 학교폭력, 성폭력 등 학생들이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학생들을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막기 위한 해결책이 없나?
– 학교폭력의 근원적인 해결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모두 제자리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우리교육청에서도 학교폭력 근절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신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학생들이 만나는 시기여서 우리교육청에서는 월 1회 이상 학교폭력 예방 교육실시, 학교폭력 예방 등굣길 캠페인 전개, 3월 만남-소통-친교의 달 운영 등을 통한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안전한 학교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학교전담경찰관, 학교보안관 배치, 고화소 CCTV 설치, 학교방문 등록제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청·경찰청·가정법원 등 다양한 유관기관과 협력해 공동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행복한 학교생활'을 돕기 위해 만든 것이 'Wee프로젝트'다. 하지만 잘 만들어 놓고도 전문인력부족, 지원예산부족 등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위프로젝트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 서울에는 17개 Wee 센터를 설치했으며, 학교폭력피해자전담, 학업중단숙려제, 복합위기지원 등의 특화 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의 심각한 위기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모든 학교에 Wee 클래스를 설치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에 여유 공간이 없어서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교육청은 교육지원청별로 Wee 센터에서 Wee 클래스 미설치교에 담임 전문상담사를 지정하고 상담 지원을 하고 있으며, 위기 상황별 특화 Wee센터도 운영해 Wee 클래스 상담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향후 Wee 클래스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학생들의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역 등에 Wee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 Wee스쿨은 잣나무 숲 속에 자연친화형으로 건립해,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치유가 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관계 부서의 역량을 모두 모을 계획이다. 프로그램 운영 면에서도 타시도의 경우는 장기 대안교육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비하여 서울 Wee 스쿨은 Wee 클래스, 센터 상담과 병행하는 학생 부적응 문제 유형에 따른 맞춤식 단기 심화교육을 운영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교육은 온 국민이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큰 문제가 교육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모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함께 키우는 행복교육을 위해 서울시민 모두의 협조를 구하고 싶다. 언론에서도 많이 도와 달라.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