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현대증권(사장 윤경은)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체크카드 시장을 독점하던 카드업계는 현대증권이 특혜를 받고 있다고 반발했고, 현대카드는 문제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대립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체크카드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탓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현대증권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인 것을 감안해 현대증권의 체크카드 사업이 매각 시장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윤경은 사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체크카드 출시는 과연 과욕일까, 묘수일까.
현대측 “절차상 문제없어…역마진 절대로 아니다”
증권가 불황 속 선전, 매물 시장가 높이는 효과 예측도
현대카드가 내놓은 ‘able’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맞먹는 부가혜택으로 무장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부가혜택을 살펴보면 우선 선택 할인이 주된 혜택이다. 백화점 쇼핑이 잦은 고객 은 백화점에서, 대형마트를 많이 이용하는 고객은 마트에서 각각 월 3회씩 15%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 또 택시나 KTX를 자주 이용한다면 교통 할인을 선택하면 된다. 할인율은 역시 15%에 월 6회까지 할인된다.
아울러 제휴 가맹점에서는 최대 40%까지 할인 혜택을 받는다. OK캐쉬백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면 최대 5%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인터넷뱅킹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현대증권의 이 엄청난 혜택들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음을 증명했다. 출시 2주가 지난 시점에서 2만여 장이 발급되는 등 엄청난 시장 장악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카드업계의 시선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는 증권사와 카드사의 적용 법규정이 달라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혜택 역시 역마진 문제를 초래하고 나중엔 현대증권이 혜택을 차츰 줄여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생길 것이라 비판한다. 즉, 현대증권이 내세우고 있는 부가서비스가 시선끌기용 일시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신규 카드를 출시할 때 여신금융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가혜택 적정성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카드업계의 지나친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아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융투자협회에 업무를 위탁했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높다.
정리해보면 현행법상 증권사가 발급하는 카드엔 부가혜택이 얼마든지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데 반해 카드업계가 발행하는 카드에 들어가는 부가혜택은 한정적이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야 하는, 어떻게 보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불황을 고려해 증권사에 카드 사업을 허용해주면서 이와 같은 허점을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는 카드사와 제휴해야만 카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7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자체적으로 직불카드(현금 IC카드, 체크카드) 등을 발급할 수 있게 됐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눈에 봐도 증권사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제도적으로 보완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지적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체크카드 시장 지배 구도가 기존 카드사 중심에서 증권업계의 도전으로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또한 그 선두에 나선 현대증권이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논란 감안해도 이득?
그런데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증권의 체크카드 사업은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그룹의 자구책에 의해 매각이 진행 중인 현대증권으로서는 시장가를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이야기다.
지속적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체크카드 사업에 힘입어 새로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을 확보하게 되면 장부가에 비해 현저히 낮게 평가되고 있는 시장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체크카드 한 가지만 놓고 본다면 놀라운 수준의 시장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채권단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다면 또 모른다”며 “향후 현대증권의 상승세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체크사업 열풍이 불고 있는 점 등은 실사단이 좋게 봐줄 수 있지 않겠냐”고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현대카드는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특혜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었다”며 “카드업계에서 괜한 질투를 보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역마진 우려에 대해서도 “역마진을 내면서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면서 “역마진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혜택이 줄어들 일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구계획안에서 금융 3사 매각을 통해 7000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을 조달해 유동성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앞으로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증권을 비롯한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3개사를 산업은행이 세운 SPC를 통해 매각하기로 결정, 매각주관사 선정 및 실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매각이 발표된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는 한 가지 문제는 매각 가격에 대한 현대그룹과 외부의 시각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대증권의 경우 장부가는 6700억 원인데 시장가는 장부가의 절반도 안 되는 3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산업은행 측의 평가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룹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과 기업가치 및 성장성, 현재 증권사들이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다소 저평가된 점 등을 감안해 정확한 실사를 받으면 당초 계획에 근접한 가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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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