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왕순의 통일과 세상이야기-③]‘통일준비위’ 성패, 통합과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백왕순의 통일과 세상이야기-③]‘통일준비위’ 성패, 통합과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 백왕순 사무총장
  • 입력 2014-03-03 11:22
  • 승인 2014.03.03 11:22
  • 호수 1035
  • 21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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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종북은 정치적 필요에 탄생한 사생아
남한이 책임, 북한 선택하는 합의통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더불어 ‘통일대박’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발족을 선언했다.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은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까지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 발족을 천명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통일대박론부터 통일준비위까지 북한체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은 여전하다.

초당적이고 초이념적인 통일준비위

통일준비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론을 통합하고, 북한과 화해·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국론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통일준비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과 소통하지 않고 통일준비위를 구성하면 사실상 반쪽의 통일준비위가 될 것이다. 또한 대선부터 시작된 ‘종북’, ‘종북몰이’의 이념논쟁을 끝내야 한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념갈등으로 국민의 여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야가 갈등하고, 종북 논쟁 등으로 남남갈등이 심화되면 정부가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종북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탄생한 사생아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이명박정부를 정조준하자 당시 나온 표현이 ‘종북’ ‘좌빨(좌익빨갱이)’이었다. 국민의 요구를 ‘종북’이라는 이념의 잣대로 색칠을 한 것이다. 시위 세력을 ‘빨갱이’와 ‘종북 세력’으로 몰아붙여 국민여론을 분열시켰다. 정권이 국민여론을 통합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국론 분열에 앞장 선 것이다.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를 그대로 둔 채 통합과 통일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나 보수진영은 ‘종북 몰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더 이상 이용해서는 안 된다. 통일준비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념과 정당을 초월해 접근하고 구성해야한다. 이념과 정파, 계층과 세대, 지역과 종교의 울타리를 나와 통일이라는 길로 국민여론을 통합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 안보상 적이자 통일의 동반자

통일준비위가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과제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과 통일과정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통일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남한 내에서도 여야의 상대가 있듯이 통일은 북한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DMZ 세계평화공원,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협력시대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

북한을 적으로 볼 것인가, 통일의 동반자로 볼 것인가? 북한은 안보상 가장 위협적인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의 동반자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영토)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가보안법’ 제2조에서는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분계선 이북을 관할하는 국가가 아니라 불법적인 반국가단체에 불과하고 대한민국만이 한반도 전체의 유일한 합법정부다.

하지만 헌법 제4조(평화통일정책)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는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4조와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하면, 남한은 한반도 전역이 아닌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을 관할하고 있고, 그 이북지역을 관할하는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남북한은 각각 독립된 국가로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서는 북한에게 이중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반국가단체로 보느냐, 통일의 동반자로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크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흡수통일이냐, 합의통일이냐의 갈등도 생겨나는 것이다. 일부 진영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체제 붕괴와 흡수통일을 주장한다. 또 다른 일부 진영은 북한의 안보위협을 소홀히 생각하고 북한의 통일 주도성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양 진영의 갈등과 분열을 낳고 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는 길은 남북대화와 협력으로 안보위협을 축소해 나가는 한편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 관계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모순된 법의 정비도 필요하다.

北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평화통일 지향

남북대화와 신뢰회복의 핵심은 상대방의 인정과 통일방법론에 달려 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채 신뢰를 할 수 없다. 신뢰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부터 시작된다. 내 마음에 드는 기준을 전제로 상대를 고치려하기보다 상대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함께 해나가야 한다. 통일을 준비하고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이명박정부에서 북한 급변사태를 중심에 두고,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정보와 판단으로 재임 5년 동안 북한봉쇄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북한의 핵무장을 현실화시키고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다음으로는 평화적인 합의통일 방안과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은 체제유지가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제붕괴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돌발적인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물리력이 아닌 남북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제 통일은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누군가 통일을 책임지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체제유지가 급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남한이 통일을 책임져야 한다. ‘통일을 책임진다’는 의미는 북한의 주민들까지 우리가 책임지고, 더 나아가 현재의 북한의 집권층과 중간계층까지도 우리가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현재 남한사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경제위기와 양극화로 인해 삶의 질이 악화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사회적 통합력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되어 있다. 박 대통령이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념갈등과 양극화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통일의 문을 열어 나가면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백왕순 사무총장>

 

백왕순 사무총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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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리 schicheon 2014-03-19 03:27:32 221.149.248.21
사무총장님 잘 정리되어 있어 참좋습니다. 북핵에 대해 공격일변도의 의도로만 보는 것은 단견일 것입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것이거나, 위 글에서 잘 지적하고 앗듯이 체제유지를 위한 안간힘 정도로 보아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박통의 통일대박론마저도 아무런 의심없이 그저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통일의 지향과 이이 완수는 우리 시대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