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대부업계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며 대부시장은 크게 축소되는 분위기다. 여기에도 부익부빈익빈이 극심해 대형업체들은 덩치를 점점 키워가는 반면 중소형업체들은 매물로 나오거나 폐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일각에서는 기존 대부업체들의 10~20%만 살아남았다는 아우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갈 곳 없는 국내 대부업체를 일본기업이 삼키는 현황을 짚어봤다.
금융당국 채찍 휘둘러…10분의 1만 살아남은 시장
매물 나온 대부업체ㆍ저축은행…덥석 삼키는 일본 자금
대부업계에 대한 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신문이나 TV에서 대부업체 광고가 나오면 넘겨버린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하다못해 일부 연예인은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물론 대부업계에 꽂히는 편견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39%에 달하는 이자로 저소득층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비판 역시 일부분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업계가 흔들릴 경우 저소득층은 여기서도 쫓겨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자산 축소는 공염불
이제는 국내 4위
이러한 가운데 일본기업인 J트러스트가 이달 들어서만 두 곳의 국내 대부업체를 연달아 인수했다. 대상은 현대해상 자회사인 하이캐피탈대부, 네덜란드 페리코나스사가 보유한 케이제이아이대부(원더풀론)다.
J트러스트는 한때 일본 최대 규모의 대부업체였던 로프로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2011년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를 인수하며 첫 진출했다. 이듬해인 2012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SC저축은행ㆍSC캐피탈 동시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J트러스트는 하이캐피탈대부, 케이제이아이대부 외에도 베르넷크레디트대부 등 국내 대부업체를 추가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C저축은행ㆍSC캐피탈 역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매각이 완료되지 않아 이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잔존한다.
앞서 J트러스트는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기존의 국내 대부업체 자산을 축소할 것을 약속한 바 있지만 이마저도 공염불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J트러스트의 대부업 확장을 두고 고심 중이지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를 조건으로 대부업체 자산 축소를 내건 금융당국의 방침도 J트러스트에는 먹히지 않고 있다.
1ㆍ2위 모두 일본계
추후 피해는 저소득층이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대부업계가 일본계 자금에 의해 모두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를 보유한 에이앤피파이낸셜은 일본계다.
또 2위 대부업체는 산와머니인데 이 역시 일본계인 산와대부의 소유다. 그나마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는 일본계라도 국내에 뿌리를 두고 영업을 하는 데 반해 J트러스트는 아예 일본기업으로 국내 4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일본계 자금은 저축은행에도 눈독을 들이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힘을 키워가고 있다. 앞서 2010년에는 일본 오릭스그룹이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스마일저축은행까지 인수했다. 또 일본 SBI그룹도 지난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사들였으며 최근에는 에이앤피파이낸셜이 예나래ㆍ예주저축은행을 9전10기로 사실상 인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대부업계가 일본계에 잠식당하면 추후 피를 보는 것은 제도권금융에 손 벌릴 수 없는 저소득층”이라며 “갈 곳 없는 저축은행 매각도 인수 조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면서 일본계 자금을 불러들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