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잔인한 오해와 뒷담화

[일요서울|이창환기자] 3월 2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은밀한 기쁨'은 관객들에게 은밀하고도 쥐어짜내는 탄성을 이끌어내는 연극이다. 쏟아지는 명대사들과 예민한 연기, 연출로 관객들에게 기쁨을 제공한다.
은밀한 기쁨은 한 가족 구성원간의 충돌을 큰 뼈대로 두고 있다. 연극은 설명적이고 직설적인 중심 메시지를 배제한 채, 생생하고 단단한 캐릭터만으로 관객을 설득하고 긴장시킨다.
극중 인물들은 일상 속에서 부의 축적, 사회적 성공, 종교, 사랑, 타인간의 관계와 책임 등 다양한 내용을 주고 받는다.그리고 이 같은 대화는 다시 시선의식, 트라우마, 콤플렉스, 욕망, 집착, 뒷담화, 이기심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들은 습관처럼 남을 지적하고 평가하고 이해하는 척 하면서 자신을 보호하고 합리화 시킨다.

때문에 관객들은 극에서 원론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본주의와 기독교, 진보주의와 이상주의, 보수층과 하류층’에 대한 통찰 없이도 깊은 인상을 받는다. 계층,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대립은 누구나 겪어본 일이다.
모두 은밀한 기쁨에 담긴 대사의 힘 덕이다. 나름의 논리로 상대방을 날카롭게 공격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그동안 지나쳤던 누군가에 대한 오해와 외로움을 실감할 것이다. 두서없고 방대한 말의 세계를 끝끝내 붙잡아 정수만 추려낸 듯하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지속됐던 연극 불감증을 불식 시켜준 작품으로 상반기 추천 연극이다.

극 중심인물 ‘이사벨’은 5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추상미가 맡았으며, 이사벨과 소박한 삶을 꿈꾸는 약혼자 ‘어윈’은 이명행, 이사벨의 언니이자 정치적 야심으로 똘똘 뭉친 ‘마리온’은 맨씨어터의 우현주, 마리온의 남편이자 절실한 기독교인 ‘톰’은 유연수가 맡았다. 이사벨과 마리온의 아버지의 후처이자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알코올중독자 ‘캐서린’역에는 서정연, 마리온의 보좌관으로 지적이며 대담한 ‘론다’역에는 조한나가 캐스팅 됐다. 연출은 국내 최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김광보가 맡았다.

연극 <은밀한 기쁨>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2014년 2월 7일 ~ 2014년 3월 2일
월,수,목,금_저녁 8시 / 토_오후 3시, 6시 30분 / 일_오후 3시 (화 공연없음)
전석 35,000원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110분(인터미션 없음)
추상미, 이명행, 유연수, 우현주, 서정연, 조한나
맨씨어터
인터파크(1544-1555)
Story P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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