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향한 불편한 시선
검찰을 향한 불편한 시선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3-03 10:40
  • 승인 2014.03.03 10:40
  • 호수 103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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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겨냥한 무딘 칼끝, “애꿎은 내연녀만…”

물타기·보복성·찍어내기 여론 잠재울 성과 나오나
채군 개인정보 유출사건 조사도 결국엔 흐지부지

▲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문제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혼외아들 논란은 지난해 채씨가 검찰총장을 사퇴하면서 일단락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검찰에서는 여전히 수사를 마무리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채씨에 대한 수사가 아닌 내연녀 임모(55)씨에 대한 수사 도중에 채씨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 의도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달 23일 연합뉴스를 비롯해 종편을 중심으로 채씨 혼외아들 의혹 중요단서가 나왔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채씨 내연녀로 지목된 임씨의 분만 전후 의료기록 가운데 채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서명을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최근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임 씨가 2002년 채모 군을 낳기 전 노산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받았던 양수검사 보호자 동의서와 분만을 전후해 작성한 의사 진료 기록 등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했다.

확인 결과 보호자 동의서에는 채씨의 서명으로 보이는 기록이 들어있고 진료 기록 중엔 ‘보호자’ 또는 ‘남편’란에 채씨 이름과 함께 직업이 검사임을 알 수 있는 표시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임씨의 서울 도곡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임 씨의 아들과 채 전 총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아울러 채씨의 고교 동창 이모 씨가 2010년 채 군 계좌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입금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를 임 씨가 다시 이 씨에게 돌려줬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일련의 의혹에 대한 배경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의료서류의 서명 필적 등을 자체 보관 중인 채씨의 필적과 비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도우미 공각·협박 내연녀 수사인데…

현재 검찰은 내연녀 임씨의 가정부 협박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번 산부인과 압수수색은 지난 1월 임씨 도곡동 자택과 가평 친척집 압수수색에 이어 두 번째다. 임씨는 검찰에 의해 특정 사건과 관련해 청탁 명목으로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와 가사도우미였던 이모(62)씨를 공갈·협박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임씨는 부산과 서울 등지에서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며 법조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가사도우미 공갈·협박과 관련해 임씨는 지난해 5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빌린 돈 6500만원을 갚겠다”며 서울 삼성동의 커피숍으로 불러낸 뒤 채무를 포기하고 채 전 총장과 관련된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당시 커피숍에 ‘박 사장’이라고 알려진 사람을 포함해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을 대동하고 나가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당시 아들과 함께 이 자리에 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수사는 가사도우미 이씨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본 일반인 이모씨가 관련부분에 대해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임씨를 소환조사했다. 또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자 같은 달 임씨와 이씨를 함께 소환해 대질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건이 해를 넘겼다. 사건 전개 과정을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임씨 사건에서 채씨의 혼외자 문제는 쟁점이 아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상황과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마치 이 사건이 채씨의 사건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또 임씨의 혐의를 놓고 봤을 때 두 번씩이나 압수수색을 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물론 시민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자연스럽게 임씨에 대한 수사는 결국 채씨를 향한 수사란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왜 이미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난 채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까.

임씨에 대한 수사가 결국 채 전 총장 향해

검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채 군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해 물 타기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직 채군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에게 정보 확인을 요청한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 배후세력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를 감추기 위해 채씨와 임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군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해 12월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이렇다 할 수사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서초구청에 대한 2차 압수수색도 소득은 없었다.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은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정보를 요청한 배후에 대해 애초 의혹을 전부 부인했다. 그러다 행정안전부 김모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수사가 진행되자 다시 신학수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언급하는 등 수시로 말을 바꿨다.

그럼에도 배후에 대한 규명은 현재까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조오영 행정관의 직속상관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핵심 윗선으로 지목되었으나 구체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수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이유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밝힌 채씨에 대한 보복이란 목소리도 많다. 지난 한 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바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었다.
찬반론이 팽팽하게 대립되면서 정치인은 물론 종교인, 시민들 사이에 큰 분란을 야기한 사건이었다. 당시 정부 측에서는 이 사안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채 전 검찰총장은 뚝심있게 검찰 수사를 밀어 부쳤다. 결국 청와대 측에서는 경질설이 나돌았고 결국 채씨는 사임을 하기에 이르렀다.

채씨의 사임과 함께 검찰 내부도 크게 술렁였다. 후배 검찰들이 채씨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밝혔고 청와대의 입김에 의해 흔들리는 검찰세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최근 단행된 인사이동에서 보직이 바뀌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채동욱 낙마 배경 그대로 묻힐 수도

채씨와 관련된 일련의 수사과정을 지켜본 정치권에서는 ‘채동욱 찍어내기’란 말이 수시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이 채씨 사퇴 문제와 관련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복수의 작전이 진행됐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신 최고위원은 “지난해 6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 이후 국정원 정보관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첫 라인은 청와대 곽상도 전 민정수석 라인, 둘째는 조오영 행정관 라인 그리고 국정원 단위의 작전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채씨를 찍어내기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소리다.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2월 5일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구청에 (혼외아들의) 신원 정보를 조회하는 등의 행위가 다 무엇이겠느냐. 개인적으로 채동욱 전 총장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검찰, 공직사회, 관료들이 대통령의 절대권력 아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의 국정철학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쳐내는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수사로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검찰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과 징계,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남북정상대화록 유출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노동자 파업에 대한 무리한 기소남발로 일관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은 훼손되고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검찰개혁법안이 통과됐다. 특검임명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거나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두 가지 조건에 한해 특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특검 수사의 인적대상과 범죄의 종류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상설특검의 형태는 별도의 조직·인력을 갖춘 ‘기구특검’ 보다 다소 구속력이 약한 ‘제도특검’으로 정해졌다.

눈치 보는 검찰 국민이 지켜 본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지난달 5일 평검사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 한 해 어수선했던 검찰 내부가 정비돼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은 이제 고발장이 접수된 지 240여일이 다 돼간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150일이 넘었다.

끝모를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지쳐간다. 검찰은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사실을 밝히고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확실하게 보여줄 책임이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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