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경제 징크스
울고 웃는 경제 징크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3-10 13:45
  • 승인 2014.03.10 13:45
  • 호수 1036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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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도 속절없이 당하는 소문의 힘

정확한 이유는 추측만 존재…논리는 없다?
특정주가 저주설부터 美 슈퍼볼 징크스까지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에도 징크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이 중요한 공사를 결정할 때, 논리와 계산 이외의 요소는 조금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과학적인 근거에만 입각해 일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때론 미신 아닌 미신에 시달린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한 징조들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징크스가 따라 다닐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투자자 사이에선 “지금 왜 이 주식을 샀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잘못된 투자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이 믿는 유일한 진리이자, 성공 투자의 기본 법칙이다.

하지만 논리적인 접근법만으로 무조건 성공을 장담할 만큼 주식 시장은 만만치가 않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징크스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징크스란 존재는 재계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출처가 어디인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까닭이다.
같은 맥락으로 징크스에 휘말린 기업의 총수들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힘의 작용으로 표정을 구기곤 한다.

재계 1위의 위엄?

삼성그룹은 그 명성에 걸맞게 각 업종의 대장주 자리를 다수 지키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유난히 많은 징크스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빛나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징크스 피해주인데 150만 원 징크스, 최고 실적 징크스가 발목을 잡곤 했다.

일단 주가가 ‘150만 원을 찍었다’하면 거짓말처럼 다시 하락한다.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도 132만6000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일 년 내내 150만 원 징크스에 발목을 잡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조짐이 보인 것은 지난해 5월 말과 6월 초 150만 원 고지에 오르고 얼마 뒤부터다. 당시 삼성의 주가는 153~4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빠르게 하락했다. 그 뒤로도 10월과 11월 150만 원을 기록하기만하면 하락세를 보이기 바빴다. 특히 11월 삼성전자 주가는 5일 연속 떨어지기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또 한때는 최대 실적 발표를 했는데 불구하고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징크스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적 상승은 곧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과 전혀 맞지 않아 삼성이 속병을 앓았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사상 최고실적을 낸 것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까지 10조 1000억 원대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대를 넘어선 것이지만 이상하게 주가는 1월 연중 최고치를 찍은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계속됐다.

더불어 주식 시장에선 이미 속설이 아닌 정설로 굳어지는 듯한 징크스도 많다. 지금은 20만 원 언저리에서 오르내리고 있지만 과거 호화주로 불리던 시절의 신세계가 가지고 있던 100만 원의 저주설, 사명에 대한(大韓)이 들어간 기업들은 고전한다고 전해진 대한의 저주설이 그렇다.
실제 대한의 저주가 극에 달했던 2012년 당시엔 대한해운과 대한전선, 대한은박지, 대한생명 그리고 대한항공 등이 갖가지 구설과 악재에 시달리며 이를 입증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정설이 된 속설들

대한항공은 실적에선 괜찮았지만 잦은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과 한국항공우주인수전 때문에 조용한 날이 없었다. 대한생명은 사명 변경을 놓고 예금보험공사와 이견을 벌였다.

아울러 대한전선은 부채를 갚기 위해 기존 발행주식의 3배가 넘는 3400억 원 규모의 주식 물량을 한 번에 찍어내야 했다. 대한해운 역시 해운 경기 침체 영향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법정관리 중이었던 대한해운은 매각을 결정했다.

그 외엔 상장 2년차가 되면 주가는 하락한다는 2년차 징크스, 새해 시장이 시작되고 일주일간, 정확하게는 거래일수 5일간 주가 흐름이 한 해 시장을 결정한다는 연초 5일 효과 등이 있다.

월별 징크스 중엔 9월의 징크스가 가장 스케일이 크다. 유난히 매해 9월이 되면 주식 시장에 악재가 겹쳤다. 2001년은 9·11테러,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좋지 않은 사건이 9월을 보내는 동안 일어났다. 지난해 역시 9월 미국의 양적완화(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와 부채한도 협상,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에 시리아 사태까지 폭탄이 한꺼번에 터졌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 프로미식축구(NFL)의 결승전 결과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친다는 슈퍼볼 징크스가 징크스계의 시초로 불린다.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통계적으로는 무시하기가 힘들다. 첫해인 1967년 이후 지난해까지 47차례 경기를 치른 결과 38번이나 맞았다. 적중률이 79.2% 에 달하는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소속팀이 이기면 증시가 하락하고,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소속팀이 이기면 증시가 상승한다”는 속설에 매우 민감하다.

2014 시즌에서는 NFC 소속의 시애틀이 우승을 차지해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주식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주식관련 징크스는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소문에 불과하다”면서도 “다만 투자하기 전에 짚고 넘어갈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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