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전 경찰청장, “검찰이 다 말아먹고 있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 “검찰이 다 말아먹고 있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3-10 09:54
  • 승인 2014.03.10 09:54
  • 호수 103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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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 시절 부하직원이 한번 뻗자고 해”
“수사권 조정 대통령 공약사항 법제화 시급”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경찰이 검사의 하인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월26일 <일요서울>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검·경수사권 논란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검경 호송·인치’관련 내용으로 이는 검찰이 미결자에 대해 검찰청에서 수사를 하다 조사가 끝나면 경찰에게 전화해 ‘데리고 가라’, ‘오라’는 권한을 말한다.

이에 대해 김기용 전 청장이 경찰의 ‘자존심’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청장은 “이를 두고 검찰은 수사지휘라며 떼를 쓰는데, 한번은 수사관이 거부를 하자 ‘지휘명령불복종’으로 형사입건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판사도 사법연수원 나왔으니 검사와 비슷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김 전 청장이 경찰 총수로 있던 시절 부하 경찰 직원들이 공분해 “못하겠다! 한번 뻗자”했지만 정부부처로서 할 일이 아니다며 합의를 보기로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은 2014년 들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찰의 자존심을 건드린 ‘검경 호송 인치’도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특히 김 전 청장은 무소불위한 대한민국 검찰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전 청장은 “우리나라 검찰은 개시권, 수사권, 기소권 등 수사관련 권한을 다 갖고 있으면서 현실적으로 지휘만 한다”면서 “평소에는 안 하다가 검사가 검찰과 관련된 사건이 있으면 ‘경찰이 하지 말고 우리에게 넘겨라’며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들이 할 것은 다하고 쓰잘 데 없는 것은 경찰이 하라고 지휘를 한다”며 “경찰이 검찰관련 수사를 하면 자신들이 가져가 말아먹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 전 청장은 “전 세계에 검찰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경찰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경찰 수사에 독자성을 달라는 것뿐”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중 검경수사권관련 내용만 발췌한 일문일답이다.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대립했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수사권을 간단히 설명하면 수사라는 것은 착수 내지 개시가 있고 이후 진행, 종결, 재판, 집행이 있다. 수사권이라면 수사 개시, 진행, 종결까지 통상 수사권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도둑을 잡거나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시작 내지 개시라고 한다.

수사하면서 영장을 신청하고 주변 수사가 진행상태에서 재판에 넘길 것이냐 무혐의로 끝낼 것이냐 결정하는 것을 종결이라고 한다. 현재 이 세 권한 모두를 검찰이 갖고 있다. 검찰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경찰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개시권이다. 고소인이 고소를 해 수사를 하게 될 때 고소인 조사는 경찰이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모든 절차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 검사가 실제로 현장에 와서 수사를 지휘하나.

법적으로 살인사건이 나면 검사가 지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 한다. 할 수도 없다. 경찰이 해놓은 것을 재판에 넘기느냐 마느냐하는 기소권만 행사한다. 형식적으로 권한을 다 갖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만 한다. 이 사이에 문제가, 수사 진행하면서 검사나 검찰과 관련된 사건이 있으면 ‘너희가 하지 말고 우리에게 넘겨’ 이런 권한을 다 갖고 있다. 대한민국 말고 다른 나라에는 없다. 세계 검경 수사권 조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지휘만 한다. 또 하나는 검사도 수사를 직접하면서 경찰도 수사를 한다. 경찰은 검사의 별도 지휘를 안 받고 최종적으로 검사가 기소할 것이냐 말 것이냐 결정한다. 기속독점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검경 수사권을 두고 논란이 많고 명백하게 잘못됐지만 조정이 안 되고 있다. 이게 다 법이다. 형사소송법, 형법이다. 법을 고치려면 국회에 가야 한다. 그러나 국회에는 검사나 판사 출신이 많아 통과가 안 된다. 우리나라는 검사도 경찰도 수사를 하는데 경찰을 지휘하려면 검사가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할 것은 다하고 쓰잘 데 없는 것은 경찰이 하라고 지휘를 한다. 경찰이 검찰 관련 수사하면 자신들이 가져가 말아먹는다.

▶ 검경 갈등을 야기한 ‘호송.인치’는 무엇인가.

경찰서에는 미결자를 위한 유치장과 구치소가 있다. 미결자에 대해서 호송하는 문제가 있다. 호송을 검사가 조사를 하다가 “이사람 조사 끝났다. 경찰에게 전화해 김 형사 데리고 가” 그리고 다시 전화해 “데리고 와” 경찰도 범인을 잡아야 하고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경찰이 검사의 하인도 아니고…검찰에도 수사관이 7천 명이나 있다. 이게 일제 시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호송·인치도 검찰에선 수사지휘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거부한 친구가 있었다. 지휘명령불복종으로 형사입건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판사도 비슷하다. 같이 사법연수원 나와서…

형사소송법 개정하면서 작년에 총리실에서 없애려고 하는데 검찰이 반대해 결국 합의하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다. 작년 6월 말인가 합의시한을 정해놨지만 안 됐다.검찰에선 이걸 할 사람이 없다. 인원 몇백 명 늘리는 것 안전행정부에서 안 해주고 검사도 늘려야 하고 청도 비슷하게 만들어야 된다며 갖은 핑계로 안 하고 있다.

▶ 경찰이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밥그릇 싸움한다고 하는데 경찰이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자기도 수사권이 있는데 말이다. 제가 청장으로 있을 때 한번 ‘그럼 뻗자!’ ‘못하겠다’ 했다. 그러나 경찰청장이 검찰하고 붙어서 나는 인기야 높아지겠지만 정부 부처로선 할 일이 아니다. 합의를 시도했지만 못 했다.

경찰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선진국에 걸맞는 법제화를 해야한다. 검찰이 기소만 하고 수사는 경찰이 하는 게 맞다. 잘못되면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하거나 해서 통제수단이 있다. 여기까지 안되면 검찰이 수사하고 경찰도 독자적으로 수사를 허용해라. 수사관 7천 명이 있으니 수사해라 그러나 경찰 수사에 독자성을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국회도 잡고 있고, 국민들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게다가 경찰 이미지도 나쁘다보니 검사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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