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원의 알·조·직] “면접에서 일어난 일도 성희롱에 포함 될까?”
[구나원의 알·조·직] “면접에서 일어난 일도 성희롱에 포함 될까?”
  • 구나원 강사
  • 입력 2014-03-10 11:19
  • 승인 2014.03.10 11:19
  • 호수 1036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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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은 근로관계의 성적 편견과 차별의식에서 비롯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해야

은미는 ‘A기업’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응시했다. 사내 홍보팀의 나부장은 신입사원 채용시험에서 은미를 추천했지만, 은미는 1차 면접시험에서 제외됐다. 이에 나부장은 대표를 찾아가 재고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대표는 나부장의 요청에 따라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 근처 호프집으로 은미를 불러 추가 개인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은 나부장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다가 대표가 늦게 합류해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 은미에 대한 채용은 결정됐다.

호프집에서 대표는 은미에게 “여성들이 보기에 나부장은 어떤 스타일이야?”, “(나부장의)결혼유부와 관련 없이 남성으로는 어때?”, “나부장과 함께 일을 하려면 나부장과 사랑을 해야 하는데, 나부장과 사랑할 수 있겠나? 이 질문은 진짜 면접용 질문이 아니라 나부장과 너와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의 개념으로...”, “(나부장) 너는 좋겠다. 27살짜리 솜털도 안 가신 애가 널 사랑한다고 하네~ 이건 비밀로 지켜줄게, 셋만의 비밀로 너희 둘이 잘 해봐라~” 라는 말을 했다.

이후, 노래방에서 대표는 은미와 나부장에게 블루스를 추라고 하고, 둘이 손을 마주잡고 “사랑한다”라고 말하도록 시켰다.

조사의 과정에서 대표는 팀워크에 대한 질문이었을 뿐이고, 은미가 먼저 나부장을 사랑한다고 얘기해서 그에 대해 재차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항목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양 당사자의 업무 관련성 여부, 성적 언동의 사실관계, 해당 언동이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한다. 행위에 대해 상대방이 원치 않았고, 불쾌감을 느꼈는지, 합리적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합의가 있는 성적 굴욕감을 주는 행위였는지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위 사례를 살펴보면 A기업에 지원한 구직자와 대표의 관계로 은미는 회사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구직자로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한 성희롱 대상자에 해당된다. 또 신입사원 채용 면접과정에서 이루어진 성적언동은 회사대표에 의해 이루어진 점에서 직위 및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적 굴욕감을 주는 언동이었는가에 관해서는 대표는 은미가 먼저 한 말에 대해 자연스럽게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은미의 입장에서 채용이 된다면 직장상사가 될 나부장과 사랑할 수 있겠냐고 묻는 등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성적 합의를 가진 질문을 한 것이다. 거기에 채용을 확정한 후 노래방에서의 블루스를 추게 하는 행위, 서로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얘기하게 한 행위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진정사건의 조사 및 처리는 ①상담 ②진정접수 ③사건 조사 ④조사결과 보고 ⑤차별시정위원회 심의의결 ⑥사건처리 결과 통지 ⑦권고 이행점검 순으로 진행된다.
성희롱사건은 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되고 직접적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성희롱 피해주장(쟁점)에 대한 사실 확인이 조사의 핵심이 된다. 조사란 위원 등(인권위원, 소속직원, 조사를 위임 받은 전문가)이 진정 내용 또는 직권으로 인지한 행위가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행하는 당사자 및 참고인에 대한 진술 청취, 장소·시설에 대한 실지 조사, 구체적 증거 수집 등 일련의 사실 규명 활동을 말한다. 또한 이에 따른 사실 판단 및 법리 판단을 통해 구제 조치 여부 또는 합리적 구제 조치 방안을 도출하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사건조사 과정에서는 형식 요건 검토, 진정인(피해자) 조사, 피진정인 조사, 참고인 조사, 실지 조사 및 자료 수집 등을 한다.

성희롱은 대부분 남녀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나 근로관계에서 성적 편견과 차별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 사례에서는 취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명백한 거부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여 대표가 면접지원자에게 지위에서 성적 언동을 한 것이라 판단되며, 사건조사는 은미와 대표, 나부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뤄지게 된다. 대표는 직장 내에서 여성 직원들이 성희롱 및 성차별적 편견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과정에서 여성구직자에서 성적 언동을 했다는 것에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되더라고 형식적이라는 점, 규제가 미약하다는 점, 성희롱 발생 빈도가 높은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예방교육 이행률이 낮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은 사업주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관리자에 대한 예방교육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해 관리자가 담당해야 할 역할, 신고 촉진 방법에 대한 교육, 조사 과정 및 사건 처리에 대한 교육, 성희롱 발생 시 관리자로서 취해야 할 조치 등이 주요 내용이 돼야 한다.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교육실시가 목적이 아닌 교육 이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점검하는데 노력해야겠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을 법률로 규제하기 시작한지 18년이 지난 지금 성희롱은 효과적으로 규제되고 있는지, 성희롱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아울러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과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돌아본다면 이룬 것 보다는 과제가 더 많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성희롱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규제하려는 국내외의 노력이 한결 진전된 결실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와 개선 방안, 현행 법제가 갖는 한계, 피해자 보호와 예방을 위한 핵심 과제 등을 확인해 실행에 옮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나원 강사>

구나원 강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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