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기관장 출신들 출마 러시
기업인·기관장 출신들 출마 러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3-10 11:25
  • 승인 2014.03.10 11:25
  • 호수 1036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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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협력팀 “과거 주홍글씨 지워라”

기관 취임 당시 징검다리 구설수…출마설은 사실로
갈 길 바쁜 해당기업 “떠나가는 마당에~” 비난 목소리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6·4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인이나 기관장들의 출마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일부 해당기업 대외협력팀의 불멘소리가 퍼지고 있다. 고위 공직자 및 경영진의 사퇴로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분주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떠나가는 경영진의 과거 논란이 된 기사 빼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미 대외협력팀 직원 다수가 일부 언론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모신 경영인에 대한 주홍글씨를 삭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띈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분주히 움직여야만 했을까? 또한 지운 내용은 무엇이었으며 파급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일요서울]이 알아본다.

일부 기업인과 기관장의 정치 참여는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것이기에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지 위해 과거 논란이 된 기사를 지우려고 한다면 이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가릴수록 더 큰 소문만 양산

실제로도 지난 한 주간 일부 언론사를 찾은 대외협력팀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본지에도 마찬가지다. 모 기업 홍보팀장 A씨는 “해당 임직원과 관련된 기사 일부를 이니셜 처리 또는 삭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잘못을 지적한 기사임을 인정하면서도 시기가 지났으니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수정 요청 이유는 더 공분을 사게 했다. 그는 “해당 임원이 정가 진출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려 하는데 과거 불미스러운 일이 검색되면 상대 후보 진영에서 이를 문제삼을 수 있어 사전에 조치한다”는 것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가 삭제를 원한 부분이 해당 기업이 직접 거론된 기사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단지 사돈기업이 중소업종 진출로 소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순히 기사 한 줄을 빼달라기에 급급한 것이었다.

같은 시간 또 다른 J신문사에 홍보팀이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 대외협력팀 직원이 찾아와 유사한 내용으로 부탁을 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공기업 수장들이 근무한 기업의 대외협력팀은 더욱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낙하산 인사’ 또는 ‘전문성 없이 내려와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는 글귀가 적힌 기사는 하나 둘 사라지는 기현상이 초래됐다.

이는 과거 모 정치인의 전례에 비춰보듯 한 번의 주홍글씨가 자칫 정치인생에 먹구름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모 전 국회의원은 2003년 9월 노무현 정권 들어 시작된 대선자금 수사의 지류였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사건에 연루되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기업 총수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비리사건의 주홍글씨 때문에 번번이 정계 재진출에 실패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해당 기업 경영인이 정가에 입문하게 되면 그 즉시 연줄로 작용할 수 있기에 해당 그룹으로선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도 해당기업 임직원이 정치 입문 후 퇴사기업에 손을 들어 준 전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일 현재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기관장으로는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전북도지사),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강원도지사), 정창수 인천국제공항 사장(강원도지사), 배한성 경남개발공사 사장(창원 시장), 김정권 경남발전연구원장(김해시장), 최승대 경기도시공사 사장(용인시장), 공원식 경북도관광공사 사장(포항시장), 류한국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대구서구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부분은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 기관을 이용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직을 자신의 ‘정치적 징검다리’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있고, 정부가 전문성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항공사 사장을 임명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인으로는 여수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이준규 쿠엘파밀리에 대표와 이충우 누리플랜 대표가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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