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①]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유한킴벌리 ①]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3-10 14:07
  • 승인 2014.03.10 14:07
  • 호수 1036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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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없는 Y-K모델…1등 기업으로 우뚝

<뉴시스>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마흔 다섯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윤리경영’과 ‘상호신뢰’, ‘기술혁신’ 3박자 리듬을 타며 1등으로 성장한 유한킴벌리(대표 최규복)이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 유한양행과 미국의 킴벌리클라크가 합작으로 설립한 생활용품 기업이다. 유한킴벌리는 합작사인 미국 킴벌리클라크의 위탁을 받아 중국과 홍콩, 대만 등 투자 기업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는 혁명가였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25살 때 이미 백만장자가 됐다. 대학 때는 미국 대학생으로 기미독립운동에 참여했고 한국에 전 재산을 가지고 들어와 유한양행을 창립했다.

유한양행은 창업 초기에 이미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했다. 유일한 박사는 1938년 문제의 외국인으로 지목돼 경영 일선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유한양행을 지킬 경영자가 있었고, 종업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박사는 은퇴 당시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조권순에게 사장직을 물려줬고, 개인 재산은 환원했다.

인원감축 NO! 독특한 시스템 개발

여성용품 업계를 개척한 유한킴벌리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독주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만이었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세계 굴지의 여성용품 업체들과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1970년대 80%에 가깝던 시장 점유율은 1995년 18%대로 떨어졌다. 심지어 적자를 내는 부분도 생겨났다.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경영진과 종업원간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노사 분규가 끊이지 않았고 생산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회사의 존폐가 걱정되는 엄청난 위기 상황이었다.
어려움은 다른 분야에서도 두루 나타났다.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나던 유아들도 40만 명 정도로 감소하면서 유아용품을 30% 가까이 생산하던 유한킴벌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경영진은 모든 걸 내놓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뼈를 깎는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됐다. 모든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인원감축이었다. 물건이 팔리지 않자 재고가 쌓이고, 일감이 줄어드니 직원을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인원감축을 절대 하지 않았다.

그 때 도입된 것이 ‘Y-K모델’이라는 독특한 경영 모델이었다. ‘평생학습조’와 ‘예비조 생산방식’이라는 유한킴벌리의 경영 모델 탄생한 배경이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노조도 1998년 마침내 이 방식을 받아들였다.

이후 ‘Y-K모델’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제품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시장 점유율 1위를 회복했다. 안전이 강화돼 산업 재해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놀랍도록 향상됐다. 과로에서 벗어난 근로자들은 충분히 휴식한 뒤 작업장에 투입됐다. 한쪽에서는 그 동안 배우지 못했던 학습활동이 진행됐다. 직원들은 점점 회사가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믿게 됐다.

그 후 유한킴벌리는 5년 동안 매출이 2배로 껑충 뛰었다. 1990년대 초 51억 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이 1천억 원에 접근한 것이다. 유한킴벌리 직원들은 자신들의 직장을 아시아 최고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유한킴벌리가 다시 업계의 정상 자리를 되찾은 건 위기에 대처하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한킴벌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경영을 투명하게 바꾸고 모든 시스템을 새롭게 개혁한 덕분이었다. 경영자는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해야 한다. 필요 없을 때 직원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면 직원들도 회사를 버린다. 애정 없이 일을 하면 제품도 제대로 생산될 리가 없다.

이러한 신념 덕분에 유한킴벌리는 12개 주력사업과 400여 개 품목에서 선도적인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유한킴벌리는 재빨리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을 벗어나니 10배 이상이나 되는 동북아 시장이 유한킴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글로벌 경영이 강화된 것이다. 인력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형태로 동북아 경영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경영·상호신뢰·기술혁신3박자 리듬을 타다

대부분의 기업이 윤리강영, 행동강령을 시스템으로 갖추고도 윤리경영을 올바르게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최고 경영층과 5%도 안되는 대주주가 그 모든 시스템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그들이 먼저 변해야 100년 2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선진 기업들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갖춘 것이 기술 혁신이라고 생각했다.

유한킴벌리는 기업을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했다. 밀실경영은 물론이고 피라미드 모형으로 설명되는 고압적인 기업 조직도 과감히 바뀌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경영자와 노동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연주단원이 돼야 한다. 경영자와 노동자가 직접 소통하면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그만큼 완전한 음에 가까워질 수 있다. 아름다운 선율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유한킴벌리는 모든 종업원이 지난달 실적을 그 달 초에 알 수 있게 공개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가 경영자로부터 종업원에 이르게까지 빠르게 공유되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석 달 이상 지나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투명한 경영은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가며 회계 장부를 조작할 필요도 없다. 종업원은 주인의식이 생겨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 투명성은 직원과 주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영자의 강력한 무기다.

글로벌 메가트렌드 따라 투명경영 시대 열다

과거처럼 어떤 국영기업을 인수해서, 아니면 특별한 금융이라든가 세금 혜택을 받아서 기업을 운영하는 시대는 끝났다. 세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무시하고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국회도 존중해야 하고 경영자들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무력화되거나 경영자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사회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리가 세웠던 원칙은 쉽게 무너진다. 때문에 이런 문제를 감지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면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기업 확장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경영자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은 바로 투명경영이다. 경영주가 투명해지면 기업의 신뢰도가 상승한다.

유한킴벌리는 이 사실에 주목했다. 신뢰가 구축되면 노사 간 믿음이 생기고 노동자들이 경영자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 또한 바뀐다. 노동자는 더 이상 경영의 애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업을 이끌고 나가는 가장 핵심 세력으로 바라본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과거 편법에 길들여져 있었다. 언론에 의존하고 정부에 줄을 대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예측했다. 신뢰를 획득한 기업은 과당 광고비도 필요하지 않고 권력기관과의 관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윤리경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기득권이다. 과거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고 부정부패의 유혹을 끊지 못하는 한 투명 경영의 길은 멀 수밖에 없다. 편법은 또 다른 편법을 부르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된다. 분식회계가 회사를 좀먹고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진다.

유한킴벌리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세 가지의 개선점을 만들었다. 첫 째 경영자라면 먼저 과감히 부정부패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관행처럼 그것을 밀고 나가려는 나약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영진 스스로를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기업의 책임은 종업원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납품업체가 질 좋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여성 근로자들에게 평등한 취업의 기회를 줘야 한다.

‘지식참여경영’ 환경·경제 모두 살리자

고객을 만족시키는 책임 외에도 기업에는 크게 세 가지 책임이 더 있다.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 환경적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 사회적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 등이 그것이다. 미래의 기업 경영 철학은 이런 추세로 흘러야 하며 선진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사안이다.

그 중에서도 환경적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은 매우 중요하다. 유한킴벌리는 모든 생산 공정의 기계적 시스템을 친환경 시스템으로 바꿨다. 과거 복잡한 단계를 거쳐 처리하던 대기오염 물질이나 수질오염 물질, 폐기물 등을 보다 적은 단계를 거쳐 자원절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여러 가지 이점이 많았다. 우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공간도 절약되고 나아가 많은 부자재가 절약됐다.
유한킴벌리의 경영철학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박시은 기자>
<출처=글로벌 스탠더드│
지은이 아주대│㈜샘터사>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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