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후 매각 추진…끊이지 않는 의혹들
그룹 측 “사실과 다른 오해 많아 억울할 따름”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CJ제일제당(사장 김철하·사진)의 제약부문 분할 결정을 놓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분할 경영을 결정했을 당시 이유로 밝힌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그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그러한 의혹들은 “CJ제일제당이 제약 부문 리베이트 파문에 따른 이미지 실추를 고려해 위험성을 줄이려는 목적이 아니냐”거나 “매각을 앞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중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부터 CJ헬스케어(가칭)라는 사명 아래 제약 사업 부문을 새롭게 출범하기로 결정한 상태인데, 분할 경영을 시작도 하기 전에 각종 의혹들로 시달리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의 분사가 결정된 것은 지난달 6일.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자로 물적 분할 형태로 제약 사업 부분을 분사해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인 신설 법인(가칭 CJ헬스케어)을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CJ헬스케어는 자본금 50억 원, 자산규모 4241억 원, 자본총계 2485억 원, 부채총계 1755억 원을 가진 제약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향후 개량신약 및 대형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집중해 전문의약품(ETC)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제약전문기업으로서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분사의 의미에 대해선 “제약 사업 부문 독립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급변하는 제약업계 환경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R&D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CJ제일제당이 제약 부문 분사에 대해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분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이를 전부로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우선 제약사업 부문 분할을 결정한 것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심심찮게 들린다.
진실은 어디에
새롭게 출범하는 신규 제약사업법인이 복제약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자리를 잡으면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CJ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CJ헬스케어의 현재 자본금이 50억 원이라는 점과 향후 기업가치가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비해 시세차익을 고려하면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제약사업부문과 함께 생명공학사업부를 구성하던 바이오 부문이 이번 분할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일정 기간 수익을 본 다음부터 가격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제네릭 중심의 제약사업을 내보내고 장기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사업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분사 대상에 바이오 분야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제약 부문만 CJ헬스케어로 이동하고 바이오 부문은 그대로 CJ제일제당에 남는다. 즉, 바이오 사업부 중 바이오의약품은 단연 제약사업 부문과 함께 분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라이신’ 등은 바이오 사업부에 그대로 남는 것이다.
아울러 상장 계획이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은 점, 그룹 내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 등 역시 매각설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2011년 바이오 사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4100억 원을 차입한 바 있다.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도 인수자금 명목으로 대규모 차입금을 끌어다 써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감당하는 상황이다.
과징금 줄이기
이처럼 여러 가지 근거로 매각설이 강력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리베이트 파문에 따른 분사라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리베이트 파문이 일면서 그룹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타격이 적지 않았고 과징금 액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분사가 해답이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리베이트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을 시 검찰의 수사가 제약사업 외에 식품, 물류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 전체에 퍼질 위험성이 분사를 서두르게 했다는 추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제약만 다루기 때문에 리베이트 파문에서 벗어날 길이 많지 않다”면서 “CJ제일제당은 제약 부문의 리베이트로 인해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제약 부문을 떼어내는 동시에 리베이트의 굴레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더불어 “리베이트로 인한 과징금이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에서 봤을 때 분사가 되면 과징금이 적게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CJ제일제당으로서는 그룹 전체의 장부가 들쑤셔질 수 있다는 부담과 실추된 이미지 제고, 과징금 줄이기 등의 효과를 분사 하나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1년 골프접대 등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6억 5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측은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반박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리베이트로 인한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는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CJ제일제당 제약 부문 관계자는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며 “바이오 부문이 남는다는 부분도 오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연히 연구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등 제약 부문 바이오는 분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생명공학 부문의 바이오 사업 부문과 제약 사업부문이 나눠지는 것뿐인데 바이오 부문 전체가 분사되지 않는 것으로 오해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장 계획에 대해서도 “상장을 하기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제약업계가 어렵기 때문에 굳이 지금 싼 가격에 상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립경영 체제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 구조로 제약사업 내에서 경쟁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며 “제약사업 분사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일이고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인데 난무하는 추측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리베이트 사건도 벌써 3~4년이 지났고 이에 관련된 수사가 계속 되는 것인데 여기저기서 자꾸 언급되다 보니 새로운 리베이트 사건으로 비춰져 안타깝다”며 “또 하필 분사와 기소 시기가 겹쳐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