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와 싸우는 박진수 LG화학 대표
악재와 싸우는 박진수 LG화학 대표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3-03 13:07
  • 승인 2014.03.03 13:07
  • 호수 1035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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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SK에 지고 국제소송에 휘말려
▲ <뉴시스>

주주 이탈 이중고 생길까 사전 차단?
물고 물리는 특허전쟁…누가 승자 될까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박진수 LG화학 대표가 안팎으로 시달리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으로는 실적정체, 밖으로는 각종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특허전쟁에서 패소했으며 해외업체인 셀가드에게는 역으로 소송을 당했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벌어진 특허전쟁은 앞으로 LG화학을 더욱 힘들게 할 전망이다. 연이은 악재에 LG화학은 배당률 조정, 항소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위기설마저 나돌고 있다.

LG화학이 안팎으로 불어 닥친 악재에 고분군투하고 있지만 쉽게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3조1436억 원과 영업이익 1조743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2%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3% 감소했다. 경기침체와 환율의 영향으로 결국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이에 LG화학은 배당률 조절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LG화학은 주가가 변동했음에도 시가 배당률을 바꿔 전체 배당액수가 같게 맞췄다. LG화학의 지난해 시가 배당률은 보통주 1.2%, 종류주식 3.8%이었지만, 올해는 각각 1.4%, 2.6%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 LG화학의 배당은 보통주 1주 4000원, 종류주 1주 4050원으로 총액은 2945억2001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보통주와 종류주당 각각 4000원, 4050원으로 책정한 것과 같으며 총액 역시 2945억5200만 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는 액수다. 실적이 악화된 상장사들 대부분 배당부터 줄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LG화학이 매출은 제자리걸음,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부진했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배당 폭을 늘려 주주이탈이라는 이중고를 사전 차단했다고 보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특허소송에서도 쓴맛을 봤다. LG화학은 지난달 21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분리막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날 서울지방법원은 “LG화학이 주장하는 기술과 SK이노베이션의 기술은 서로 다르다”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선고했다.

특히 LG화학이 이 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의 ‘특허 무효소송’에서 패소한 후 스스로 특허내용을 정정했음에도, 법원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권을 그대로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허분쟁 승소를 발판으로 리튬이온 2차전지 분리막(LiBS)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세계 2차전지 분리막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올 상반기 2차전지 분리막 8호와 9호의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2011년부터 시작된 양사의 치열한 싸움에서 LG화학이 줄패소를 하자 이번 특허 전쟁에서 LG화학이 승기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줄패소도 힘든데 셀가드 가세

여기에 미국 업체인 셀가드까지 특허전쟁에 가세해 LG화학이 입을 타격은 배가 될 전망이다. 실적 부진에 연이은 소송이 겹치면서 수주에 지장이 발생하는 등의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셀가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서부 연방법원에 “LG화학이 이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특허침해 제품의 판매금지와 재고폐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셀가드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기술은 기존의 2차전지 분리막 기술보다 열수출과 전기적 단락을 개선해 무기물을 입히는 것이다. 이 기술은 배터리 분리막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셀가드가 의도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공격하고 있고, LG화학이 이에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셀가드는 LG화학 납품이 중단된 후 소송을 걸었으며, SK이노베이션에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즉 국내 업체의 기술력에 밀려 갈수록 시장 입지가 좁아지자 셀가드가 견제 차원에서 특허 싸움을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LG화학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당일, 삼성SDI와 4년 분리막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음도 함께 밝혔다. 그동안 배터리 업계는 관례상 부품 납품과 관련해서 공개를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셀가드가 소송으로 자사의 분리막 구매를 압박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게 된 배경이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셀가드라는 기업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특허 소송이 더 전문화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LG화학이 연이은 소송으로 인한 피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항소도 준비하고 있으며 셀가드 역시 맞대응할 계획이다”며 “셀가드의 기술 사용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나 상용화가 불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술은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에 특허 등록된 LG화학의 독자적 기술이기 때문에 셀가드의 특허 기술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셀가드가 경영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잇따른 악재로 인한 LG화학의 위기에 대해 “배터리 부문에서 잇따른 소송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회사의 위기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LG화학은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23조9200억 원이다. 시설투자는 전년대비 41.3% 증가한 1조9500억 원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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