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惡 보험 출시 포퓰리즘 정책의 산물 되나
4대 惡 보험 출시 포퓰리즘 정책의 산물 되나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3-10 11:30
  • 승인 2014.03.10 11:30
  • 호수 1036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된서리 맞는 A보험사

‘실효성 제로’·‘부작용 발생’ 등 비판 목소리 높아
사측 “취약계층 위하는 보험, 안 좋게 볼 이유 없어”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A보험사가 내놓은 ‘4대 악(惡) 보상 보험’ 상품이 출시하기도 전에 몰매 세례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지에서 4대 악 보상 보험을 두고 실효성과 상품출시 목적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억지로 만들어 선보이는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로 압축된다. 결국 A보험사의 4대 악 보험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4대 악 척결의 홍보가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A보험사는 박근혜 정부와 금융당국의 등쌀에 못이겨 이 같은 상품을 출시한 것일까.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A보험사에서 4대 악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 출시된다. A보험사는 금융감독원에 4대 악 보상 보험 상품을 내놓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이 상품을 최종 승인하면 오는 20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금감원 측 역시 A보험사가 신고한 4대 악 보상 보험 상품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상품 출시는 코앞에 있다.

4대 악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척결 범죄 대상으로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이다. 해당 보험은 4대 악에 의해 피해를 입으면 일반 상해보험에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도록 구성됐다.
생활보호대상자나 차상위 계층, 다문화 가정 자녀 등 19세 미만 취약 계층이 우선적인 가입 대상으로 지자체가 보험료 대부분을 지원해 사실상 무료로 보험 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당분간은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등이 개인들의 신청을 받아 단체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가입이 진행되고, 추후 개인별 보험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보험료는 1인당 연간 1만~2만 원 사이다. 피해 사고가 발생해 사망할 경우 보상액은 최대 8000만 원, 상해나 정신 치료에 대한 진단비는 최대 100만 원이다.
그런데 이처럼 마냥 좋아 보이는 취지의 보험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사방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정책 홍보용 상품 전락 우려

우선 4대 악 보험이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단순 정책 홍보용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4대 악 보험이 시작부터 금융감독원의 주도하에 진행된 상품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 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 역시 “A보험사가 금융당국의 등쌀에 못이겨 내놓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보험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을 제기했는데 “4대 악 보험은 다른 보험으로 얼마든지 보장 될 수 있다”며 “어떤 상품의 특약 형식으로 4대 악 보험이 들어간다면 이해하겠지만 주보험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손해율 측면에서도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4대 악 보험은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포퓰리즘식 정책에 기반하고 있는 보험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실질적인 영업 측면에서의 한계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일선 설계사들이다. 그들 역시 해당 상품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한 대형보험사의 설계사는 “연간 보험료가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라면서 “설계사에게 30%를 수수료로 떼어주더라도 몇 천 원에 불과한 이익이 남는다. 설계사들이 제대로 영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설계사는 “우리끼리는 ‘댁의 따님이 성폭행을 당하면 보장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누가 좋아하겠냐’고 말한다”며 “사실 상품이 정말 좋다면 너도나도 4대 악 보험을 출시했을 것이다. 영락없이 A보험사에서 총대를 멘 모습”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너무 급하게 만드느라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지급하는 것은 물리적 피해의 경우와 달라 보험금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점과 “보험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보험범죄를 대거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과 책무를 피해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논평을 내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이에 대한 보상은 가해자나 국가가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가입한 보험으로 피해를 보상한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앞선 정권에서 정책성 보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상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를 거두는 모습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때 한화손해보험이 출시했던 녹색자동차보험은 지난해 판매가 중지됐다. 자전거보험,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역시 정부 주도 하에 만들어졌지만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마다 정권의 정책 속도에 맞췄다고 가정하면 수요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출시했을 수도 있다”며 “실효성 논란도 앞선 상품들이 실패를 하면서 나오지 않았나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A보험사 측은 수많은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A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의 강요가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책 홍보성 상품이라는 건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도 “위자료는 전문의 등의 소견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에 측정에 어려움이 없다”거나 “손해율을 따지기엔 시기가 너무 이르다” 등의 의견으로 반박했다.

보험사기가 늘어나지 않겠냐는 물음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상품 때문에 사기가 늘어난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사실 비판의 목소리 대부분이 근거에 따른 논리라기보다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A보험사는 지난해 공동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보험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너무나 좋은 취지로 만든 상품인데 오히려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