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코오롱그룹(회장 이웅렬)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다 하기도 전에 연이은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부실공사 의혹들에 대한 비난은 물론 코오롱그룹이 지은 또 다른 리조트인 오투리조트에도 부실공사 시비가 붙었다. 더불어 마우나오션리조트 고객들의 보험료를 아끼려 대인배상보험을 적게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사고 전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의혹마저 나와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예고된 인재…같은 지역·공법 사용 건물은 멀쩡
적극적 수습 모습 뒤로 ‘지켜봐야 안다’는 태도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부실공사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이하 부산외대) 참사를 부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실공사와 안전 불감증으로 예고된 인재였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비슷한 강설량을 보인 같은 지역에서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부실공사 의혹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강철 H빔이 부실했다는 의혹이다. 설계도상으로 H빔이 가로·세로에 각 7개, 지붕에는 600×400㎜로 설치하게 돼 있지만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얇은 굵기의 철골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H빔은 벽면과 천장에 설치돼 지붕의 무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로는 천장의 이음새 부분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붕괴 사고가 일어난 체육관의 천장이 앞쪽부터 무너져 내린 것은, 기둥의 접합부 또는 기둥과 바닥 구조물의 접합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붕괴사고 지역 주민들이 “아랫동네에 비가 와도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 샌드위치판넬(PEB) 공법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고 주장해 부실공사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PEB 공법은 공장이나 창고 등에 많이 사용된다. 비용이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짧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 지난 11일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이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체육관 구조물의 결함을 알고도 부산외대 학생들을 무리하게 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붕괴사고 직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설 때문에 개인 예약 손님들은 취소 요청을 받았는데 어떻게 단체손님 행사는 진행될 수 있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붕괴사고 하루 전 골프장 등 주요 시설에는 제설작업이 이뤄져 코오롱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오롱이 시공한 강원도 태백시의 오투리조트에서도 부실시공 주장이 제기됐다. 리조트 내 도로 곳곳에서 균열과 침하현상이 발생했고, 이미 몇 차례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오투리조트 측은 “코오롱이 지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코오롱에 하자보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외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료 아끼려다 사재출연 감행
더불어 코오롱이 보험료를 아끼려고 대인배상보험을 적게 들었다는 사실이 붕괴사고 후 드러나면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보험료를 아끼려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피해보상을 하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은 리조트 피해 보상액 마련을 위해 사재출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방문해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사망자 유가족들과의 협의도 마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환자들의 보호자들은 피해보상 협의를 보지 못했다. 또 이 회장이 사과 의사를 전할 당시,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에게 자신의 정확한 신분조차 밝히지 않는 등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코오롱 직원들도 회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피하기 바쁜 태도를 보여 더 문제가 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부실공사와 관련해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면서도 “관련된 의혹들은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또 “강원도 오투리조트는 2010년 쯤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명났던 일이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와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주요시설에서만 제설작업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도로를 우선으로 제설하다보니 골프장에서 제설작업이 먼저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코오롱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운영 중이다. 마우나오션개발 지분은 코오롱이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이 회장과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4%, 26%씩 갖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