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逆發想)이라는 말은 상식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꾸로 생각해 본다는 뜻이다. ‘어떤 생각과는 반대로 또는 거꾸로 생각한다’는 의미의 역발상은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음’으로, ‘당연하지 않음’을 ‘당연함’으로 뒤집어 보는 일이다. ‘금지’를 거꾸로 읽으면 ‘지금’,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 ‘내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힘내’, ‘impossible(불가능한)’에 점 하나 찍으면 ‘I’m possible(나는 가능하다)’ 등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 행동이 바뀌는 주인의식을 엿볼 수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부단한 변화를 시도하여야 한다. 이것은 과거의 기업경영 경험과 원리에서 보면 돌았거나 좀 이상하다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 젊은 청년 아론 레비가 CEO로 있는 회사‘박스(BOX)’는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라는 자료저장 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관리해주는 회사다. 기업이나 개인이 자료를 작성한 뒤 인터넷을 통해 업로드하면 되고 컴퓨터가 망가져도 자료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커의 공격을 받아 보안이 취약한 사원들의 컴퓨터에 담긴 자료가 유출되는 우려를 덜 수 있으며 컴퓨터 자체의 값도 크게 싸진다. 만 10년이 안된 지금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1억 달러(약 1100억 원)가 넘는 재산을 모았다.
레비는 미국의 젊은 창업자들처럼 좁은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박스가 바꿔놓을 세상을 상상하며 흥분해있었고 어린아이처럼 밤낮없이 프로그래밍에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수많은 투자자들과 기관을 찾았지만 문전박대가 이어졌다. 젊은 나이에 좌절할 법도 하지만 레비 CEO는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거절당해도 좋다”, “나는 박스의 잠재력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레비는 자잘한 투자자들을 찾아다니기를 그만두고 ‘거물’과 직접 접촉하기로 했다.
그는 미국프로농구 구단인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큐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수많은 거절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바라보는 목표는 분명합니다. 얼마든지 더 많은 ‘노(no)’를 견뎌낼 수 있습니다” 솔직한 심경을 담은 젊은 CEO의 패기가 큐반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스에 엔젤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큐반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소문은 실리콘밸리 전체에 금방 퍼졌다. 그때부터 자금 모으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고 한다.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자기 회사의 기업문화에 맞는 사람만을 채용하려고 한다든지 상사가 부하직원을 쓸 때 자기 입맛에 맞는,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을 선택하려는 취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이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사회에서는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 없다.
많은 사람이 한다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역발상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인 원리들은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백과사전 한 질 분량의 내용을 CD-ROM 한 장에 다 담을 수 있다. 게다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다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고 보니 이제 출판업은 사양길에 들어섰다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게 되었다. 전자 북이나 CD-ROM 잡지라고 하는 것까지 생겨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까지 인터넷을 통해 가장 성공한 사업은 바로 서점 등 인터넷을 통해 책을 주문받아 배달해 주는 통신 판매 서비스다. 많은 사람이 한 물 갔다고 하는 이 책장사를 인터넷이라는 첨단기술과 결합시켜 오히려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때로는 역발상 매니지먼트가 기업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활력소가 되고, 나아가 기업을 살리는 길이기 되기도 했다. 역발상 투자법을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증권시장에서 큰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투자자는 개미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주식을 그때 팔아 빠지고, 다른 사람이 다 팔아도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되면 대세와는 반대방향으로 팔지 않고 꾸준히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선입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틀을 깨어보라. 요즈음 고객만족도 역(逆)패러다임의 실천으로부터 출발한다.
손자병법에서도 “군쟁지난자, 이우위직, 이환위리. 고우기도, 이유지이리, 후인발, 선인지, 차지우직지계자야”라고 했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이러한 군대의 경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하면서 직진하는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먼 길을 곧은 길로 삼고, 근심거리를 이로움으로 삼는 것이다. 환란을 이득으로 변화시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회하여 이득으로써 적을 유인하면 적보다 나중에 출발하여도 유리한 곳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이로써 우회하는 것이 직진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 말은 먼 길을 돌아가면서도 곧바로 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어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로 목적을 위해 수단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안 된다고 주저하지 말고 최소한 자리바꿈이라도 시도해 보라.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불가능하다고 미리 단정 지을 필요가 절대로 없다. 오히려 첨단이 될수록 더욱 과거의 것들이 흥왕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이디어 발상의 대가 오스본의 체크리스트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체크리스트는 여러 경우에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서 오스본은 제품을 만드는데 크게, 작게, 거꾸로도 해보고 때로는 용도나 재료를 바꾸기도 하고, 결합해보기도 하고, 분리해보기도 한다.
‘다른 용도로? 적합화시키면? 변경하면? 확대하면? 축소하면? 대체하면? 재정렬하면? 반전하면? 결합하면?…’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역발상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근거에서일 것이다. HP, 3M, IBM 등의 세계 최고의 기업들도 역발상 경영으로 성공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늘 보던 것을 달리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가는 넓은 길을 택하지 말고 나만의 독특한 개성있는, 차별화된 길을 걸어 보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미치도록(狂) 몰두해야만 비로소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매사에 역패러다임의 훈련, 날마다 물구나무를 선다는 심정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습관을 생활화 해보자.
<김의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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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