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억만장자의 고백
[화제의 신간] 억만장자의 고백
  • 인터넷팀 기자
  • 입력 2014-02-17 14:58
  • 승인 2014.02.17 14:58
  • 호수 1033
  • 6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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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시장을 이긴 미완의 철학

이 책은 ‘현존하는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가 중부유럽대학에서 닷새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지금껏 경험해온 일과 생각을 전달하고, 투자 사업과 자선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준 개념의 틀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 틀을 현재의 금융위기에 적용하고, 예측과 처방을 제시한다. 더불어 윤리 가치와 정치권력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 둘의 관계를 분석한다. 불확실성 시대를 꿰뚫어보는 ‘소로스식 이기는 사고’를 엿볼 수 있다.

▲ 억만장자의 고백

이 책은 ‘투자의 귀재’ 소로스가 고향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중부유럽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과 경험, 철학을 아낌없이 털어놓은 ‘고백록’이다. 오류투성이의 불확실성 시대를 꿰뚫어보는 ‘사고의 틀’, 이를 바탕으로 ‘열린 사회’로 나아가려는 그는 금융시장과 철학, 그리고 정치적 견해를 넘나들며 소신을 피력했다.
소로스는 지금의 자신을 이룬 ‘사고의 틀’을 네 기둥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 기둥으로 꼽은 ‘오류성’ 개념은, 어떤 상황에 속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한 데다 ‘우리 자신’까지 포함해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자주 착각을 일으키며, 착각은 시장은 물론 역사의 흐름까지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오류성은 소로스 사고의 두 번째 기둥인 ‘재귀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람의 사고와 현실 사이의 양방향 관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사람의 왜곡된 생각은 현실에 영향을 주고, 현실의 흐름은 다시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고리가 연속적으로 순환한다. 이로 인해 사람의 의도와 행동, 행동과 결과 사이에 차이가 벌어져 실제 현실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오류성와 재귀성 등에 따른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가 인간사의 핵심적인 특징이며, 불확실성의 범위 역시 불확실해서 때로는 무한히 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시장이든 사회든 사람이 개입된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단지 상황에 따라 충실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셈. 결국 사람들이 시장 상황을 예측하려고 노력할 때 소로스는 오히려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얻은 것이다.
50세 무렵, 소로스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가족이 넉넉하게 쓸 돈을 벌었는데도 소모적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헤지펀드 운영이 가치 있는 일인지 스스로 회의에 빠졌다. 이때 소로스는 ‘열린 사회’를 촉진하는 일에 이바지하기로 결심하면서 중년의 위기를 극복했고, 이는 글로벌 규모의 자선 사업으로 이어졌다. 열린 사회에 대한 신념은 소로스 사고의 세 번째 기둥이다.
소로스가 평생 스승으로 받든 카를 포퍼의 철학에서 가져온 열린 사회 개념은 누구도 궁극의 진리를 알 수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열린 사회는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와 자유로운 비판이 수용되며, 이를 통해 오류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그렇게 큰돈을 번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소로스는 청중들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자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인사가 되기 전까지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비(非)도덕성과 구별되는 시장 기능의 초(超)도덕성을 강조한 말. 그는 오히려 시장근본주의가 초도덕적인 시장 기능에 도덕성을 부여함으로써 사리 추구를 진실 추구와 같은 시민의식으로 바꿔놓은 게 문제라고 설파한다.
소로스는 자신이 펀드매니저였을 때는 법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으나, 이제는 개인의 이익에 해가 되더라도 헤지펀드 규제 등 법을 개선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힌다. 시장과 달리 정치는 도덕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가치와 사회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도덕성 개념을 자신의 사고를 이루는 네 번째 기둥으로 소개하며 그는 현재 자신이 가진 특권적 지위를 선용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느낀다고 말한다. 정치에 참여할 때의 기능과 시장에 참여할 때의 기능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민주주의의 기능이 개선되리라 믿는다며….
그동안 소로스의 글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간결하고 일상적인 말로 풀어낸 강연록이라는 점에서 소로스의 투자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결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조지 소로스 지음 | 이건 옮김 | 북돋움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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