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민주당 공천폐지 독과수 딜레마 속 타는 안철수
[심층분석] 민주당 공천폐지 독과수 딜레마 속 타는 안철수
  • 김재현 기자
  • 입력 2014-03-03 10:09
  • 승인 2014.03.03 10:09
  • 호수 1035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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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요지역 사수 야권의 스페셜 플랜

공천폐지 여부 놓고 야권 분열 조짐 살길은 연대뿐?

▲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27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의를 위해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김재현 기자] 6.4지방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공천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공천존폐 논란에 불을 지핀 쪽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이 올해 초 기습적으로 공천유지방침을 밝히자 야권은 “공천폐지 대선공약을 이행하라”며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공천을 유지하기로 하는 대신 상향식공천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새누리당의 공천유지결정은 결국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공천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상 민주당 내부에서 자의반 타의반 “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점점 늘고 있다는데 있다. 민주당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과 함께 새누리당의 공천유지방침을 줄곧 비난해온 마당에 정작 선거를 코앞에 두고는 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의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2일 6·4 지방선거 전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기로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지방선거 구도는 새누리당 대 야권연대 구도로 굳어지게 돼 새누리당 내부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이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유지를 확정한데 이어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이 무공천을 천명하면서 기초지방선거가 ‘공천 대 무공천’의 이원화 구도 속에 치러지게 됐다.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와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는 야권연대를 선언하고 시군구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 등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를 전격 선언했다. 다만 광역단체장에 대한 공천은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미 공천의사를 밝혀왔고 민주당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지만 사실상 공천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군구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한 공천문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새정치연합의 ‘무공천’으로 나뉘게 됐다.
여야 각 정당은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행보를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유지를 반대하던 민주당이 결국 새누리당을 핑계로 정치적 야합을 하는 것 아니냐”고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당공천을 무책임하게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공천권을 국민들께 돌려줌으로써 공천권 포기를 넘어선 진정한 국민공천혁명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대선공약을 오히려 더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라고 기초선거 공천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선택과 집중 민주당의 고민

민주당은 사실상 공천유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작 공천유지를 정당화할 명분은 아직 갖추지 못한 해 고민 중이었다. 이번 야권연대는 이런 토대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인 최재천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기초단위부터 현역의원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고 지난 25일까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으며 최종결과를 보고 최고위원회나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공천 포기 선언에 대해선 “(지방선거에서)양쪽 다 공천을 했을 때 야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제 전략적 선택지가 분명해졌다”며 “당의 말단 조직에서 탈당하거나 이쪽저쪽 재는 일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가 조직을 관리하거나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당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초선거 공천을 유지할 경우 지난해 전당원투표 결과에 위배된다는 지적에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당론이 새누리당의 반대로)관철이 안됐을 때 (기초선거 후보 3만명의 탈당으로)당의 골간이 흔들리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천에 폐지할 것이냐까지는 (지난해 당론 표결의 취지가)연결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공공연하게 “민주당은 당원투표를 통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온 민주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궁색한 변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한때 공천유지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새누리당을 향해 한 목소리로 공천유지를 비난해온 양 당이 공천존폐 결정을 시작으로 대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무공천 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안 의원측은 지난 26일 민주당의 ‘공천유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낡은 정치세력’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선제공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즉각적 반응을 자제하는 한편 김한길 대표는 지속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과 합의를 추진해 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공천문제로 안 의원 측이 등을 돌리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렇다 할 제스처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렇게 되면 야권연대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연대를 선택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새정치연합이 결국 독과수를 깨물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보수여당 대 진보야당의 양강구도틀 속에서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새정치연합을 틀 안에서 제외시키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선거판을 양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정치연합의 세력확장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정치연합의 럭비공 행보

최근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운영위원장인 안 의원은 민주당이 공천제도를 따라갈 기미를 보이자 “국민과의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세력이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윤여준 의장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민주당에 대해 ‘국민 우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속으로는 정당공천을 폐지할 생각이 없으면서 마치 집권당이 저러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 공천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적대적 공생관계’로 규정했다.

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이날 이달 말까지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며 당 차원의 결정을 미룬데 대해서도 “그 사이에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가 바뀔 거라고 기대해서 이런 얘기를 했겠는가”라며 “전형적인 낡은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이와 함께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이미 공천시스템을 가동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미 민주당은 2월초부터 새누리당의 공천유지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일부 공천시스템을 가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정치권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민주당은 출마 예정자들 중 당 차원에서 어떤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를 검토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천을 안 의원과 함께 비판하면서 동시에 사전 공천준비작업을 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이미 후보자검토에 착수했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당이 누구를 어느 지역에 공천할지 대략적인 윤곽잡기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천안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고 새누리당 공천유지와 무관하게 일찍부터 공천안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야권연대 합의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으로 분석된다. 즉, 민주당이 공천을 그대로 밀고나갈 경우 새정치연합이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앞섰다는 이야기다.
신당창당을 추진해 온 안철수 의원측은 인물영입의 어려움으로 독자적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민주당으로서도 갈라지면 수도권과 중부권에선 패배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통합과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합당까지 이르게 한 구체적인 계기는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제3지대 신당은 안철수 의원 측을 흡수하는 형식의 통합이 아니라 제3지대에서 두 세력이 비교적 대등한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흡수통합에 대한 안 의원측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권의 맹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민주당과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신당창당을 선언한 것은 6·4지방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2017년 정권교체를 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양측은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새정치를 위한 신당 창당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고 밝혀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안 의원의 최종목표는 2017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선 야권의 분열보다는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현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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