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이례적으로 오너일가가 노동조합(이하 노조)에 가입해 화제가 됐던 A증권 노노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복수노조 간의 단일화 자율협상에 들어갔지만 결국 결렬된 것이다.
A증권은 본지 [1033호-A증권 회장 남동생 노조가입…이목집중]에서 보도했듯 53년 만에 탄생한 첫 노조가 출범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후발노조가 설립돼 노노갈등을 겪고 있다.
첫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A증권지부(이하 사무금융노조)와 후발노조인 A증권 노동조합은 현행 법령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협상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협상은 결국 결렬됐고, 이 과정에서 첫 노조인 사무금융노조에 이 회장의 남동생인 이 모 부장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노갈등이 오너일가의 싸움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각 노조의 위원장들끼리 세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후발노조가 비상식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발노조에서 우리 노조원들이 사무금융서비스조합을 탈퇴할 것을 요구했다”며 “노조에 대한 자주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탈퇴하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상위노조에 대한 탈퇴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 자체가 사측의 입김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인사팀이나 총무팀 구성원으로 꾸려진 노조를 진정한 노조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어 “후발노조는 직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옹호한다”며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복지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가 성과관리 프로그램 폐지를 반대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A증권 노무관리 프로그램이자 성과관리 프로그램으로 실적에 따라서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 퇴출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사무금융노조는 “악랄한 노무관리 프로그램이자 잘못된 제도”라며 “후발노조가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어용노조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사측과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사측이 후발노조를 원하는대로 움직이며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법에 따라 사측은 조합원 수가 더 많은 쪽부터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무금융노조보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후발노조에 먼저 개별교섭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우호적인 요구조건을 내미는 후발노조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다”며 “사무금융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함이다”고 주장했다.
개별교섭 자체가 사측이 사측의 이해에 맞는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나머지는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A증권 노노갈등과 같이 복수노조제가 사측의 악용과 개입 등으로 노동자 간의 갈등을 부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또 “후발노조의 부위원장이 탈퇴했다”며 “사측의 입김에 놀아나는 노조에 있을 수 없다며 양심의 가책에 못 이겨 탈퇴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후발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들 중 일부는 사측의 강압에 의해 가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노노갈등 심화, 사측의 노조 활용 의혹이 심화되고 있지만 A증권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A증권 관계자는 “노조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발언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A증권의 노노갈등이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사무금융노조에 가입한 이 회장의 남동생은 대외적인 노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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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