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변수도 있다. 최근 양강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당 대표 경쟁체제가 제 3의 인물에게 갈 수도 있다는 말이 들린다. 서 의원과 김 의원 모두 당 대표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를 둘러싼 전망도 적지 않다. 최근 정치권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당 안팎에서 들리는 말과 청와대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달라 한 치 앞을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새누리당 내부에서 거론되는 유력 원내대표 후보는 일단 청와대의 뜻과는 별도로 당에서 꼽는 인사일 뿐이다. 청와대는 향후 여러 정치적 함수를 고려해 다른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주영 해수부장관 임명은 당 정치 역학구도 고려된 것
당대표 놓고 치열한 두뇌게임…제3의 인물이 될 수도
새누리당 대표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재입성에 성공한 서 의원은 친박계 핵심으로 자리잡고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친박계 맏형으로서 각종 현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서 의원은 당 내부 단속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당 핵심부 장악을 위해 서 의원을 중용한 만큼 이번에 당 대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서 의원은 텃밭인 화성갑에 전략 공천되면서부터 움직임을 본격화 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를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가려진 속내
이런 까닭에 서 의원이 당 대표로 유력시되고 있지만 김 의원 역시 만만치 않은 후보다. 김 의원은 엄밀히 말해 주류 친박계는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지만 한 때 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바 있어 박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런 김 의원을 두고 이른바 ‘돌박(돌아온 친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말 속에는 친박 핵심에서 한걸음 벌어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이 경쟁을 하게 될 경우 서 의원이 여러 면에서 유리한 입지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당내 양대 계파인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선이 분명해져 당 내 갈등이 유발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번 당 대표 경쟁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 의원 측과 김 의원 측으로 각각 나뉠 경우 서 의원 지지 가능성이 높은 친박 주류를 제외한 범친박계 의원들과 비박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권의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에 앞서 5월 원내대표 경선, 6.4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일정과 그 결과가 당 대표 결정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 대표 선출보다 먼저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출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천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황우여 대표 체제에서 이한구(대구 수성갑),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등 영남권 의원들이 원내대표를 맡아왔다. 원내대표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남경필(경기 수원병), 정갑윤(울산 중구), 이완구(충남 부여·청양) 의원 등이 있다.
비영남권인 남경필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영남권인 김무성 의원이, 영남권인 정갑윤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비영남권인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충청 출신인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 김문수 경기지사도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최근 지사직을 던지고 당 대표 경쟁 구도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 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지방선거 승패 여부와 그에 따른 당 안팎의 상황이 당권 판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당심(黨心)’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선전하지 못했을 경우 친박계에 책임론이 덮어씌워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박계가 당 대표 경쟁에 유리할 수도 있다.
낙점된 박의 남자 누구?
이와 함께 원내대표 선출이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이주영 의원 해수부장관 발탁을 두고 “향후 새누리당 정치적 역학구도를 고려한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주영 의원이 전격 해수부장관에 발탁됐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임명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이며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고려한 포석”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5월초 원내대표 경선, 8월초 전당대회’ 라는 구도를 갖고 있다”며 “5·15 당대표(황우여 의원)와 원내대표(최경환 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므로 최경환은 4월말경 사표를 내고 5월초 원내대표 경선에 돌입하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쟁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선출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6.4 지방선거도 치를 뿐 아니라 8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당대표 역할(비대위원장)을 맡아 8월초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하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신임 원내대표가 상당히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어 친박 핵심 인사가 원내 대표직을 맡아 당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의 일면을 보면 비박으로 이주영, 남경필, 친박으로 이완구, 서병수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단연 이완구가 원내대표가 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근 청와대가 이완구를 원내대표로 세울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며 “이완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워 이번 원내대표직을 받기에 가장 적절한 인사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했을 때 청와대가 당과 협의해 차선책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는 정책위의장이나 수석부대표를 친박으로 임명하자는 것이 대세였으나, 최근 갑자기 기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원내대표와 당 대표로 친박인사를 당선시켜 친박체제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긴박감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주영을 적극 고려했다가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이주영을 염두에 뒀으나 원내대표체제로 지방선거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비박인 이주영체제로 갈 경우, 당 대표로 출마하는 김무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당대표가 김무성이 당선될 경우 급격한 레임덕 등 정국운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어 이완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인사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의 생각은 서 의원이 안된다면 자신이 당대표를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고, 원내대표는 이완구(충남)를 내세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이완구가 당내 지지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고 당을 자주 옮기다 보니 ‘철새’라는 별명이 붙은 데다가 건강도 좋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5월 원내대표 경선과 6·4 지방선거 및 7·14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친박계 내부의 신주류가 부상할지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친박 비박 인사들에 대한 당 내 비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 이전까지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원박(원조 친박), 신박(신친박), 탈박(친박 이탈), 복박(돌아온 친박), 짤박(잘린 친박)’ 등으로 세분화됐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자연스레 친박계 주류와 비주류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대선캠프에서 측근으로 활동했던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 현재 당 지도부가 주류 핵심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7선 서 의원이 원로로서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하면서 당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12년 4·11 총선에 대비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부상한 황우여 대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은 신박 인사이지만 핵심 주류와는 구분된다.
4선 서병수·이한구·정갑윤 의원, 3선 김태환·서상기·유기준·정우택·한선교·황진하·정희수·안홍준 의원 등이 친박계 중진 인사로 꼽힌다.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재선 이학재 의원도 주류에 속한다. 대선공약을 성안한 정책통 안종범 의원을 포함, 강석훈·김현숙·이현재·류성걸 의원 등 초선그룹은 정무보다 정책분야에 치중하는 친박계다.
비주류는 주로 탈박 인사들 위주다.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으나 박 대통령과 관계가 아직 소원한 5선 김무성 의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 박근혜 당 대표 시절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 등이 그들이다. 진영 의원도 최근엔 비주류로 분류되곤 한다. 3선 이완구 의원은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때 충남지사직을 던지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