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신라호텔 해외판매권 갈등 풀스토리
아모레퍼시픽-신라호텔 해외판매권 갈등 풀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2-24 14:12
  • 승인 2014.02.24 14:12
  • 호수 1034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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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긴 사업 되찾겠다” 도전장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애증’의 관계를 보여 눈길을 끈다. 양사는 해외 멀티샵 판매권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에 아모레퍼시픽이 항의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결과적으로도 아모레퍼시픽이 더 큰 미소를 짓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일요서울]이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매출 올려준 효자 상품만 철수된 까닭은
애정일까 증오일까…공생관계 유지 눈길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영향력이 상당해지고 있다. 면세점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 고객 덕분에 호텔신라와의 싸움에서 승리의 미소를 지은 것은 물론 국내 매출 부진도 거뜬히 극복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는 지난해 해외 멀티샵 판매 사업권을 두고 한바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호텔신라와 면세점 판매용 화장품을 공급하는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호텔신라가 자사의 해외 멀티샵 ‘스위트메이’에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가져다 팔면서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와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여러 계열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관행적으로는 면세점 판매용 화장품을 공급받는 호텔신라가 어떤 판로로든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진출로 자사 멀티샵 ‘아리따움’과 시장이 겹치게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신라면세점 외 매장에서 자사의 제품이 판매되는 것이 ‘아리따움’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호텔신라 측으로부터 신라면세점 외 매장에서의 판매 행위에 항의를 했고, 호텔신라 측은 관행적으로 해온 것을 부정한다고 주장하면서 양사는 전면전에 돌입했다.

살벌한 싸움이 펼쳐질 것 같았지만 양사는 아모레퍼시픽 제품 중 ‘설화수’와 ‘라네즈’ 브랜드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고 있는 마카오 2개 매장과 홍콩 5개 매장까지 총 7개 스위트메이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호텔신라가 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쉽게 내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국내 매출 부진을 극복하게 해주는 호텔신라와의 관계를 망칠 정도의 반발은 불필요했을 것이다. 더욱이 호텔신라의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좀 더 큰 웃음을 짓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부문 매출이 가장 높은 설화수와 라네즈 브랜드가 빠졌다는 점은 호텔신라 측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해외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라네즈 신제품 출시,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신규 매장 출점으로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29% 증가한 3387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그 외 아시아 시장에서도 64%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30.5%씩 매출이 늘었다.

즉 아모레퍼시픽의 효자 브랜드가 설화수와 라네즈라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이 여러 브랜드 가운데 설화수와 라네즈만 문제삼은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호텔신라 측은 “스위트메이 매출에서 문제가 된 브랜드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정도에 불과했다”며 매출에 큰 영향이 없음을 밝혔다. 또 “아모레퍼시픽과의 관계에 어떤 불화도 없다. 지난해에 협의점을 찾고 마무리가 된 사안”이라며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철수한 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의 막대한 매출을 증가시킨 효자상품으로 지목되고 있어 호텔신라가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은 각종 악재에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논란 불구 승승장구 씁쓸

지난해 아리따움은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고, 대리점 운영 포기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갑을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내용은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될 만큼 사회적인 충격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방문판매 부진이라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0.7% 증가한 49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0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68억 원으로 41.4% 늘었다. 연간 매출액은 아모레퍼시픽 역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넘겼다.

실적발표 후 아모레퍼시픽은 주가에서도 상승세를 보였다. 경쟁사 LG생활건강이 실적발표 후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에 따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계열사 주식가치도 2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19.5% 증가한 수치다. 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전부의 주식 자산은 3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판매 부진 진단을 받은 것에 비해 엄청난 성과를 이룬 셈이다.

여기에 오는 10월 호텔신라의 싱가포르 창이공항 화장품 면세사업장 진출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창이공항 화장품 면세사업장 운영 개시에서도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50여 개의 해외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인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면세점 매출은 8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호텔신라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와의 불화는 없다”며 “각 브랜드마다 사업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설화수’와 ‘라네즈’만 철수된 것뿐이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호텔신라 측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관계가 ‘문제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애증의 관계였던 양사가 서로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음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공생을 도모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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