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기업 ⑨ - 티켓몬스터
간판만 국내기업 ⑨ - 티켓몬스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3-10 13:48
  • 승인 2014.03.10 13:48
  • 호수 1036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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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소셜커머스 3천억에 외국계 품으로

2011년 100만명 회원 돌파…리빙소셜 이어 그루폰에 재매각
그루폰 국내법인 철수…티몬 사명 그대로 국내기업 위장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티켓몬스터는 한국 최초의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업체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 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하는 전자상거래로 정해진 수 이상이 구매할 경우 할인된 가격에 판매가 확정되는 방식으로 회사를 꾸려나간다.
2010년 5월, 미국 와튼스쿨ㆍ맥킨지앤컴퍼니 출신의 신현성 대표가 카이스트 출신 대학동기 2명과 함께 설립했다.

현재 직원수만 550명에 달한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 루터회관 7층~ 10층과 24층을 사용하다 올해들어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114길 38 동일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매출도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손꼽힌다.

국내 최초로 연간 소셜커머스 거래액 9000억 원(11월까지 누계)을 돌파했고,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는 등 불과 3년 만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2011년 3월 100만 회원을 돌파하고 가장 기대되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설립 1년 만인 2011년 상반기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2011년 기준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 1위 업체다.

그러나 티켓몬스터는 2011년 8월 미국 소셜커머스 회사인 리빙소셜에 매각됐다. 대주주로 있던 신현성 대표의 주식을 약 3000억 원에 매각돼 1500억 원 상당의 차익을 구한것으로 알려졌다.
리빙소셜은 2009년 미국에서 설립돼 미국ㆍ유럽ㆍ호주 등 전 세계 22개 국가ㆍ478개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소셜커머스 업체다.

하지만 최근 또 다시 매각됐다. 그것도 외국계 기업으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안착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루폰이 티켓몬스터의 새 주인이 됐다. 리빙소셜에 매각된 지 2년 만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그루폰이 지난달 7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모바일 커머스를 강화하기 위해 티켓몬스터를 2억6000만 달러(약 276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루폰의 한국지사 그루폰코리아를 철수하기로 했다. 한국 진출 3년 만이다. 대신 티켓몬스터를 키워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본사에서 임원이 나와 법인을 청산키로 했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법인 청산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결국 티켓몬스터는 또다시 외국 회사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리빙소셜은 글로벌 전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미국 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티몬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폰은 2012년 50억3800만 달러의 매출(약 5조3669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1년3월에는 그루폰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진출을 시작했으나 티켓몬스터 등 토종업체에 밀려 줄곧 업계 4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그루폰은 지난해 11월 티켓몬스터를 전격 인수, 그루폰코리아에 의존하던 국내 시장 공략 전략을 사실상 수정했다.

그루폰코리아 국내 시장 공략 전략 수정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루폰 CEO도 “중요한 목표는 티몬이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1위에 오르도록 그루폰코리아가 어떻게 돕는지 여부"라고 밝혀 티몬을 전면에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양사의 합병 절차는 내년 상반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합영을 승인하면 티켓몬스터는 그루폰의 100% 자회사가 된다.

합병 이후에도 티몬이 자체 브랜드를 유지하지만 그루폰코리아에는 임직원 200여 명에 대한 고용 승계 계획은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내부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티몬은 이번 합병으로 그루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전자상거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로 말미암아 소셜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번 M&A로 시장 구도에 지각변동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가 3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치고 나가면서 나머지 업체들도 속내가 복잡할 것”이라며 “업계 꼴찌인 그루폰코리아가 2위 티몬과 손잡은 것 자체가 ‘우리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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