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평균 객석점유율 95%라는 쾌거를 이루며 흥행돌풍을 예고했던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가 오는 27일부터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본 공연을 올린다.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로, 소설의 배경과 주제, 영화의 휴머니즘적 정서를 적절하게 섞어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됐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단’과 ‘형제애’라는 소재를 아프지만 따뜻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몰입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지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4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 초소에서 격렬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어린 북한 초소병 정우진 전사가 처참하게 살해되고 남한군 김수혁과 북한군 오경필이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사건 이후 북한은 남한의 기습 테러공격으로, 남한은 북한의 납치설로 각각 엇갈린 주장을 한다. 책임수사관으로 스위스인 지그 베르사미 소령이 파견된다. 인민군 장교출신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베르사미는 태생을 숨기고 사건의 정황을 수사하지만, 수사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러던 중 김수혁 병장은 베르사미의 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눈치 챈다. 김수혁 병장은 남북 갈등에서 자유롭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베르사미라면 사건을 이해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서서히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전쟁과 휴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념과 개인의 갈등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가운데 놓고 마주보고 있는 네 명의 남북한 군인들, 그들은 북한초소에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었고, 일상적인 농을 주고받으며 불가능해 보이던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소꿉놀이를 하듯 따듯한 시간을 보내는 네 남자, 그들이 보여주는 친밀감의 정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속 사건을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 세대에 의해 만들어진 금기의 법으로 그들의 우정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극히 사적이던 관계가 깨졌을 때 찾아오는 슬픔이 훨씬 더 크고 구체적이듯, 그들이 서로 총을 겨눠야 하는 상황은 관객들에게 크나큰 아픔을 전달한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영화와는 달리, 50년 동안 계속된 ‘증오의 조건반사’와 이로 인해 반복되는 비극적인 주제를 이야기한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남북한의 ‘동포애’와 중립국 수사관의 개인사가 무대에서 보다 더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남북한 병사들 간의 총격전에 얽힌 진실 역시 영화보다 뮤지컬쪽이 좀 더 충격적이다. 제3자인 북한 군관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우연한 오발사고의 총격을 들은 김수혁 병장이 반공교육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면서 일어난 참극으로 묘사된다.
이 비극은 50년 전, 베르사미의 아버지와 삼촌에게 일어났던 참혹한 과거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이데올로기가 다른 양 집단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형제간 비극. 이 두 가지 사건은 본 작품의 주제를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