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책임지고 물러나겠다”…뒤에선 일감 몰아받기?
팬택씨앤아이는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 뛰어들어
첫 번째 워크아웃 졸업 2년 2개월 만이다.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배경에는 국내 외 스마트폰 시장 악화가 한 몫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스스로 회사를 떠난 것도 경영악화를 통감한 것이며, 떠난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훈훈한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박 전 부회장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는 망했어도 오너일가는 풍족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씁쓸한 지적이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팬택은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제조업체다. 1991년 창업자 박병엽 전 부회장이 자본금 4000만 원으로 세운 무선호출기(삐삐) 회사가 시초다. 맥슨전자 영업 사원이었던 박 전 부회장은 무선호출기 사업을 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팔아 자본금을 마련했다. 이후 삐삐 보급이 확대되면서 성장한다. 삐삐 붐이 절정이었던 1997년에는 매출이 762억 원으로 불어났다. 1997년 팬택은 사업 방향을 바꿔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 분야에 뛰어들었다. LG정보통신으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계약을 따내 이 해 5월부터 휴대전화 생산에 들어갔다.
이 해 8월 팬택은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6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이 노키아, 삼성, 모토로라 등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팬택의 실적이 악화됐다. 이 해 12월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등 팬택 계열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12개 금융기관은 팬택 계열 회사들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부회장은 4000억 원대로 평가 받던 보유 주식을 모두 채권단에 넘겼다. 이듬해인 2007년 4월 주식이 상장 폐지됐다. 박 전 부회장은 이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팬택의 경영을 맡다가 지난해 9월 회사를 떠났다.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명이 무급 휴가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 있을 염치가 없다”라고 했다. 때문에 그의 퇴진에 마음 아파하는 직원이 많았었다는 후문이다.
개인주머니 논란
그런데 그가 2007년 이후 개인 회사를 여럿 보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제몫 챙기기’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2007년은 박 전 부회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때이며 전문경영인으로 팬택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을 이끌던 시기였다. 하지만 개인회사들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아울러 그의 두 아들까지 지분을 소유한 이 개인회사들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팬택에서 올리고 있어, 보은성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물류주선업체인 피앤에스네트웍스는 박 전 부회장(40%) 외에 두 아들 성준·성훈씨가 각각 30%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토스(인적자원용역제공)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IT컨설팅업체 팬택씨앤아이는 박 전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고, 라츠(모바일 유통업체)와 티에스글로벌(휴대폰 부품 제조)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5개 회사는 박 전 부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이 5개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658억 원에 이른다. 가장 매출이 많은 곳은 라츠(2478억 원)다. 라츠는 작년 4월 팬택씨앤아이로부터 물적분할된 이후 일년 만에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밖에 팬택씨앤아이(976억 원), 피앤에스네트웍스(636억 원), 티에스글로벌(568억 원) 등도 지난해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도 라츠가 71억원, 피앤에스네트웍스가 26억 원으로 알짜회사가 많다. 매출의 원동력은 팬택이다. 올 상반기 이 회사들이 팬택으로부터 거둔 매출은 1460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이들 회사 중 팬택씨앤아이는 최근 스포츠 토토 등 복권 사업에 뛰어들 만큼 성장했다.
팬택씨앤아이 측은 “실무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복권 사업 진출의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관련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확정된 바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는 컨소시엄 구성 및 사업 계획안이 나오지 않은 현 상황을 염두에 둔 답변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는 박 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사업 참여에 적극적인 만큼 실제 차기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 후보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팬택그룹은 신화의 뒤안길로 뒤쳐지는 동안 창업자인 박 전 부회장 일가는 부를 축척하고 있던 셈이다. 누리꾼들 역시 이 사실에 대해 비난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백의종군이라고 주식 던짐. 기업을 위해 살신성인으로 보였음. 현실은 부회장 재임기간동안 다시 원금회수”라고 의문부호를 제기하더니 “2007년 이후 설립된 팬택 계열 알짜회사 지분률 전체가 박 전 부회장 꺼”라고 지적했다.
팬택 측은 “2007년 워크아웃 들어가면서 박 부회장은 몇 천억 상당의 지분을 다 포기했다”며 “사업가로서 다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