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게 ‘통 큰 선물’ 준 김한길, ‘더 큰 선물 준다’
위기에 놓인 새정치연합, 金이 출구전략 마련해줬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중앙운영위원장이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해 충격을 주고 있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2017년 정권교체를 목표로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만들기로 했다. 제 3지대 신당 창당이 이뤄질 경우 민주당 의원의 탈당도 불가피하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와 정권교체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조급해서 앞서갔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밖에서 ‘친노 대권후보인 문재인 의원을 인정하지 않고 비노의 대권 후보로 안 의원을 내세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비주류의 반격: 안철수-김한길 당권-대권 빅딜설’이다. 당 주변에서 퍼지고 있는 ‘안철수 김한길, 당권-대권 빅딜설’ 실체를 따라가 봤다.
“제1 야당이 어떻게 신당 창당도 하지 않은 새정치연합에 5대5 지분을 줄 수 있느냐. 말 자체가 안된다. 또한 안 위원장에게 그 정도의 지분을 줄 이유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도 이상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중대한 시점에 김한길 대표가 살기위한 꼼수다.
5:5 지분 놓고 뒷말 무성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안철수-김한길 지방선거 전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마자 직설적 비난을 쏟아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신당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교육감이 신당에 합류하면 ‘기폭제’가 될 수 있었으나 이것조차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안 위원장이 ‘백기투항’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대표가 김 교육감에게 ‘기다려달라’며 판을 정리 한 것 같다”면서도 “지분을 5:5로 한 것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제 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해 당의 대체적 분위기는 “잘됐다”면서도 “김 대표가 안 위원장에게 당을 팔아 넘겼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 구도로 선거를 치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2017년 정권 차출이라는 큰 틀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지, ‘친노 죽이기’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합의를 두고 뭔가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단체장 무공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민주당을 뒤 흔드는 뇌관을 건드린 것에는 ‘빅딜’이 있었을 것이란 게 주된 골자다.
김한길-안철수 대권 빅딜설
먼저 ‘안철수-김한길 신당 창당’ 선언으로 훼손된 자신의 존재감을 되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다. 최근 김 대표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이 불거졌을 당시 친노의 방해 공작 등으로 인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김한길 실종됐다’며 리더십 문제를 거론했다. 더 나아가 5월 원내대표 선거 때 친노 박영선 의원이 출마, 당 지도부를 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 대표가 위기에 내몰리자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안 의원에게 제안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당에서 안 위원장과의 신당 창당을 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결국 신당 창당을 통해 김 대표는 ‘새정치를 추진하기 위해 기득권까지 내려놓은 이미지’를 얻게 됐다. 더구나 당 대표를 누가 할지가 관심사다. 신당 창당 일정이 빠듯해 김 대표가 신당 당권을 잡을 공산이 크다. 3자구도→지방선거 패배→지도부 교체라는 수순을 신당 창당 카드로 돌파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코너에 몰린 김 대표가 ‘도박’을 통해 임기를 보장받는 셈이다. 또 지방선거 패배여론이 높으면 다급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다급함 때문인 듯 ‘김 대표가 이번 제안을 통해 친노 인사들을 솎아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할 경우 민주당 의원들은 탈당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신당 창당 때 친노 인사들을 선별적으로 받거나 물갈이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어떤 식으로든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인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겠지만 김 대표가 5:5 지분을 준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친노 인사들이 신당에 합류하지 않으면 ‘야권분열’의 불쏘시개가 된다. 때문에 친노로서는 합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환영한다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리고 김 대표가 이런 제안 배경에는 ‘당내 주류’인 친노 세력을 견제하고 비주류 카드로 안 위원장을 대권 후보로 키우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신당 창당 과정에서 인재를 영입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이 ‘NO’입장을 취하면서 신당 창당 동력이 떨어졌다. 이를 의식해 김 대표가 안 위원장의 출구전략을 만들어줘 비주류 대권 후보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이는 “당내 대권 후보로 문 의원보다 안 위원장이 낫다”는 비주류 측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제 3지대 신당 창당 선언 과정에서 ‘안철수-김한길 대권 빅딜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김 의원 측이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친노를 의식한 것 같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에서 ‘원내대표-박영선, 당대표-정세균’ 등을 거론하며 김 대표를 흔드는 상황에서 갑자기 김 대표가 신당 창당을 먼저 제안한 것은 친노의 역습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김 대표가 ‘친노를 옭마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첫 단계로 새정치연합에 5:5 지분을 주면서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대세는 안철수다. 문재인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신당 창당 선언을 통해 못 박으려 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안철수-김한길 제 3지대 신당 창당으로 여권이 위기에 몰렸다. 당장 여권 내에서 “우리도 기초단체장 무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3자구도가 아닌 양당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된 상황이 되자 새누리당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예고된 야권 야합이 현실화됐다”고 평가절하했지만 “지방선거 자체는 (새누리당에) 아주 어려운 선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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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