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잔치
무엇보다 이날은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현역의원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집권 당시 정부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참석해 하객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혹자는 이를 빗대어 “당시 3공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식장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유명인들이 속속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며 관심을 나타냈다.이날 결혼식에는 박 전대통령의 조카사위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박태준 전총리 내외를 비롯해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 등 3공 시절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이들은 일찌감치 앞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예식을 지켜보았다.
또 박준규·이만섭 전국회의장, 이한동 전총리, 홍사덕·이철 전의원 등 전직 의원 및 국무위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현역의원으로는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을 비롯해 송영선, 공성진, 최병국, 전재희, 박진, 진영, 권영세, 한선교, 박승환, 허태열 의원 등이 참석했다.또 방송인 김을동씨와 이정길씨, 김대중 전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홍걸씨와 서울대 황우석 교수 등도 자리를 빛냈다. 예식이 이루어진 비스타홀은 상당한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몰려든 하객들로 그야말로 빈자리 하나없이 빽빽이 들어차있었고 자리를 잡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예식장 뒤편에 둘러서서 예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표 끝내 눈물
한편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자리한 박근혜 대표의 감회는 유독 남달랐을 터였다.이날 박 대표는 당 대표가 아닌 신랑의 누나로 자리했다. 박 대표는 예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식장 앞에서 지만씨와 서영씨 등과 함께 하객들을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반가이 맞았다.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하객을 맞는 박 대표는 입가에 잔뜩 웃음을 머금은 채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결혼식이 시작되자 박대표의 표정은 입이 귀에 걸린 박지만씨의 표정과 비교되어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지난 일들이 스쳐지나가는 듯 박대표는 차마 지만씨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눈길을 피했던 것. 순간순간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박대표는 잘 이겨내는 듯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침착하려 애쓰던 박대표는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박 전대통령 내외와 그들의 어린시절 모습이 나오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감정이 북받쳐오르는지 박대표는 애써 평정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끝내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특히 박정희 전대통령 내외의 생전모습과 어린시절 청와대에서 생활하던 지만씨 모습이 상영될 때는 하객들 사이에서도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결혼식이 끝나갈 무렵 박 대표는 하객들에게 직접 사의를 표했다. 특히 “여러분의 관심으로 동생 부부는 모범적이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 뒤 “오순도순 아름다운 가정을 꾸밀 것을 믿는다”며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식장 워커힐 호텔 입구 고급 승용차 전시장 방불
이날 결혼식에는 정재계 및 학계 인사들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가족과 가까운 친지, 지인들만 초대해 식을 치르겠다던 박대표측의 당초 입장과는 본의아니게 어긋났다.워커힐 호텔로 올라가는 길에는 차량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으며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갓길에 주차한 뒤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내려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호텔 바로 앞에는 국내외의 최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색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만씨의 예식이 치러진 비스타홀은 폭 20m, 길이 35m가량의 대규모의 연회장으로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장소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비스타홀 앞에는 검정색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이 입구마다 2명씩 지키고 서있는 것을 비롯해 식장 내에도 수십명에 이르는 경호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이들은 카메라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식장에 들어가려는 일반 하객들을 제지하는 해프닝으로 가벼운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특히 개인 카메라를 들고 식장을 찾은 한 하객은 경호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팔을 뿌리치며 “하객인데 들어가지도 못하나. 이런날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며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식장내 사람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텔측에서 준비한 인당 3만원짜리 도시락을 먹었다.그러나 한 하객은 생선회 몇점과 갈비찜 한조각 등으로 이뤄진 도시락에 대해 “간편하기는 하지만 맛은 별로”라며 대놓고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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