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구책 노력 뒤집어보니
한진해운 자구책 노력 뒤집어보니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3-05 13:35
  • 승인 2014.03.05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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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의 전략 실패...부실 자초

<한진해운 홈페이지>


회사 자금 마련 분주...“위기 탈출 어렵네~”
비전문가 영입베짱이식 경영 등 논란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한진해운이 오는 8일 만기가 돌아오는 1800억 원 규모 회사채에 대해 상환고비를 넘기는 등 자구책 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미 회사의 근간인 배를 팔아 빚을 갚겠다는 자구책을 내놓는가 하면, 모 기업인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지원 자금 마련을 위해 에쓰오일 지분 매각과 항공기 매각 등을 통해 총 3조500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업계 1위였던 한진해운이 이 같은 악재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내막을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국내 제 1의 선사인 한진해운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은 아사 직전에 도달하자 대한항공의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이후 벌크선 부문 매각을 통해 3000억 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고, 사옥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노선까지 철수를 검토하는 등 자구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때 굵직한 해외 선사들의 인수까지 나서며 공격적인 기조로 성장을 더해가던 것과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부실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바로 전임 전문경영인의 경영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은영 회장은 재벌가의 전업주부로 있다가 조수호 전 회장이 작고한 이후 경영에 참여했다. 최 회장이 해운업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회사를 운영했다고는 볼 수 없다. 김영민 전 대표의 실제 운영을 따라만 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대표는 금융권 출신으로 제대로 된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 없이 마구잡이식 경영을 해 왔다는 증거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김 전 대표는 미국 시티은행의 부행장 출신으로 조 전 회장과의 인연으로 2004년 한진해운에 몸담게 됐다. 갑작스레 조 회장이 타계한 이후 해운업 경험도 없던 김 대표가 2009년 한진해운의 경영을 이어받게 된 이유다.

끝없는 추락 원인
중장기 전략 ‘미비’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재무부문을 보조하기 위해 한진해운에 몸담은 김씨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오히려 한진해운의 재무 상태는 악화됐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은 단기적인 실적에만 급급한 나머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호황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가에 선박을 대량 구매해 2009년 말 69척에 불과했던 선박 숫자가 2013년 104척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이는 한진해운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노선 구축과 네트워크 확대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두 김 전 대표의 전략 실패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진해운이 이와 같은 재무상태에 이르기까지 김 전 대표가 특단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금융권 출신으로 해당 부문에 대한 전문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침체에 빠진 해운업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서는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대표가 금융권 출신임을 무색하게 한 큰 실수도 있는데 바로 선박금융부채 관리의 부실이다. 선박금융부채란 선박 및 장비 등의 취득을 위해 차입하는 부채로,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할 경우 조기상환 조건이 있다. 한진해운은 2011년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겨우 조정해 조기상환 의무를 벗어났으나 2012년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해 3800억 원 수준에서 상환하면 됐을 선박금융부채가 1조9700억 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즉, 부채비율 관리 실패로 현재와 같은 유동성 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한진해운의 어려움이 배가 된 것은 단기적인 외형 성장에만 치우쳐 보다 먼 곳을 내다보지 못해 원가경쟁력조차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멀리 내다보고 비핵심자산 매각,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투자여력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회복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실적에만 급급하며 영업실적 개선을 위한 계기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중장기적 전략 부재의 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 전 대표가 이러한 단기적 전략에만 급급하느라 중장기적 전략이 없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반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제 1 선사인 머스크(Mersk)사 선박 도입 방식과의 비교다. 머스크의 경우 선박의 가격이 낮은 불황기에 선박을 적극 매입해 호황기에 운영하는 전략을 펴는 한편, 연비개선을 위한 선박 개조까지 나서면서 연료효율성이 우수한 선단을 구축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선사들의 대부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12년부터 머스크는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지속적인 흑자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경우에는 비싼 가격에 선박을 구매했을 뿐 아니라, 그중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본 중고 선박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장기적인 전략이 전무했던 상황이었다.   호황기 때 어려움을 예상치 못한 ‘베짱이식 경영’이 어려움을 배가시킨 것이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소위 잘 나가는 시기에 어려운 시절을 미리 대비해 먹거리를 축적해놓아야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의 베짱이처럼 방만하게 다 써버렸다. 

이러한 비용 증가로 인해 재무 부담이 높아져 영업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선박의 종류를 확보할 수 없게 돼 네트워크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마지막까지 본인이 책임지고 회사를 떠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 기업을 망치고 ‘나 몰라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진해운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안겨주고 홀로 떠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 한진해운의 정상화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 됐다. 하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따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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