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프니츠카야가 맞수로…아사다 마오 단체전 부진으로 뒷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림픽 2연패를 앞두고 있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소치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근 단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5·러시아)에 대해서도 담당한 표정을 지으며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소치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인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그 뜨거운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연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모스크바를 거쳐 소치 아들레르 공항에 도착해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김연아는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언제 이날이 올까 기다렸다. 일주일이 길 것 같은 느낌이 벌써 든다”며 “남은 시간 컨디션을 잘 조절해 베스트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그때(밴쿠버 대회)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다. 준비를 열심히 한 만큼 후회는 없다”면서 “어떤 대회도 금메달, 은메달을 누가 받을지 예상해서 얘기할 수 없다.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달갑지는 않다.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는 그날의 운이다. 운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최선을 다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러시아 피겨 신동’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의 홈 이점에 대해 “찜찜하게 마무리된 적도 있지만 항의하더라도 번복되지는 않는다. 판정도 경기 일부분이다.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달라질 것은 없다”고 담담한 심경을 전했다.
소치올림픽, 새 꿈의 단초
김연아는 준비한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겠다며 당당함과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가 현역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임을 공언한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더욱이 그가 선수생활을 마친 후 새롭게 이어갈 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소치올림픽이 넘어야 할 관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는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앞서 김연아는 밴쿠버 대회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진로를 놓고 방황했다. 하지만 2018년 IOC 선수위원에 도전을 시작하면서 소치올림픽 출전을 결정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2위 기록인 218.31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어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했지만 새 프로그램의 실전점검을 위해 참가한 지난해 12월 골드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204.49점을, 국내종합선수권대회에서 227.86점을 받아 올림픽 2연패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신예들 여왕 자리 넘봐
피겨여왕까지 입성하면서 이번 대회는 그 열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김연아에게 도전장을 내민 여러 선수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이번 대회의 강력한 도전자로는 러시아의 리프니츠카야가 급부상했다. 이제 겨우 만 15세인 그는 피겨 단체전에 출전해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2.90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41.51점을 받아 합계점수 214.41로 러시아팀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에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아사다 마오(24·일본)에 이어 은메달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 차로 제치면서 더욱 완성도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리프니츠카야의 무서운 질주에 해외 도박사들도 김연아보다 리프니츠카야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베팅정보 사이트 ‘오즈체커’에 따르면 21개 유럽 베팅업체를 통해 베팅을 이용한 이용자의 52.3%가 리프니츠카야를 선택했다. 김연아는 23.03%에 불과했고 그레이시 골드(16·미국)와 아사다는 각각 6.91%, 6.58%로 뒤를 이었다.
리프니츠카야는 키 151cm 단신이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탁월한 스피드와 유연성을 활용한 스핀이 장기다. 작은 체구에도 빠른 회전력이 동반돼 우아함을 배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겨전문가는 “리프니츠카야는 워낙 몸이 가벼워서 기본 스텝이 좋다”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트랜지션으로 점프에 성공하는 기술을 프로그램에 잘 녹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발목 기울기로 도약하는 트리플 러츠에서 에지 사용이 부자연스러운 약점이 있다. 또 점프에서 높이와 비거리가 약한 편이다.

아사다 부진에 日 초비상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의 대결도 관심사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주니어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정상을 다퉈왔다. 하지만 시니어무대로 넘어오면서 김연아의 독주에 아사다 마오는 2인자로 내려앉았다. 밴쿠버 대회에서도 아사다 마오는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지만 김연아의 클린 연기에 무릎을 꿇으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소치가 마지막 무대인 아사다 마오 역시 김연아를 넘어서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는 연습시간 제한이 있는 소치를 떠나 아르메니아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가운데 단체전에서의 부진을 추스르고 연기 완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아사다 마오는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위축된 상태다. 이날 ‘야상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아사다 마오는 첫 과제인 트리플 악셀에 실패하며 넘어졌다. 합계 점수 64.07을 받아 리프니츠카야,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사다 마오는 일본 언론을 통해 “믿을 수 없을 만큼 긴장했다. 생각보다 훨씬 압박감이 들어 제대로 된 연기를 하지 못했다”며 “기량을 발휘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은 여전히 먹구름이다. 단체전을 위해 먼저 소치에 도착한 아사다 마오는 지난 7일 공식 연습에서 4차례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정작 실전무대에서는 트리플 악셀에 실패하면서 김연아와의 대결은 다소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올 시즌 공식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을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횟수를 1회로 줄였고 밴쿠버 대회 때 자신을 지도한 샤네타 폴레 코치를 다시 영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피겨 단체전 프리스케이팅에서 리프니츠카야에 이어 2위에 오른 그레이시 골드도 김연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그레이시 골드는 지난 10일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팅에서 129.38점으로 2위에 올랐다. 기술점(TES) 67.49점과 예술점수(PCS) 61.89점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국 NBC 스포츠가 선정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종목에서 주목할 만한 15’인 중 한 명으로 꼽혔고, 야후스포츠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선수 15인’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았다.
그레이시 골드는 김연아 못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와 김연아와 같은 기술인 트리플 러츠를 구사하고 있어 이번 대회 메달권 진입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피겨여왕 마지막탱고 고대
이제 피겨스케이팅의 열기는 오는 20일, 21일 걸쳐 얼리는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꽃을 피우게 된다. 특히 세계 팬들의 관심은 메달의 주인공보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탱고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피겨 레전드들도 김연아의 연기를 고대하고 있고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적 선수 도로시 해밀은 지난 11일 미국 주간잡지 퍼레이드와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경기를 빨리 보고 싶다. 그가 최상의 상태라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980 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로빈 커즌스도 ‘미국의 소리’ 방송을 통해 “김연아는 항상 해왔던 대로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에서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준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년 만에 다시 정상급 무대로 돌아온 김연아, ‘어릿광대를 불러주오’와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춘 피겨여왕의 화려한 마침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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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