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에 의하면 미등록업체의 경우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10곳 중 7곳은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등록업체 중 1,400여개 업체가 등록을 취소했으며, 전화·팩스 등 연락 두절로 사실상 폐업상태로 추정되는 업체도 4,000여업체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등록업체의 50∼60%인 5,000∼6,000곳만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특히 대부업계에 따르면, 자본금 10억원 이상인 기업형 업체로서 어느 정도 수지를 맞추고 있는 곳은 50여개 업소에 불과하다는 것. 나머지 상당수 업체들이 음성적으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등록을 하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면, 세금부담 등 경영상의 어려움만 가중된다”며 “이에 따라 미등록 영업을 하거나 등록 후 불법 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대부업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대부업자들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H(28·여)씨의 경우, 최근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채업자들로부터 가전제품들을 빼앗기고 성추행까지 당하기도 했다.서울 노량진경찰서에 따르면, H씨는 지난해 8월 방값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7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이를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 이씨 등이 H씨를 성추행하고, 강제로 집안의 가전제품 등 800만원어치를 빼앗아갔다는 것.경찰조사 결과 H씨는 3개월에 140만원씩하는 이자 때문에 이자로만 700∼800만원을 갚은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인 J씨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J씨는 급전이 필요해 신림동 A대부업체로부터 300여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하자, A업체 수금원 B모씨 등으로부터 모진 고문과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각서로 ‘5,000만원을 갚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감독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원부족 등으로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대부업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대부업체의 영업소에 출입하여 관리·감독을 해야하도록 되어있다”며 “하지만 사채업체가 1만6,000여개로 추정되는 서울시의 경우, 정규공무원은 단 2명으로 방문검사 실적이 전혀 없고 단 한차례 세미나만 개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법 시행이후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이 ‘사금융피해신고센터’를 통해 단속한 실적은 고작 200여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고금리에 의한 피해 역시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참여연대는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인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신고 중 고금리로 인한 피해가 977건으로 전체 접수건수의 40%가 넘고 있다”며 “이는 대부업법 시행전의 같은 기간에 신고된 353건의 무려 2.7배나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부업체에 대한 피해가 늘면서,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가 대부업윤리강령을 내놓는 등 자체적인 자정 결의를 하고 있다.협회는 “우리나라 소비자금융의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 개최 등 자정노력에 힘쓰고 있다”며 “대부업이 제3금융으로서, 그리고 금융산업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국세청도 현재 고리사채업자의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사채업자 전담관리팀’을 운영, 강력한 단속의지를 표명하고 있다.이에 대해 참여연대의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등록률을 높이고 음성적인 사업을 막기 위해서는 1차적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검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또 현행 대부업법 규정이 제 의미를 갖기 위해서 보완할 점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대부업법의 고금리 금지의 현행 규정 등이 적절한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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