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 회장, E1 돈으로 JS전선 청산하기
구자열 LS 회장, E1 돈으로 JS전선 청산하기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3-10 11:49
  • 승인 2014.03.10 11:49
  • 호수 1036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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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출연해도 손해는 싫어”

E1, 당기순이익 깎여도 사상 최대 배당금 풀어
그룹 걸린 원전비리 오명 덮기…희생양 됐나

<뉴시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LS그룹이 보유 중인 에너지 기업 E1이 순이익 감소에도 예외적으로 배당금을 올려 그 배경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E1은 LS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달리 LS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다. 이로써 E1 사상 최대 배당금인 116억 원 중 절반가량은 구자열 LS 회장 등의 호주머니로 직행하게 된다.
게다가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의 자진 상장폐지에 소요될 자금 일부도 여기에서 나올 공산이 크다. 지난해 원전비리의 주범으로 꼽힌 JS전선의 폐업은 LS그룹의 대국민 사죄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LS 오너 일가의 사재를 털어 진행되는 주식 공개모집 자금이 결국 E1에서 일정량 솟아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LPG를 수입해 판매하는 E1은 국내 LPG 시장에서 SK가스에 이은 큰손이다. LS그룹의 계열사가 지주회사인 ㈜LS 산하에 있는 것과 달리 E1의 지분은 오너 일가가 직접 갖고 있다. E1의 대주주인 구자열 LS 회장을 비롯해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등이 직통으로 배당을 받는다는 의미다.

최근 E1은 액화석유가스(LPG) 수요 감소와 종속회사인 LS네트웍스, 동방도시가스산업 등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38억 원으로 2012년 905억 원 대비 63% 깎인 모습이다.
 

핑계거리는 소액주주…결국 대주주 배불리기

반면 배당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폭으로 늘렸다. 올해 배당금 총액은 116억 원으로 지난해 93억 원에 비해 25%가량 증가했다. 주당배당금도 2000원으로 전년 1600원에서 똑같이 25%만큼 증가했다. E1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이다.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때는 배당을 축소하던 공식도 깨졌다. 앞서 E1은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890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140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E1은 2010년 주당배당금을 차등했는데 대주주의 경우 주당 1000원이었다. 2009년 1500원 대비 33.3%가량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올해는 당기순이익이 쪼그라들어도 배당은 아랑곳없이 늘려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구자열 회장 등 최대주주 3명의 올해 E1 배당금은 56억 원으로 각각 24억 원, 16억 원, 15억8000만 원에 이른다. 현재 E1 지분은 총 45.33%가 오너 일가 소유로 구자열 회장 17.66%, 구자용 회장 11.81%, 구자균 부회장이 11.60% 등이다.

“최대한 싸게…” 공개매수 자금 때워

이와 같은 E1의 배당 확대는 LS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재출연은 자진 상장폐지를 앞둔 JS전선의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하기 위한 것이다.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은 지난해 원전비리 파문을 사죄하는 뜻에서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LS 오너 일가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사재를 털어 주식 전량을 사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자금은 총 212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먼저 LS그룹을 이끄는 구자열 회장이 최고액인 67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중 일부는 갑자기 늘어난 E1 배당금 24억 원으로 충당이 가능하다. 또 구자용 회장은 24억 원, 구자균 부회장은 15억 원을 내놓기로 했는데 각각 들어올 E1 배당금은 16억 원, 15억8000만 원 수준이다.

결국 JS전선의 일부는 E1에서 나온 돈으로 청산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LS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와 관련해 E1 측은 “소액주주들이 배당을 늘리기 원해 배당금을 올린 것”이라며 “JS전선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E1이 JS전선 사태와 관련해 LS 오너 일가의 현금지급기가 된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말 소액주주를 위한 것이라면 2010년 차등배당 사례를 참고했으면 될 일”이라며 “일괄적인 배당금 상향으로 볼 때 소액주주는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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