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세계-③] 장수비결
[국회 보좌진 세계-③] 장수비결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2-24 11:52
  • 승인 2014.02.24 11:52
  • 호수 1034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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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작성에서 정무보좌까지…해야 할 일 ‘산적’

의정활동의 실무주역인 국회 보좌진들은 업무특성상 박학다식하고, 다재다능해야 한다. 축구선수로 치자면 박지성 선수와 같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쉴새없이 운동장을 질주하는 운동선수와도 같은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도 필요하다. 의원실마다 기본적으로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밤샘작업을 할 때가 부지기수다. 솔직히 고단한 직업이다. 하지만 하는 일과 역할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기에 충분하다. 입법부의 최고 실무책임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20일간의 국정감사를 비롯한 100일간 계속되는 정기국회 일정과 수시로 열리는 임시국회 준비가 버거운 업무 중 하나다. 대정부질문 혹은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활용할 자료분석과 정책질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행정부처와 피감기관들이 제출한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각종 수치와 도표들로 가득찬 대용량 파일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의원들이 장관·피감기관장들을 상대로 행할 정책질의서를 쓰고,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하는 일은 수시로 해야 할 기본 업무다.

생존법칙 하나, 멀티플레이어

여기에서 정부가 발의하는 법률안을 분석하거나, 의원입법 발의 실무준비도 주요 업무다. 행정부가 수립한 각종 정책들을 분석·평가하고, 대안을 준비하는 일도 해야 한다. 행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공기업의 경영실태를 감시·견제하는 일도 중요하다. 예산낭비 사례와 부정비리를 파헤치는 실무준비도 모두 보좌진의 몫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역에서 수없이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의 축사도 작성해야 한다. 서면축사까지 포함하면 하루에도 몇 건의 축사를 작성한다. 때로는 언론사 칼럼이나 각종 기고문의 초안도 작성한다. 그래서 작문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축사와 칼럼, 정책질의서 작성에 문장력은 기본이다. 글솜씨가 부족하다면 틈틈이 작문실력도 쌓아야 한다. 또한 수시로 개최되는 정책토론회, 간담회, 세미나 등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기획력, 섭외력도 중요하다.

정치부 기자들과 수시로 접촉해 소통하고 정치권 동향도 파악해야 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동향, 원내대표 경선과 당직개편 등 정당의 내부사정에도 밝아야 한다. 지자체 여론동향, 대선주자의 풍향 등 다양한 정치권 소식에도 밝아야 한다. 홍보능력도 갖춰야 한다. 의원의 의정활동을 홍보하고, 비서실이 준비한 분석자료나 기타 정치활동에 대한 보도자료를 전달하며 때로는 읍소하고 부탁하기도 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성격과 친화력도 필요하다. 연말연초에는 1년간의 의정활동을 정리한 의정보고서를 기획, 제작, 발송까지도 실무를 해야 한다. 홍보수단으로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넓혀 관련지식과 능력도 갖춰야 한다.

끊임없이 접수되는 각종 민원들을 신속 처리해 친절하게 통보해 줘야 한다. 빠른 민원처리는 의원들의 지역구 여론을 좌우하고 인기도를 좌우해 매우 중요한 업무다. 대부분 민원일지 형식으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지역구 예산도 챙겨야 한다. 민원처리와 지역구예산 챙기기는 정무보좌관의 주된 업무이고, 가장 신경써야 할 업무다. 시·군이나 광역자치단체의 실무진과 수시로 협의해 지역구 현안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부처나 기획재정부 실무진과 입씨름을 해야 한다.

때로는 수행비서로서 운전겸무도 해야 하며 각종 행사나 지역순방시 밀착수행도 해야 한다. 지역구 조직관리도 챙겨야 한다. 정치후원금도 실무총괄한다. 출판기념회도 기획하고, 준비한다. 이 밖에도 하는 일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보좌진들은 다방면의 실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보좌진들은 축사작성에서부터 정무보좌까지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분석, 입법능력, 작문실력, 조직관리, 홍보기술 등 다방면의 능력이 요구된다. 의원실마다 업무분장에 따라 업무영역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수석보좌관으로 불리는 선임보좌관들은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해야 한다. 정책능력은 기본이고, 정무적인 감각과 비서실 관리능력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비서실을 총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법칙 둘, 그림자 인생을 즐겨라

의정활동의 실무보좌는 거의 대부분 보좌관들이 한다. 국회사무처의 각 상임위원회 입법조사관이나 입법지원 조직인 국회사무처 소속기관들에서도 의정활동을 실무보좌하고는 있지만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주로 자신의 보좌진들이 밤샘작업을 통해 분석하고, 작성한 정책질의서를 활용하고 있다. 의원입법들도 대부분이 보좌진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돼 초안이 만들어지고, 법제실을 통해 성안이 완료된다. 보좌진들은 의정활동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보좌진들은 자신들을 ‘그림자 인생’이라고 부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배우 대신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비록 실무자에 불과하지만 능력과 경험이 많은 보좌진들이 늘어날 수도록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과 기능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수년간의 국정감사를 실무경험하면서 자료분석에 노하우가 풍부하고,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기법으로 문제의 핵심에 금방 접근한다. 폭넓은 인맥과 정보네트워크로 행정부나 피감기관들이 꼼짝 못할 정도로 핵심자료를 요청하고 제출된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하다. 보좌진들은 의정활동의 연출가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의정활동을 실무보좌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국회법과 정당법은 기본이고, 관련 법률 지식도 풍부해야 한다. 예산결산 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경제학, 재정회계 분야 지식도 필요하다. 해당 상임위원회에 따라 관련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파생금융상품 등 최근 금융지식도 알아야 하며, IT분야의 전문지식, 국방, 과학, 원자력, 의료,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1989년부터 25년째 보좌진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의정활동 실무보좌를 하면서 항상 관련분야 지식의 어려움을 느낀다.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정활동을 보좌하고 있지만 전문지식을 요하는 ICT(정보통신기술)를 비롯한 원자력안전, 과학기술, 방송통신 분야 등 현안과 정책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예산결산심사를 할 때마다 경제금융, 재정회계 분야의 지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틈틈이 관련 서적을 접한다.

생존법칙 셋, 끝없이 자기개발하라!

최근 ‘2014년도 경제금융과정(금요아카데미)을 강좌를 듣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한국은행과 협력해 2월초부터 매주 금요일에 보좌직원을 포함한 국회 공무원들을 상대로 의원회관에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통화신용분야 등 경제전문가들인 현직 한국은행 직원들이 강사를 맡아 경제일반·재정·금융 분야에 대한 동향 및 전망파악, 주요 경제문제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국회 구성원의 경제적 소양 및 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교육과정이다.

또한 필자는 국회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 대학 경제전문대학원의 단기 야간강좌로 진행되는 내부감사과정도 등록했다.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민간위탁교육의 일환으로 신청한 것이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금융기관, 일반기업 등의 내부감사시스템을 이해하고 최신 감사기법 등을 습득해 국정감사와 예산결산심사 등 의정활동 실무보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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